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학생이 병들어간다

교사 77% ·학생 76%, 근골격계 질환 노출

수업하랴, 업무 처리하랴, 아이들과 씨름하랴 하루 24시간이 모자라지만, ‘철밥통’이라는 미운털이 박혀 어디 가서 ‘힘들다’는 하소연 한번 하기 힘든 우리나라 교사들. 하지만 이들 교사들이 제조업 현장의 노동자들보다 심각한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아이들의 평균신장이 몰라보게 커졌다며 뿌듯해 할 때, 정작 신체 싸이즈에 맞지도 않는 책걸상 때문에 ‘허리병’이 도져 고통받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어른은 또 몇이나 될까? 아이들이 하루 10시간 이상 머무는 교실에서 석면과 포름알데히드 등 발암물질이 다량 발견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최근 ‘새집 증후군’ 등 환경요인에 의한 질병 발생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교사와 학생들이 관계당국의 무관심 속에 열악하다 못해 위험한 지경인 학교 현장에 방치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전교조 인천지부(지부장 도성훈) 주최로 7일 인천시교육청에서 열린 ‘2005 인천 학생학습환경·교사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공청회’에서는 관계당국의 무지와 무관심 속에 교사와 학생이 골병들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국내 최초로 발표돼, 충격을 던져줬다.

교사 근골격계 질환, 생산현장 노동자보다 심각

전교조 인천지부의 의뢰를 받아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인천지역 11개 초·중·고등학교 학생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인천지역 학교환경 및 교사 근무환경 실태조사’를 벌인 김철홍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장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의 건강적인 측면은 외면되거나 무시되고 있으며,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목, 어깨 및 허리 등의 부위에 불편함이나 통증을 호소하는 근골격계질환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교사들 역시 수업 및 다양한 행정 업무에서 비롯되는 여러가지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교사라는 직업의 특성이 실제로는 일반 제조업 또는 사무직에 못지않은 높은 노동강도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이에 대한 인식이나 대응이 외부는 물론 교사와 학교 자체적으로도 미약한 것이 우리의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김 소장 등이 1달간 현장조사 및 설문조사 등을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교사들은 근무시간과 내용을 포함한 전반적인 작업강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어, 이에 따른 적절한 업무량에 대한 업무분석과 조절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교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작업대의 구조는 교사들의 신체적 조건과 불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높은 신체적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고, 그 결과 77%에 달하는 교사들이 근골격계질환 통증을 호소하고 있으며, 그 중 34.1%는 의학적 검진이 요구되는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교사·학생, ‘독극물’ 교실에 방치

학생들이 느끼는 전반적인 학교환경 또한 만족스럽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먼지, 소음문제가 심각한 지경이며, 이에 따라 두통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학생이 상당수에 달했다.또, 조사대상 학생의 절반 이상이 허리통증을 호소했고, 그 중 10%정도가 병원치료를 경험한 것으로 파악됐다. 빠르게 변화하는 학생들의 신체적 조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조절형 책상과 의자의 도입을 통한 학습환경의 개선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새집증후군’의 주요 원인물질로 지적되는 포름알데히드(HCHO)와 발암물질로 알려지면서 대부분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되고 있는 석면 등이 이번 조사 결과 모든 학교에서 다량 발견됐다는 점이다. 아이들과 교사들이 사실상 독극물에 방치돼 있음이 확인된 것.

조사대상 학교에서 직접 환경평가를 실시한 최상준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현재 국내에는 환경부와 노동부, 교육인적자원부 어느 곳에서도 학교 교직원 및 학생들에 대한 안전·보건문제를 전담해 다루고 있지 않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교육환경 개선돼야 교육력 향상 기대”

실제, 학교 내 교육환경이 교사와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할 정도로 열악한 데에는 관련 법규가 정비돼 있지 않다는 점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중이용건물에 이미 적용되고 있는 각종 환경오염 물질에 대한 규제가 학교에서만큼은 적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매년 GDP 대비 교육예산의 비율이 감소함에 따라, 학생들에게 보급되는 책걸상이나, 좁은 교무실 근무환경의 등의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공청회를 주최한 전교조 인천지부는 “관련 법 재개정 및 교육예산 확보 투쟁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도성훈 전교조 인천지부장은 “교육환경이 개선돼야 교육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며 “건강한 학교 환경을 만들어 가기 위한 정책 마련 및 예산 확보를 위한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은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