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텍알씨디코리아 노조원 13명 정신질환 산재신청

우울증 동반 적응장애…“사측 감시, 차별에 따른 스트레스”

임단협 체결과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4년째 투쟁 중인 금속노조 하이텍알씨디코리아(구 태광하이텍)지회 조합원들이 집단적으로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조합원 감시와 차별로 인한 집단정신질환 해결을 위한 공대위’(공대위)는 10일 영등포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년간 계속된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쪽의 노조탄압과 조합원 감시, 차별로 인해 여성조합원 13명 전원이 정신질환을 앓게 됐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이날 근로복지공단 관악지사에 ‘우울증을 수반한 만성 적응장애’에 따른 집단산재신청을 냈다.

공대위에 따르면 지회는 지난 2002년 4월부터 임금인상투쟁을 벌여 왔으며 이 과정에서 CCTV 16개를 동원한 감시, 노조원들만 대상으로 한 관리자들의 감시감독, 비조합원만 대상으로 한 임금인상 및 복지혜택과 야유회 등의 차별과 감시를 받아 왔다.

또 2003년 1월에는 설연휴 직전 노조간부 5명 해고 및 조합원 전원 징계 사태가 발생했으며, 단식중인 노조 위원장과 임신 7개월된 조합원에 대한 폭행사건도 벌어졌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조합원들이 안면근육마비 증세, 잦은 통곡 및 우울증, 불면증, 과격한 행동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공대위는 밝혔다. 이에 따라 노조는 지난해 8월부터 동교신경정신과 의원에서 진료를 받기 시작했으며 조 아무개(48) 씨 등 13명이 우울증을 수반한 적응장애 진단을 받았다.

공대위는 “조합원 전원에게 발생한 정신질환은 일상적이고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근무조건과 환경, 그리고 노조 말살을 목적으로 부당하게 진행된 해고의 과정에서 생긴 문제이기 때문에 즉각 업무상 재해로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회사쪽은 지난 7일 노조를 상대로 총 7억6천만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반발을 사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가 외부단체를 불러 협박하는 등 피해자는 회사”라며 “정신질환이라는 진단은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출범한 공대위는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 민주노동당,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 41개 노동사회단체로 구성돼 있다.

‘드라마와 현실 혼동’ 증세까지
노조원 한곳에 모아 집중감시…3년째 비조합원만 임금인상
“해고 이후에는 가슴의 답답증이 너무 심하고 화를 잘 못 참고 밤에 자주 통곡을 한다.” 하이텍알씨디코리아에서 해고된 한 조합원의 말이다.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조합원들은 고혈압, 안면근육 마비, 호흡 곤란 등의 육체적 증세를 보임은 물론이고 울화증, 악몽, 과격한 행동 등 정신적 증상은 더욱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조합원은 “때때로 살인충동을 느낄 때도 있다. 나도 모르게 욕이 나오고 화병이 나서 죽겠다”고 표현했다.

심지어 어떤 조합원은 여성 노동자가 해고돼 1인 시위를 하는 TV 드라마를 보고 현실과 혼동하는 증세마저 보였다.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1인 시위를 하는데, 주변을 지나가는 회사 직원들의 멸시하는 듯한 눈빛에 너무 화가 나고,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욕하고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남편이 진정시킨 일이 있었다.”

공대위에 따르면 회사쪽은 노조원들만을 대상으로 노골적인 감시와 차별을 해 왔다. 노조원들만 따로 같은 생산라인에 배치해 집중감시 했으며 화장실 출입은 물론 전화통화까지도 철저히 감시했다. 직원 130여명 규모에 CCTV를 16대나 설치했다가 지난 2003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되기도 했다.

노조는 “노조 요구로 작업장내 CCTV가 철거된 뒤에도 몰래카메라와 도청을 우려해 조합원들은 생산라인에 신문지를 부착해놓고 작업했고, 말을 하지 않는 대신 글씨를 써서 대화하는 것이 일상화 됐다”고 밝혔다.

임금, 복지 등에 대한 조합원과 비조합원간 차별도 심했다. 2002년부터 3년 동안 비조합원들만 임금인상했고 노조원들은 외출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공대위는 밝혔다. 또 식당 및 헬쓰시설 이용, 야유회 등 사내행사에서도 조합원들은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비조합원만 임금인상시킨 것은 노조가 임금인상에 합의를 안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학태 기자 tae@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