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썰매장은 ‘석면 썰매장’
용평리조트서 대량 검출…관광객, 먼지 마셔 피해 우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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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평창의 용평리조트가 1991년부터 설치해 운영하는 산악썰매장 주행로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대량으로 나왔다.
용평리조트의 산악썰매는 뉴레드코스 슬로프 옆 산비탈에 설치된 730여m 길이의 시멘트 재질 경사로를 1~2인용 플라스틱 썰매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가는 놀이시설로, 스키장이 문을 열지 않는 피서철 등에 용평리조트를 찾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석면환경협회와 부정부패추방 시민연합은 “9일 평창군의 협조를 받아 용평리조트 산악썰매 주행로에 쓰인 자재의 표본을 채취해 서울대 보건대학원 산업보건학교실에 맡겨 분석한 결과, 석면이 10~30% 가량 함유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고 16일 밝혔다. 이런 석면 함유량은 국내의 대표적 건축자재 업체들이 석면 공해 방지를 이유로 생산을 중단한 천장 마감재 ‘텍스’에 함유된 석면량의 최고 6배, 슬레이트에 함유된 석면량의 최고 3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석면환경협회 등은 “시멘트와 섞여 고형화한 석면에서는 치명적인 석면 먼지가 발생할 위험성이 적지만, 산악썰매와 같이 급경사와 급커브로 돼 있는 주행로에 쓰였을 때는 썰매와의 마찰에 의해 미세한 석면 먼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용평리조트 산악썰매의 제동방식은 썰매에 달린 브레이크 패드를 주행로 바닥에 직접 마찰시키는 방식이어서 이용객들이 석면 먼지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신현욱 석면환경협회 이사장은 “이번 석면 검출을 계기로 놀이공원들에 설치돼 있는 각종 탈것들의 제동장치 등 석면 함유 가능성이 있는 놀이기구에 대한 전면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용평리조트 관계자는 “석면 문제는 이번에 처음 알았지만, 이미 자재를 제조한 외국업체의 도산으로 보수용 자재를 구하기 어렵고, 주행로 깊이가 얕아 썰매가 튀겨나갈 위험이 커 대책을 고민하던 중”이라며 “이용객들의 건강에 문제가 된다면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주행로를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 등으로 보완하든지 물썰매 등 아예 다른 시설로 교체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