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단 ‘개인 진료 정보 공개’ 움직임에 시민단체 ‘발끈’
시민단체 “가장 민감한 개인 정보, 민간 보험회사에 넘어갈 것”

2005-07-04 오전 10:35:50

정부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개인 진료 정보의 열람ㆍ발급을 용이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시민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시민단체는 민간 보험회사들에게 개인 진료 정보를 쉽게 제공해 인권 침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규제개혁기획단, “개인 진료정보 자유롭게 열람ㆍ발급 가능케 조치 예정”

4일 국무총리실 규제개혁기획단과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의료보험 진료 정보를 자유롭게 열람ㆍ발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정부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개인들은 주민등록등ㆍ초본, 호적등본 등을 발급받을 때와 마찬가지로 건강보험공단에서 본인의 진료 정보를 열람ㆍ발급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열람ㆍ발급이 용이하도록 건강보험공단이 이 정보에 대한 전산망을 구축하도록 할 예정이다.

규제개혁기획단 관계자는 “현재 자기 진료 정보를 개인이 열람하는 것이 불가능해 혹 오류가 있더라도 시정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자유롭게 진료 정보를 열람ㆍ발급하는 것이 가능해지면 진료 정보에 대한 개개인의 통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또 “개인의 필요에 따라 민간보험 등에 가입할 때 진료 정보를 활용하는 것도 가능해져 개인의 진료 정보에 대한 자기 결정권도 강화된다”고 덧붙였다. 민간보험 회사들은 그 동안 진료 정보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어 질병을 숨기는 가입자에게 부당하게 보험료를 지급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개인 진료 정보에 대한 사전 열람을 원해 왔다.

시민단체, “가장 민감한 개인 정보 민간 보험회사에 넘어갈 것”

하지만 이런 규제개혁기획단의 방안에 건강세상네트워크,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가지고 있는 민감한 개인 정보가 민간 보험회사들로 쉽게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창보 사무국장은 “건강보험공단이 진료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목적부터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며 “이 진료 정보는 의료기관이 보험료를 부당 청구하는 것에 대비해 부득이하게 보유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진료 정보는 개인 정보 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정보이기 때문에 쉽게 열람ㆍ발급 가능한 다른 정보와 구별해서 봐야 한다”며 “암호화해 진료 당사자가 누군지 식별할 수 없게 하거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폐기해야 할 정보”라고 덧붙였다. 실제 진료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진료 정보를 모두 암호화해 특정 진료 내역의 당사자가 누군지 식별하기 힘들게 관리하고 있다.

김 국장은 또 “이번에 정부가 이런 방안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가입자 진료 정보를 사전에 열람하기를 원하는 민간 보험회사의 입장이 크게 반영돼 있다”며 “이렇게 민간 보험회사들이 사전에 가입자에게 진료 정보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게 되면 당연히 과거에 질병을 앓았던 이들의 보험 가입이 금지되거나, 보험료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관심을 갖기에 앞서 정보의 수집 목적이 무엇인지부터 곰곰이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건강보험공단과 국가인원위원회도 이번 규제개혁기획단의 방안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강양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