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석면 관리, 이대로는 안 된다
사설

건축자재 등의 원료로 광범위하게 사용돼온 석면의 관리 소홀이 심각한 상태다. 슬레이트, 천장마감재 텍스 등에 포함된 석면은 그 치명적인 독성이 알려지면서 사용이 대부분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과거에 사용된 건물의 해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분진이 나올 수밖에 없음에도 관리는 거의 무방비 상태다. 공기 중에 떠다니다 몸에 들어가 중피종이라는 불치의 암을 일으키는 석면가루는 ‘조용한 시한폭탄’이라는 악명까지 갖고 있다.
최근 일본 열도를 석면 공포가 휩쓸고 있다. 석면을 함유한 건자재를 생산해온 대표적 업체 구보타가 1978~2004년 사이에 전직·현직 종업원 79명이 석면 피해로 숨진 사실을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부랴부랴 제조업체 89곳을 조사한 결과, 그동안 374명이 숨지고 88명이 치료 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생산업체뿐 아니라 건설·자동차 등 관련 기업에다 주민들까지 따지면, 피해자는 엄청난 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0~50년의 잠복기를 감안하면 앞으로 40년 동안 10만명이 석면 때문에 숨질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도 나온다.

일본 못지 않게 석면을 많이 사용해온 우리나라에서는 피해조사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타지 않으며 매립해서도 안 되는 폐석면을 소각·매립 처리했노라고 환경부 통계가 밝히고 있을 정도로 관리가 허술하다. 석면 함유 건축물을 해체할 때 노동부 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돼 있지만 현실과 먼 규정일 뿐이다. 수많은 건물 철거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석면가루가 공사 인부와 주변 주민들의 허파로 들어가고 있을지 끔찍한 일이다.

무엇보다 먼저 실태와 피해조사를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신속하고 철저하게 대응 체계 확충에 나설 것을 정부와 업계에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