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이주여성 절대빈곤 절반 넘어

복지부, 국제결혼 이주여성 실태조사…23.6% 의료보장 사각지대

여성 결혼이민자 가구의 절반 이상인 52.9%가 최저생계비 이하의 가구소득을 갖고 있음에도 생계비를 지원받는 가구는 10.2%에 머무는 등 빈곤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8세 미만의 아동이 있는 여성 결혼이민자가 역시 절반을 훌쩍 넘는 57.5%가 교육비 부담을 크게 갖고 있는데다 23.6%가 실질적인 의료보장체계 안에 들어가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 규모로는 처음으로 여성 결혼이민자 부부 945쌍(심층면접 27명)을 대상으로 ‘여성 결혼이민자의 생활실태와 보건복지 욕구조사’ 결과 나온 것이다.

국제결혼 이주여성 주당 47시간 노동

이에 따르면 국제결혼 평균연령은 부인이 34세, 남편이 41세로 부부간 연령차는 평균 7세가량이었다. 80년대는 종교단체(통일교)를 통해 주로 일본여성이 입국했으나 90년대 들어 중국동포에 이어 90년대 중반 이후 필리핀, 태국, 그리고 90년대말 베트남, 구소련에서 결혼을 위한 이주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본국에서의 경제적 배경은 중간층 정도 되나 나이가 높거나 재혼일수록 본국에서 주요 생계부양자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여성 결혼이민자는 농촌·도시를 막론하고 60%가 취업 중이며 음식점 등 서비스직(52%), 공장노동자(14%), 교사·자영업자(13%) 등의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주당 47시간으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근로소득은 월평균 소득은 140만원 가량으로 나타났다. 취업 중 가장 큰 어려움은 ‘노동시간이 너무 길어서’(21%), ‘자녀 양육부담’(18%), ‘편견이나 차별’(12%)의 순이었다.

최저생계비 이하 가구소득 절반 넘어

여성 결혼이민자 가구의 경제적 사정은 매우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평균 총 가구소득은 149만380원으로 본인과 남편을 합친 근로소득이 96만9원(여성 41만5,677원, 남편이 52만9,773원)으로 전체의 64.8%를 차지했다. 여성 결혼이민자 가구의 52.9%가 최저생계비 이하의 가구소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른바 복지급여라고 할 수 있는 정부지원금은 전체 소득의 0.5%에 그쳤다. 경제적 이유로 끼니를 거른 경험을 한 이는 15.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절대빈곤 하에 있는 여성 결혼이민자 가구비율이 절반을 넘어섰음에도 생계비를 지원받는 가구는 10.2%에 머물렀다.

또한 의료보장체계와 관련해 여성 결혼이민자들의 22.5%가 전액 본인부담을 하고 있는 등 23.6%가 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표3 참조> 지난 1년 안에 치료를 받아야 함에도 포기한 여성 결혼이민자는 18%로 ‘치료비’ 부담을 이유로 꼽았다. 보건복지부는 “국제결혼 이주여성 가구의 빈곤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쳐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포함한 다각적 방안을 검토하고, 건강보험 가입의 적극적 홍보 등 보건의료서비스 확대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연윤정 기자 yon@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