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8명 “지하철과 시민안전 확보 문제 있다”
부산지하철노조, 공단 경영혁신 조합원 설문조사
부산지하철노조(위원장 오영환)가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안전 및 경영혁신과 관련 경영진(임원)에 대한 전체 조합원 평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공단의 경영혁신이 지하철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응답이 대다수를 이룬 것으로 조사됐다.
외주용역 업무효율성·서비스 질 낮춰
전체 조합원 2,753명 중 1,747명(63.46%)이 참여한 이번 설문조사에서 공단이 ’05년에 시행한 전체 직렬 외주용역이 업무의 효율성을 높였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의 92.2%,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는 응답은 7.8%에 그쳤다.
또 ‘외주용역이 각종 설비의 유지관리 및 보수, 승객의 서비스 질을 높였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도 ‘그렇지 않다’와 ‘전혀 그렇지 않다’ 97%의 응답을 보인 반면,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는 3%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공단의 경영혁신(기술, 차량 외주용역, 역무 매표소 폐쇄, 승무 30분 연장운전 등)이 지하철과 시민안전 확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83.3%가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고 응답해 시민안전 확보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 ‘부산지하철에서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와 같은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승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도 91.5%가 부정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노조는 “대다수의 조합원은 수익성 위주의 공단의 경영혁신이 지하철 안전운행과 시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현재의 구조로는 지하철 노동자의 노력만으로는 안전 확보를 할 수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감사원 문제 지적했음에도 소방설비 외주화
노조는 이같은 응답이 나온 배경에 대해 지난 2001년 11월 감사원이 부산교통공단과 대구시, 광주시 등 4대 광역시에서 건설 중인 도시철도 건설사업 집행실태를 감사한 결과 상당수 지하철에서 배연 시스템 설계가 잘못된 것으로 확인됐음에도 공단쪽에서 이를 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부산지하철의 경우 화재 발생지역이 아닌 층에서도 배기가 되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함으로써 연기가 다른 층으로 확산될 위험이 큰 것으로 감사원이 지적했다”며 “그럼에도 공단은 지난 2월 소방설비, 공조설비에 대해 외주용역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또 지난 2003년 2월18일 대구지하철 참사 뒤 부산소방본부는 건설교통위에 ‘부산지하철 소방안전대책’을 보고하며, 부산지하철 역에서 근무하는 역무원 4명이 안전요원을 겸임함으로써 화재 등 재난 발생시 대처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음에도 공단은 지난해 10월부터 오히려 매표소를 폐쇄하고 역무원을 3명으로 줄여 화재 및 재난에 의한 신속한 승객 안전대처는 기대하기조차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또 지난 2월24일부터 부산교통공단에서 시행한 승무 30분 연장운전과 관련, 부산지하철의 경우 해마다 증가되는 사상사고로 인해 기관사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엄청남에도 승무 30분 연장을 공단에서 일방적으로 시행했다고 비판했다. 부산지하철에서는 지난 2003년 13건, 지난해 20건의 사상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또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도 지난 2003년 8월17일 우울증과 불안증에 시달리던 기관사가 마주오던 전동차에 뛰어들어 자살했고, 또 한 명의 기관사는 환청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다 지난 2003년 8월30일 투신자살하는 등 기관사들의 스트레스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지적된 바 있다. 또 지난해 도시철도공사 소속 기관사 8명은 우울증과 구토, 메스꺼움 등 위장장애를 동반한 ‘공황장애’ 등을 이유로 산재요양승인을 받은 바 있다.
노조는 “지하철업무에 있어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부산지하철노조 조합원들조차 공단이 일방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경영혁신에 대해 업무 효율성과 승객 서비스 질을 전혀 향상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번 설문 결과를 평가했다.
또 “공단의 경영혁신은 공단 경영진이 감사원 감사결과와 부산소방본부의 부산지하철 소방안전대책, 기관사 공황장애를 무시하고, 노사합의로 외주용역을 하지 않겠다는 합의까지 파기하며 강행한 것”이라며 “부산지하철 안전운행과 시민안전을 포기하는 무책임 경영의 표본”이라고 비판했다.
임지혜 기자 sagesse@labortoday.co.kr
2005-07-21 오전 10:11:29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