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물에 의한 산재사망이 맞다”
두산중공업 산재은폐 진상조사단 결과 발표
70여일간의 미궁. 두산중공업 산재은폐 의혹의 결론은?
지난 7월5일 발생한 부천의 두산중공업 위브더스테이트 현장 고 유용만씨 산재사망사고에 대한 산재은폐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단병호 의원실, 건설산업연맹, 경기중부건설노조, 산재사망대책마련캠페인단(양대노총·민주노동당·노동건강연대·매일노동뉴스), 유족이 참여하는 진상조사단(단장 남궁현)이 13일 오전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한 달 반 가량의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사진>
ⓒ 매일노동뉴스
이날 진상조사단은 “이번 사망사고는 고온다습 부담작업의 노동조건에서 현장의 안전조치 미흡으로 인해 낙하물에 머리를 맞고 심근경색이 유발돼 급사한 산재사고”라며 “또한 사고 이후 두산중공업측은 사고현장 미보존, 사고신고 지연 및 사고내용 허위신고, 사고관련 증거 미제출 등 사업주의 안전조치 위반 정황을 은폐했고 사인이 분명치 않은 사고임에도 심근경색으로 몰아가기 위한 시도를 지속했다”고 주장했다.
진상조사단은 고 유용만씨는 머리 정수리 부위에 상처를 입었는데 부검의가 사망 이전 생긴 상처로 확인했고, 정수리 상처는 통상 넘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사들의 소견이라며, 중량이 크진 않지만 미설치돼 있던 발 끝막이판<사진1> 사이로 낙하물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결국 망인이 이 낙하물을 맞고 그 충격으로 심근경색에 이르렀다는 주장이다.
또한 사고현장은 보존이 보존되지 않고 철근, 피묻은 박스, 혈흔, 낙하물 등 사고당시 현장이 보존되지 않고 훼손됐으며, 두산측은 당초 사고발생 당시 사진을 찍어놓고도 국과수의 부검결과 직접사인이 심근경색으로 밝혀진 뒤에야 최초사진을 경찰과 노동부에 제출하는 등 은폐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진상조사단은 관련 제도의 미비점도 지적했다. 건설현장의 산재 중 80% 이상이 은폐되고 있는 현실에서 노동부 산업안전감독관 집무규정과 재해발생 보고처리지침 등으로 사업주의 산재은폐기도가 구조적으로 방치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사안도 노동부가 노조의 요청에도 사고발생 뒤 4일이나 지나도록 현장조사를 하지 않으면서 산재은폐기도를 더 키운 것이란 주장이다.
이날 진상조사단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두산 자본과 노동부의 합작으로 진행된 산재은폐로 인해 건설현장에서 수십년을 일용직 노동자로 일했던 유용만씨는 싸늘한 주검이 돼서 돌아왔다”며 “이번 유용만씨의 사망사고에 대한 진상규명을 계기로 이 땅의 건설현장에서 더 이상의 억울한 죽음을 막아야 할 것”이라면서, △고 유용만씨 산재승인 △검찰의 재수사 실시 △사고사를 지병으로 몰고간 책임자 처벌 △현장조사 방기한 부천노동사무소 처벌 △산업안전감독관 집무규정 개정 및 산재은폐 근절 종합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산재사망과 산재은폐 결론지은 의미는?
끈질긴 조사 끝에 각종 증거 찾아내…“고인의 산재인정 해야”
두산중공업 산재사망사고에 대해 진상조사단은 직접적 사인은 심근경색이지만 원인은 낙하물을 머리에 맞고 그 충격으로 인해 심근경색이 발생해 죽음에까지 이른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고 유용만씨는 명백한 산재사망이라는 것이다.
이는 당초 고인의 사인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과 관련, 회사는 처음 지병으로 인한 심근경색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머리 정수리의 상처가 설명이 안 돼 국과수의 부검까지 이르게 된 사안에 대해 진상조사단 차원의 결론을 명백히 내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과수는 직접적 사인은 심근경색이라고 했으나 심근경색으로 인한 급사는 부담작업과 기타외력 등으로 발생가능하다고 보았다. 게다가 고인은 고혈압으로 일정기간 약물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으나 사고발생 직전인 지난 6월 타 사업장에서 건강검진결과 혈압이 정상이었고 사고발생 당일인 7월5일에도 건강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머리 정수리 부분은 도저히 넘어지면서 생길 수 있는 상처가 아니고 낙하물 이외의 철근, 각재, 이송 중 상처 가능성을 살펴봤으나 조사결과 사실상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당시 현장은 발끝막이 판이 설치돼 있지 않아 그 사이로 중량이 크지 않은 낙하물이 떨어져 그것을 맞고 쓰러졌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았다.
특히 두산중측은 지난 7월29일 첫 진상조사단의 현장조사 당시 사고 다음날까지 현장을 보존했다고 주장했으나 계속된 조사결과 하청업체 금아무개 이사가 바로 현장의 철근을 치웠고 김아무개 하청업체 소장의 증언에 따르면 고인을 받쳤던 피묻은 박스도 사라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낙하물 역시 함께 훼손된 것이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제기하는 것.
이는 또한 두산중측의 산재은폐 의도를 드러내는 것으로, 현장훼손 뿐만 아니라 최초사진도 사인이 심근경색이 확실해진 국과수 부검결과가 나온 이후에서야 제출했고, 신고 시간도 일부러 지연시키면서 경찰의 수사시간대를 자정이 돼서야 가능하도록 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이같은 결과는 노조와 유가족, 진상조사단 등이 제기하지 않았으면 자칫 묻혀버릴 사안들이었으나 끈질긴 조사로 산재은폐 의도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진상조사단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비록 경찰의 수사가 종결됐지만 앞으로 검찰 수사시 이 같은 진상조사단의 제기는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 집무규정 등의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사업주의 구조적인 은폐기도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제도개선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는 점도 의미가 깊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측은 정수리 상처의 원인은 설명할 수 없으나 국과수의 부검결과 사인이 심근경색이 분명한 상태에서 산재은폐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두산중의 한 관계자는 “당시 한 목격자는 고인이 덥다며 얼음을 찾았고 안전모와 안전띠를 벗고 이동하는 것을 보았고 쓰러진 후 현장 관리자와 함께 5~10분가량 현장에 함께 있었다고 증언했다”며 “회사는 이미 산재신청이 돼 있고 경찰 수사도 끝난 상태에서 법대로 그 결과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라고 진상조사단 결과를 반박했다.
연윤정 기자 yon@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