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노동자, 근골격계 질환 ‘빨간불’
“작업의 80%, 근골격계질환 유해성 높아”
환자를 치료해야 할 보건의료노동자들이 근골격계질환의 유해성이 높은 작업환경으로 인해 오히려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6일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가 서울대병원의 대표적 업무를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실시한 결과 위험정도 ‘상(즉각적인 작업환경 개선이 요구되는 근골격계질환의 유해성이 높은 작업)’이 40%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위험정도 ‘중상(빠른 작업환경 개선이 요구되는 근골격계에 부담이 상당히 높은 작업)’도 40%로, 보건의료노동자들의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한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서울대병원지부노조(위원장 김진경)가 의뢰해 실시된 것으로, 연구소는 병동 간호사, 간호운영직, 급식과, 중앙공급실, 수납 및 채혈 등 주요부서 30개 작업에 대한 유해요인을 평가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지부노조에 따르면 보건의료사업장의 경우 △‘환자중심의 희생적 업무’로 불편한 자세와 과도한 힘의 사용에 따른 위험수준의 증폭하는 작업적 특성 △본인 질병 노출이 어려운 환경 △환자를 다루는 업무의 특성상 기계화 등 직업적 위험요인 감소가 어려운 작업 환경 등으로 근골격계질환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었다. 이 때문에 지난 2000년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129개 직업을 대상으로 근골격계질환 발병률을 조사한 결과 간호업무 관련업종에서의 발병률(6만2,332건)이 가장 높았으며, 다음이 트럭운전사(4만5,327건)였다.
서울대병원지부노조 현정희 부위원장은 “법으로도 노동자 1인이 10Kg 이상의 중량을 지속적으로 옮기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병원 업무 특성상 간호사들은 매일같이 60Kg이 넘는 환자들의 침상 교환을 반복하고 있다”며 “보건의료노동자들을 위한 병원 환경 개선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소 역시 서울대병원의 간호 및 간호운영직종에서 △협소한 병실구조 △부적절한 작업대 및 작업도구의 구조에 따른 불편한 자세의 강제 △중량물 취급에 따른 부담 △제한된 시간에 집중되는 작업내용에 따른 노동강도 등을 근골격계질환 발생의 주요 유해요인으로 꼽았다.
이에 따라 서울대병원지부노조는 올 임단협에서 △침상교환 시 2인1조 시행 △간호사 1인당 환자수 감소를 위한 인력충원 △기능성 신발 및 정맥예방류 고탄력 스타킹 지급 등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10대 요구안을 관철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김미영 기자 ming2@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