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 부담에 기업들 ‘골병’…근골격계 질환 등 작업관련성 재해 증가
[파이낸셜뉴스 2005.07.25 19:21:22]
근골격계 질환을 포함한 작업 관련성 재해가 크게 늘면서 기업들의 산재보험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산재보험 급여체계 및 요양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5일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올 전체 산업평균 산재보험료율은 1.62%로 지난해보다 9.5% 인상됐다. 이로써 임금인상률을 반영한 올 산재보험료 액수는 3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3조원보다 2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의 총 보험료 부담은 지난 2000년 1조8000억원에서 5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연도별 산재보험료율은 2001년부터 3년간 잠시 주춤했으나 지난해부터 2년 연속 증가세로 돌아섰다. 최근 근골격계 질환 환자 판정이 급증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근골격계 질환은 무거운 물건을 드는 힘든 일이나 조립공정 등의 반복작업으로 인해 발생하며 목·어깨·허리·팔 등의 부위가 저리고 아프거나 마비되는 직업병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근골격계 질환은 4112명으로 지난 99년 344명에 비해 5년 동안 약 12배나 증가했다. 근로자 편향적인 시각을 지닌 의료기관들이 근골격계 환자 진단서를 쉽게 발급해 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발생 건수뿐 아니라 근골격계 질환의 산재 승인율 또한 매우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이 질환 산재 승인율은 2001년 91.9%에서 2003년 93.7%까지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91.7%에 달했다. 독일이 2003년 7.8%에 머문 것이나 스웨덴이 23%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높은 편이다.
이밖에 뇌심혈관계나 정신질환, 간질환 등 작업 관련성 재해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데다 산재 인정비율도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전체 산재 승인율은 2003년 95.2%에 달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요양승인이나 연장심사를 엄격히 하긴 하지만 산재 판정 담당 전문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정확한 판단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털어놓는다.
게다가 노동계가 집단적인 산재 신청에 이어 물리력 행사로 공단과 의료기관을 전방위로 압박하기도 한다. 하이텍알씨디코리아노조는 지난 5월 조합원 13명의 정신질환에 대한 집단산재 신청을 하고 이를 불승인했다는 이유로 근로복지공단 서울 영등포본부 앞에서 항의농성을 벌이고 있다.
산재보험은 의료보험이나 고용보험과는 달리 자금의 출처인 보험료를 기업이 전액 부담하는 데 비해 관리는 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이, 혜택은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이유로 인해 노동자의 도덕적 해이(엉터리 환자)나 관리·운영상의 문제에 노출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산재보험료 부담이 가중되면 결국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에 대한 급여체계와 요양관리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히 작업 관련성 질환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한 산재 인정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1월 근골격계 질환자 산재 인정 처리지침이 만들어졌으나 원론적이고 포괄적이어서 일선 지사에서 활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요양자에 대한 추적 관리가 가능하도록 요양기관과 재해근로자에 대한 정기조사반을 별도로 신설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산재 요양중 불법취업이나 병·의원의 허위·부정착오 청구를 막기 위한 방안의 하나다.
경총 임남구 전문위원은 “산재 승인에 있어서 절차를 까다롭고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작업 관련성 질환의 산재 범위가 넓고 산재 승인율이 지나치게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 hwani9@fnnews.com 서정환기자 (서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