한국의 최저생계비가 미국보다 높다고?

김재원 한양대 교수(경제학)은 자유기업원의 NGO 모니터란에 실린 칼럼을 통해 한국의 최저생계비가 미국보다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주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

류정순 한국빈곤문제 연구소 소장.

첫째, 김 교수는 “(99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당시) 1인당 국민소득에 비해 정부가 보장해주기로 한 4인 가족 기준 월 93만원이 과다하다”며 “우리나라의 4인 가족의 월수입이 93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가정이 없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빌린 돈, 채권회수금, 등을 포함해 들어온 돈은 모두 수입인데, 공적부조제도의 기준선은 수입이 아니라 소득이다.

둘째, 김 교수는 국민소득(GNI)과 비교해 볼 때, 최저생계비가 너무 높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근거자료로 2004년의 국민소득과 2005년의 최저생계비를 비교했다. 그러나 2005년 최저생계비 대신에 2004년의 최저생계비인 105.5만원이 국민소득과 비교했어야 했다. 2004년의 1인당 연간 최저생계비는 3,165달러이다.

셋째, 김 교수는 2004년 노동자의 연평균임금이 6,160달러이므로 최저생계비는 노동자 임금의 55.3%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노동자의 연간평균임금은 2만7,058달러(노동부, 2004년 매일노동통계보고서)로서 최저생계비는 평균임금의 11.6%이다.

넷째, 미국의 공공부조 수급자 선정기준은 최저생계비가 아니라 최저생계비에 대한 일정 비율이다. 즉, 식품권(Food Stamp)은 130%, 의료보호(Medicare)는 180%, 모자가정 소득지원 프로그램(WIC)은 185%, 근로자소득세환급제도(EITC)는 200%이다. 또한 선진국의 보장수준은 최저생계비선까지이지만, 한국은 선정기준보다 보장수준이 낮다. 즉, 2004년의 선정기준은 105.5만원이나 소득이 전혀 없는 가구에게 지급되는 최고 지급액은 92.8만원으로서 12.7만원이나 더 낮다. 그럼에도 김 교수는 양국의 빈곤선을 직접 비교하는 오류를 범했다.

굳이 비교를 하려면 보장수준으로 비교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까다로운 부양의무자 기준, 과다한 간주부양비와 재산의 소득환산율, 추정소득의 부과 등으로 인해 많은 수급권자를 사각지대에 방치하고 있는데, 수급권리가 있는 적격자들 중에서 몇 %나 수급을 받고 있는지는 수급율(take-up rate)로서 점검이 가능하다. 수급율에 대한 언급 없이 단순히 최저생계비만으로 공공부조 수준을 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다섯째, 한국의 경제규모는 30개 OECD 가입국 중에서 11~12위이나, GDP에 대한 사회보장비의 지출은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29위였었는데, 최근에 꼴찌로 하락했다. 한국의 복지수준이 이렇듯 국제표준에 비하여 열악하고, 특히 참여복지를 정책기조로 내세운 노무현정부의 집권이후에 더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설령 잘못된 추정으로 “일인당 최저생계비가 4,710달러인 미국에 비해 한국이 3,400달러로서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복지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더라도, 발표 전에 다른 증빙자료들로서 재점검하는 과정을 거쳤어야만 했다.

아사한 4살짜리 아이가 장롱 속에 방치되고 있는 것이 이 나라의 복지수준임에도, 엉터리 통계치로서 ‘최저생계비가 근로자 평균 임금소득의 55.3%’나 되어 미국보다 복지수준이 높다고 주장하는 비정한 어용경제학자와 자유기업원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자유기업원이 기업을 제대로 대변하는 연구소라면 소득 양극화, 신용불량자 양산, 소규모 자영업자 몰락 등으로 인해 서민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른 이 시점에서 빈민과 서민의 소득보장정책은 바로 그들을 대상으로 밥벌이하는 중소기업과 소규모 상인들의 소득보장정책이자 경제 살리기 정책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복지확대를 통해 경제를 살리고 계층갈등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자유기업원은 틀린 수치로 생존의 벼랑 끝에 선 불쌍한 빈민의 생계비를 줄여야 한다는 악의적인 글을 게재함으로써 공신력을 추락시켰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인 수급권자들로 하여금 반기업 정서를 가지도록 유도해 기업과 국민을 이간질시키고 있다.

류정순 한국빈곤문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