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가짜환자 國庫 가 줄줄샌다

[헤럴드경제 2005-05-19 12:23]

경총서 집중 성토… `근골격계` 산재보험 왜 문제인가
요양기간중 버젓이 취업 휴업급여 챙겨… “노동력 손실ㆍ기업 부담가중 대책절실”

한국경영자총협회 기업안전보건위원회 정기총회가 열린 18일 서울 조선호텔은 산재보험 요양관리와 급여체계의 합리적 조정을 요구하는 성토장이 됐다.

경영계는 조선ㆍ자동차업종의 생산인력이 고령화되는 가운데 산재보험 급여제도가 산재 근로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며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근로자들이 산재보험제도를 근로복귀 회피 수단으로 악용하면서 산업현장의 노동력 손실과 기업의 보험료 부담을 가중시켜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게 골자다.

근골격계가 왜 문제인가를 진단한다.

▶근골격계 사이비 환자 급증=울산시 모 기업에 근무하던 C모(45) 씨는 지난 1993년 12월 허리 근골격계 질환의 일종인 `추간판 탈출증` 판정을 받고 산재환자로 등록한 뒤 11년3개월 동안 휴업급여 2억8000여만원, 생계 보조비 및 상여금 1억5000만원 등 총 4억3000여만원을 지급받았다. 문제는 C씨가 요양기간 중 취업하거나 자영업을 하게 되면 휴업급여를 지급받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월 중국집을 개업해 모두 3000여만원의 휴업급여를 불법으로 수령했다는 점이다.

단적인 사례지만 현재 산재 관련 법ㆍ제도의 허술함을 그대로 보여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이비 산재환자`의 주머니로 국고가 줄줄 새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심지어 산재보험금을 챙기며 중국집, 횟집, 유흥주점 등 자영업을 하거나 대리운전 회사나 자동차 매매상사에 취업해 일을 한 경우도 허다하다.

이렇다 보니 산재보험제도를 전면 재정비해야 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산재환자가 85% 증가했으며, 보험급여 액수 기준으로는 96%나 늘었다. 지난 2000년 1조4563억원이었던 보험급여가 지난해 2조8599억원으로 배 가까이 폭증한 것이다.

▶조선ㆍ자동차업종의 근골격계 질환 현황=국내 중공업ㆍ자동차업계의 근골격계 질환 요양 사례를 보면 놀랍다. 생산근로자 10명 중 1명꼴로 산재환자 신청을 했다.

A중공업의 경우 전체 직영 생산직 근로자의 10%가 산재환자로, 현재 요양 중인 환자만 477명. 평균 요양기간이 540일에 달하며 지난해 산재보험료만 292억원을 썼다. B자동차 역시 현재 요양 중인 환자가 533명으로 평균 요양기간은 260일. 2001년 122억원이던 산재보험료는 지난해 223억원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이 겪는 고충은 말로 표현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근로자 평균 연령이 41.5세인 조선업계의 경우 근무 분위기 저하에 노동력 손실이 겹치면서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산재보험료도 크게 올랐지만 소위 `나일론 환자` 발생으로 인한 근로자 간 상호불신은 극에 달해 있는 상태. 자동차업계 역시 라인 조립 공정이기 때문에 산재발생 시 충원한 근로자와 산재에서 복직된 근로자와의 업무조정에 따른 갈등도 야기되고 있다.

당연스레 기업들은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대응책이 없는 상태에서 사업주 예방의무가 법제화됐기 때문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3년마다 정기유해요인조사, 질환발생 시 수시 유해요인조사, 1년에 10명 이상 질환자 발생 시 근골격계 예방 프로그램 실시 등이 규정됐으며 법규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도덕적 해이`를 막아야=재계는 잘못된 근골격계 질환 보상체계가 기업의 경영활동과 생산공정을 옥죄고 있어 근로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요양급여와 휴업급여의 지급시기 제한 명시화 ▷휴업급여 수준 하향조정 ▷산재보험과 국민연금의 중복 급여 등 산재보험 급여체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조기에 근로자가 복귀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최근 한국경영자총연합회 기업안전보건위원회는 ▷근골격계 질환 인정기준 업무지침 강화 대책 ▷사업주의 산재심사청구권(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승인에 대해 사업주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 신설 등의 다양한 대책활동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위원회는 현행 산업안전보건 관련 법과 제도는 5개 부처, 11개 산하기관, 18개 법률에서 중복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산업안전에 관한 총괄적 조정 기능이 결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안전 관련 법과 제도의 중복 규제와 비현실적 규제 정비를 위한 대책 활동뿐만 아니라 산업안전기본법 제정이 촉구돼야 한다는 얘기다.

경총 관계자는 “기업의 경영활동을 가로막는 산재 제도의 보완과 법 제정이 시급하다”며 “무엇보다 `일단 입원하고 보자`는 식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창민 기자(cmja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