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노동안전보건제도, 신자유주의 위협 막아내다

“사업주 책임강화와 다양한 노동자 참여구조로 노동자 건강 지켜내”

유럽의 노동안전보건제도는 신자유주의의 위협에도 굳건히 유지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도 시사점이 많다는 주장이 소개됐다.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정책국장은 <노동사회> 7·8월호에 실린 ‘유럽의 노동안전보건제도’라는 글을 통해 “유럽에서도 신자유주의 물결이 몰아치면서 자본이 도전이 강화되고 있다”며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제도를 굳건히 지키거나 더 강화된 예도 적지 않다”면서 이 같은 최근의 유럽의 노동안전보건제도를 소개했다.

사업주 책임 강화 명시

이에 따르면 유럽에선 70년대 들어 포괄적인 형태의 노동안전보건 관련법이 제정돼 왔다. 영국에선 74년 노동보건안전법을 제정, 고용주, 자영업자, 노동자, 제조업자, 물질공급업자 등의 의무와 책임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작업장 방문객, 주변 일반시민까지 법의 보호대상으로 확장했다.

스웨덴에선 77년 노동환경법을 제정, 모든 고용자뿐만 아니라 학생까지 보호대상으로 했고, 군인, 죄수, 환자도 부분적용을 받도록 했다. 또한 94년 개정을 통해 1인 기업 및 가족 기업에도 적용토록 했다.

또한 유럽에선 사업주가 노동자의 안전하고 건강하게 작업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강구케 하는 등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토록 했다. 그럼에도 노동안전보건 관련법은 ‘예방법’이기 때문에 법을 어겨도 처벌이 미약하다며, 영국 등을 중심으로 안전보건의무를 다하지 않아 노동자를 사망토록 한 사업주는 형법에 의해 ‘살인죄’로 처벌하자는 의견이 대두돼 치열한 논쟁이 이뤄지고 있다.

국가별 노동운동 역량과 노동안전보건 수준의 비교

영역
점수 노동운동
의 역량 정책 노동자
참여 노동자
교육 안전보건서
비스 공급자 안전보건
서비스 정보
제공 국가재정
투입 종합
순위
10
9 스웨덴 스웨덴 스웨덴 스웨덴 핀란드 스웨덴 스웨덴 스웨덴
8 핀란드 핀란드 스웨덴
7 핀란드 핀란드 핀란드 핀란드 핀란드
6 영국 영국 미국 독일 독일
5 영국 독일 영국 영국 영국
4 독일 핀란드 영국 영국독일
3 미국 독일 미국 미국 영국독일 미국
2 미국 미국 독일 미국
1

* Elling, Ray H(1986), 『The struggle for workers‘ health』에서 발췌.

다양한 노동자 참여제도

그러나 무엇보다 유럽의 노동안전보건제도를 지탱할 수 있는 기둥은 적극적인 ‘노동자 참여구조’라는 주장이다.

이상윤 정책국장은 “유럽에선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동자의 적극적 참여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는 사실은 철칙에 가깝다”면서, 77년 영국에선 안전대표 및 안전위원회법이 제정된 이후 거의 모든 유럽 국가에서 노동자의 적극적 참여구조를 제도화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안전대표’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안전대표는 노동자들에 의해 선출돼 회사로부터 노동안전보건 교육시간과 노동안전보건 활동시간을 유급으로 보장받고, 이들이 자신의 사업장을 돌아다니며 유해요인 평가, 동료 노동자의 의견수렴, 회사의 안전보건 방침 및 정책에 대한 감시와 감독 등을 일상적으로 행하고 특별한 경우 직접 정부에 조사를 요청하거나 정부 조사에 동참해 함께 조사할 권리를 부여받는다.

스웨덴을 비롯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경우는 노동자 참여구조가 더욱 잘 보장돼 있다. 스웨덴의 경우, 5인이상 일하는 사업장에서는 무조건 노동자안전대표를 선출해야 하며 노조 또는 노동자 직접투표에 의해 선출돼 3년 임기를 보장받고 있다. 영세사업장의 경우 지역별로 노동자안전대표를 구성토록 하며 이들의 활동비는 국가가 부담한다.

또 노사 동수로 구성된 ‘직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작업장의 안전보건과 관련된 핵심적인 사안을 결정토록 했으며, 50인이상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이를 설치해야 한다.

유럽노동운동 ‘노동자 생명’ 우선가치

이와 함께 이상윤 정책국장은 “제정된 법이 제대로 집행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매우 주요하다”며 정부기구의 행정력을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영국은 74년 노동보건안전법을 집행하는 기구로 보건안전청이 설립돼 일상적인 사업장 감시·조사·감독을 행하는 보건안전감독관이 있고, 이들은 1,500여명의 감독관과 600여명의 전문위원으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법 위반 발견 시 사업장을 기소할 권한과 시정조치를 명령할 권한을 갖고 있다.

이상윤 정책국장은 “최근 유럽에선 화학물질 중에서 발암물질의 위험을 규제하기 위한 다양한 접근이 시도되고 있고 안전영역에선 기계안전, 추락사고 방지 등에 초점을 맞추고, 새로운 영역에선 작업장 스트레스 예방을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하고, “최근 들어 자본과 정부의 반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노동자의 단결된 힘으로 이러한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면서 “그러나 유럽의 노동운동은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양보할 수 없는 가치로 부여잡고 있기에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연윤정 기자 yon@labortoday.co.kr

2005-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