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노동자의 백혈병 등 업무상질병 인정돼야
얼마 전 광양제철소에서 일용직으로 용접 일을 하다가 백혈병에 걸려 지난 3월 숨진 박아무개씨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에 “유해물질에 노출돼 백혈병에 걸려 사망했다”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달라고 촉구한 사건이 있었다.
사실 용접공은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직업이면서도 그 위험성은 잘 알려지지 못한 측면이 많다. 최근 민주노총 법률원에서 진행 중인 산재소송사건 중 하나도 “여수 산업단지 내 A화학공장에서 10년여 일해 왔던 용접공에게 발생한 뇌종양”사건으로 국내에서 소송으로 다투어진 적은 처음이다.
용접작업 중 유해인자 다수 발생
용접작업에서 발생하는 유해인자로서는 용접흄, 산화철 분진, 각종 중금속 등의 입자상의 물질, 자외선 등 유해광선, NO, NO2, CO, CO2, O3 등 유해가스와 소음, 화상, 전기, 화재·폭발 등이 있다. 이 중 용접흄(fume)이란 용접에서 발생되는 고온이 금속을 녹이게 되는 과정에서 금속이 녹으면서 증기가 발생하고 이 증기가 공기 중에 급속히 냉각되어 발생한 미세한 입자를 지칭한다. 용접흄의 금속성분으로는 망간, 크롬, 니켈, 베릴륨 등의 발암물질이 있고, 미국 NIOSH는 용접흄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의 표준항목으로 비소, 베릴룸, 카드뮴, 6가크롬, 니켈로 규정한다. 용접흄 등의 흡입·노출로 인해 폐조직이 섬유화되는 용접공폐증, 폐수종, 폐기종 및 만성기관지염, 호흡곤란, 기침, 흉통, 금속열, 철폐증, 중금속 중독, 유해가스 중독 등 각종 질병이 발생되고 있으며, 용접 노동자들의 폐암에 대한 상대적 위험도는 40%를 넘는 것으로 역학 연구에서 보고된 바 있다.
현재까지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 법원의 사례를 보면, 진폐증(대법원 1992. 5. 12. 선고 1991누12035 판결), 파긴슨증후군(서울행법 2000. 1. 28. 선고 1998구7175 판결), 폐 악성종양(서울고등법원 1995. 2. 16. 94구16425판결), 폐암의 업무상 질병을 인정한 판례(대법원 1996. 2. 13. 선고 95누12774 판결)가 있다. 문제는 국제암연구학회(IARC)에 의해 발암물질(Group 1)로 규정된 물질과 표적장기에 있어서 위와 같은 사례는 명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백혈병은 벤젠, 에틸렌 산화물로 유발되는 질병으로 명시되어 있고, 뇌종양은 아예 유발물질조차 규정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용접공 유해인자 노출 심각
결국, 용접공으로 인한 당해 상병의 유발성이 인정될 수 없다면 당해 노동자가 종사하였던 곳의 근무환경에 대한 역학조사가 2차원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일단, 현재 여수산단 유해화학물질(일부)에 대한 발암성 인자 즉, Benzene(백혈병, 임파선종, 혈액암), 1,2-di chloroethane(혈관종, 폐유두종, 간), Bromodi chloromethane(폐부종, 간세포암, 신장종양, 대장암), Vinil chloride(간종양, 뇌암, 폐암, 임파선암), Chloroform(간종양, 신장종양, 황달), Carbon tetrachloride(간종양, 신장종양), Trichloro ethylene(CNS장해, 간종양) 등 주요 발암물질 등에 대한 노출정도 및 환경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둘째 실제 종사한 사업장의 유해인자 및 노출 등 작업환경에 대한 조사이다. 나무조차 황폐화된 척박한 노동환경에서 용접공의 업무는 대개 배관용접 및 탱크 등의 균열 부분을 용접하는 것이다. 이러한 배관용접을 위해서는 배관내 십수년간 흘러왔던 유해물질을 중지·제거시킨 후 작업을 해야 하나, 실제로 현장에서 행해지는 용접작업은 정기보수작업 보다 긴급작업 등이 많이 있고 또한 배관에 누적된 유해물질(대부분 발암성)이 완전히 제거되지 상태에서 작업이 이루어져 배관에 남아있는 유해물질을 용접흄과 함께 흡입하는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다.
신중하고 철저한 조사 이뤄져야
결국, 여수산업단지 내 용접노동자의 경우 산단 자체 일반적 유해인자, 당해 공장의 배관에 남아 있는 유해인자, 용접흄 등 용접작업 자체의 유해인자에 3중으로 노출된 작업환경이므로, 단지 용접작업에서 명확한 백혈병 등 발암물질이 없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작업환경에서 발암물질에 노출되어 이환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하청공장을 전전하면서 특수검진조차 한 번도 받지 못한 비정규 용접공 노동자들이 백혈병에 걸린 사건은 단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수산업단지 내 근무하고 있는 모든 노동자의 건강권이 달린 문제라는 점에서 보다 객관적 타당성을 가질 수 있는 신중하고 철저히 조사가 필요하다.
상담문의 : 민주노총 법률원 02)2635-0419, http://www.nodong.org/
권동희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 nodong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