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부정수급자 부각하는 의도 뭔가
한국의 경제규모는 OECD가입국 중에서 10위권이다. 그러나 GDP 대비 복지예산은 OECD 가입 이래로 지속적으로 꼴찌에서 둘째인 29위를 유지해 왔었는데, 2001년부터는 꼴찌(30위)로 하락했다. 2004년 최저생계비 이하 빈민 수는 시민단체들은 800만명, 정부는 400만명으로 추계하고 있음에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수는 140만명에 그칠 정도로 사각지대에 방치된 수급자의 문제는 심각하다.
▲ 류정순 한국빈곤문제 연구소 소장.
상황이 이러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한나라당의 전재희 의원이 복지부가 지난해 기초생활수급자와 부양의무자 중 금융소득이 있는 111만명의 금융재산 내역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300만원 이상의 금융재산을 소유한 가구를 15만5,593가구임을 밝혔다. 그리고 마치 300만원 이상의 금융재산을 소유한 가구는 부정수급자인 것처럼 발표했다.
현행 제도에 의하면, 소득환산이 면제되는 재산은 대도시의 경우에 일반수급자가구 4,100만원, 장애인, 노인 등의 근로무능력자가구 6,300만원, 부양의무자가구 1억1,318만원, 소득이 33만원 이하인 노부부가구 1억3,800만원이다. 그리고 출가한 딸은 재산조사를 하지 않는다. 전 의원은 이 기준들을 알고 있을 것이 분명한데도 왜 300만원이라는 뚱딴지같은 기준을 적용해 많은 적격자들을 마치 부정수급자로 몰아붙이는지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전 의원의 발표 자료를 각 언론기관들은 대서특필했다. 특히 중앙일보는 ‘통장에 12억 있는데 정부 매달 생활비’라는 대문짝만한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었는데, 그 다음날 전 의원이 지적한 경기도 이천시 황아무개씨의 금융재산 12억2,044만원은 기재 착오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신문 한 귀퉁이에 조그맣게 정정했다.
이외에도 전의원이 부정수급자라고 예를 들어 설명한 서울 강서구의 5천만원 이상의 금융재산을 보유한 사람들은 대부분 ‘재산의 소득환산 제외자들’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나 북한 이탈 주민이고, 경북 영천의 부양의무자의 금융재산이 3억6,107만원인데도 계속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부여한 사례는 “현행법상 출가한 딸의 금융재산은 부양능력 산정에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적격자임이 밝혀졌다.
전 의원은 “복지부가 지난해 조사에서 금융재산이 과다하게 나타난 2천여 가구에 대해 급여 중지 결정을 내리고, 3만9천여 가구는 급여액을 축소하는 결정을 한 사실에 대해 지난해 기초생활보장 대상 가구 75만3천여 가구 중 5.4%인 4만1천가구가 부정수급자로 판명난 셈”이라고 발표했다.
금융재산조사는 매년 1회 실시하는데, 지난 11개월 동안 금융재산에 변동이 있었던 사람들 이 5.4%로서 금융재산조사 결과 급여중지 조치가 취해진 사람, 급여가 증가된 사람, 급여가 줄어든 사람들을 모두 합쳐서 4만1천가구라는 뜻이다. 이렇게 수급자들의 재산 변동 사항을 복지부에서 조사해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바로 금융실명제의 실시와 전산화의 진전으로 제도 점검 시스템이 잘 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어떻게 전 의원은 급여가 중지되거나 축소된 4만1천가구(5.4%)를 모두 부정수급자라고 함부로 매도하는가? 전체 자영업자의 49%인 206만명이 과세미달자로서 세금이 면제되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내년부터 연 매출 4,800만원 미만인 간이과세 자영업자 중 매출 상위 21만명(13%)의 부가가치세율을 내려 세금부담을 줄여 준다고 한다.
전 의원은 과세미달자 중에서 탈루소득이 있는지, 있다면 누가 얼마나 탈세를 하고 있는지, 비교적 영업소득이 짭짤한 자영업자의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의 도입이 형평에 맞는지에 대해서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있다. 전 의원은 사각지대에 방치된 수급권자에 대해서는 내가 알 바 아니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으면서 유독 부정수급자 문제만 부각 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이번 발표를 통해 입증됐다.
만약 한나라당이 기득권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당이 아니라 소외 계층의 표도 귀중하게 여기는 당이자 계층 갈등을 아우르는 당이라면 엉터리 자료로써 사실을 왜곡해 발표하는 전 의원을 징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시민단체들은 다음 선거의 낙천·낙선 대상에 전 의원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류정순 한국빈곤문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