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와 업무상 스트레스 무관하지 않다”

공대위,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산재인정 불승인은 부당

지난 10일 금속노조 하이텍알씨디코리아지회 13명 조합원들이 근로복지공단 관악지사에 ‘산재요양신청’을 접수했다. 그리고 지난 27일 근로복지공단 관악지사는 ‘노사 쟁의행위기간 조합원들은 사용주의 지배하에 있지 않기 때문에 산재로 승인되지 않는다’며 불승인 판정을 구두로 통보했다.

그러나 ‘하이텍알씨디 조합원 감시와 차별로 인한 집단정신질환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는 근로복지공단이 조사과정 중 객관적 근거확보나 실질적 조사를 진행하기는커녕 사실관계를 규명하려는 노력조차 없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매일노동뉴스

2일 오전 서울 영등포 앞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공대위는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과 신뢰’를 모토로 하는 근로복지공단이 4년여간 계속된 회사의 조합원 감시, 차별, 부당해고, 노조탄압으로 집단정신질환이 발생한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노동자에게 전원 산재불승인 결정을 내려 다시 한번 노동자의 마지막 생존권마저 짓밟아버렸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자문의사협의회에 근로복지공단이 제출한 ‘조사복명’ 자료를 살펴보면 사용자의 주장과 재해 당사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단순 수집한 것, 또 재해 당사자도 아닌 사용자의 의견을 오히려 비중있게 다룬 점 등 조사과정상 형평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사건을 맡은 유성균 노무사는 “산재조사과정에서 사용자의 의견은 단지 참고인 수준임에도 ‘조사복명’ 자료를 살펴보면 재해당사자보다 오히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며 “산재인정 과정에서 현재 ‘사용자의 이의제기권’이 없는 상황에서 공단이 이를 유도내지, 인정해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즉, 근로복지공단이 ‘불안증을 수반한 만성적응장애’라는 집단질환을 인정받은 13명 조합원들이 주장한 CCTV를 통한 감시, 부당배치전환, 차별을 받으면서 질병이 발생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사실 확인을 해야 함에도 재해당사자와 사용자쪽의 의견만을 단순 수집해 자문위원회에 보고했다는 것.

▲ 조사복명서.

실제로 ‘조사복명서’를 보면, 재해당사자 13명만을 조사한 근로복지공단이 사용자쪽은 17명을 조사했으며 사실여부와 관련, 공단 심사팀의 입장이나 소견은 전혀 밝히고 있지 않다.

유 노무사는 “자문의들은 의료적 자문만 가능할 뿐,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이나 법률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아니”라며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보상법상 자신의 고유한 의무이자 권리로 규정된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권’을 스스로 포기했다”며 근로복지공단의 직무유기를 지적했다.

지난달 18일부터 근로복지공단 관악지사는 사업장 현장조사 및 재해당사자, 회사관리자 등에 대해 출석조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장과 사무실 등지에서 ‘CCTV’ 존재 여부와 조합원에 국한한 출입통제 사실 등도 밝혀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조합원들의 적응장애등 정신질환 발병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노사갈등에서 촉발된 것인 만큼 이번 결정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근로복지공단 관악지사장은 이날 공대위의 항의면담 과정에서 “장기간에 걸친 노사갈등으로 인해 조합원들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정신질환이 발병한 사실은 현장조사과정에서도 확인됐다”며 “발병 사실이 업무상 스트레스에 의한 것이 아닌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비롯된 만큼 전원 불승인 결정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년간 산재문제를 담당해 온 김태영 노무사는 “노사관계가 업무와 동떨어진 것이 분명히 아님에도 이를 쟁의행위기간 중 발생한 질병이라고 해서 산재승인을 내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산재판정의 기준은 업무과정에서 사업주의 차별, 감시, 통제, 비조합원들의 집단 따돌림이 있었는지 여부이며 이와 같은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판단기준으로 삼는 것은 월권”이라고 주장했다.

마영선 기자 leftsun@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