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노동자 노동복지 공동실태조사 결과 발표
일할수록 가난 더해지는 영세노동자
주52시간 노동에 월급 142만원…경제적 어려움·일자리 불안 시달려
사회양극화의 급속한 진행 속에 영세사업장 노동자는 저임금과 장시간노동, 건강권 위협, 경제적 어려움 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노동건강연대, 인쇄노조,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민주노총서울본부, 금속노조, 민주노동당 단병호의원실 등 11개 노동사회단체로 구성된 ‘영세노동자 노동복지 공동실태조사단’은 5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영세노동자 실태조사 발표회’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사진>
<사진=노동건강연대>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 7월 한 달간 50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 478명을 대상으로 △노동여건 △노동안전 △노동복지 △고용안전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자 실시했다고 조사단은 밝혔다.
80% 연월차 못받고 33% 토요일 평일근무
조사결과에 따르면, 50인 미만 영세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142만원에 머물렀다. 이날 발표에 나선 문종찬 언론노조 인쇄지부장은 “영세노동자의 임금은 남성의 경우 163.8만원인데 반해 여성은 104.5만원에 머무는 등 평균 142만원이었다”며 “특히 법정수당과 관련, 연차 18.0%, 월차 23.8%, 연장근로수당 43.7%만이 적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토요 휴무 현황 (단위 : 명, %)
구분 응답자수 백분율
유효 주5일제 37 7.7
격주 휴무 52 10.9
매주 휴무 8 1.7
평일보다 일찍 퇴근* 204 42.7
평일과 동일 158 33.1
합계 459 96.0
결측 무응답 19 4.0
합계 478 100.0
* 평일보다 일찍 퇴근 한다는 것이 4시간 근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업체의 경우 토요일의 경우 오후 3시 퇴근 혹은 오후5시 퇴근 등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2시간이었으며 토요일 전일근무 비율이 3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전체 평균 노동시간은 51.7시간이었으나 상대적으로 노동시간이 적은 시간제노동자와 무급종사자를 제외하면 52.4시간으로 조사됐다. 이는 노동부가 2002년 조사한 ‘사업체 규모별 월평균 노동시간 추이’와 비교할 때 평균노동시간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토요일 근무는 전일근무가 33.1%에 달하는 등 주40시간제가 법제화됐다고 해도 주48시간제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5일제 실시 노동자는 7.7%에 머물렀다.<표1>
이 같은 열악한 근로조건은 영세노동자의 이직을 부추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 이내 이직한 적이 있는 노동자는 30.8%였으며, 이들 가운데 38%는 장시간 노동, 열악한 근로조건, 저임금을 이유로 꼽았다. 이밖에 사업장 폐업 17.0%, 정리해고·감원 9.5%였다.
영세노동자 60% 위험한 작업환경 노출
이들 영세노동자는 작업환경과 건강권 위협도 심각하게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자의 절반 이상이 반복작업(63.2%), 분진(60.9%), 소음(58.2%) 등에 그대로 노출되는 등 이들은 전통적으로 건강상 유해인자가 많은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나타났다. 응답노동자(469명)의 19.6%(92명)는 2000년부터 5년간 일하다가 다치거나 병든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이들은 평균 1.86회 다치거나 병든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보면 금속업종의 노동자가 사고, 질병 경험률이 29.3%로 가장 높았고 인쇄·출판업종 노동자와 제화노동자가 각각 20.9%로 다음을 차지했다.
산재보험 적용 경험
구분 응답자수 비중 (%)
있음 21 23.3
없음 69 76.7
합계 90 100
그러나 일하다가 다친 영세노동자의 산재보험 신청률은 조사대상자의 23.3%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나 이들이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표2> 이들이 산재보험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 중 ‘가벼운 사고이거나 질병이기 때문’(40.3%)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으나 ‘산재보험 제도를 잘 몰라서’란 응답이 5명 중 1명 꼴인 19.4%로 나타나 충격을 주었다. ‘사업주의 강요 때문’이란 응답도 11.3%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은 병의원 이용시 어려운 점을 ‘병의원에 갈 시간이 없어서’(43.2%), ‘치료비 부담’(33.3%)의 순으로 꼽았다.
이날 발표를 맡은 임형준 노동건강연대 정책부장은 “이번 조사결과 영세노동자들은 급성질환이나 사고경험률이 일반인구집단보다 높았다”며 “그만큼 사고를 자주 당하고 있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 7월 한달간 성수동 등 영세사업장 밀집지역에서 ‘영세노동자 노동복지 실태조사’를 벌였다.
<사진=노동건강연대>
자가주택 29.3% 그쳐, 경제적 어려움 호소
이 같은 영세노동자의 저임금, 장시간노동 등 열악한 노동조건은 이들의 경제적 어려움과 복지의 부재로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462명) 중 60.5%가 3~4인가구인 것으로 나타났고 가구소득은 51%가 200만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있는 3~5인 가구 중 300만원 이하 소득은 3인 가구 90.9%, 4인 가구 76.3%, 5인 가구 68.8%로 나타나 2005년 2/4분기 전체 도시가구 월평균 경상소득금액이 299만원인 점을 감안할 때 응답자의 81.3%가 전국 평균금액 이하의 가구 소득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택 보유와 관련, 전세거주자는 36.2%, 월세거주자는 13.2%인 반면 자가주택의 경우는 29.3% 머물렀다. 이는 지난해 통계청에서 발표한 전국 주택소유가구 비율이 62.9%인 것에 비하며 자가 비율은 크게 낮은 것이다. 이와 관련, 조사대상자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어려움은 경제적 어려움을 절반에 가까운 49.0%가 꼽았다.<표3> 2순위는 자녀양육 및 교육문제, 3순위는 일자리 불안을 각각 꼽았다.
조사응답자의 가정에서 느끼는 어려운 점(3순위)
구분 1순위 2순위 3순위
응답자수 비중(%) 응답자수 비중(%) 응답자수 비중(%)
애로
사항 경제적 어려움 234 49.0 80 16.7 42 8.8
자녀 양육,교육 66 13.8 94 19.7 43 9.0
질병 치료,간병 14 2.9 20 4.2 26 5.4
부모 부양 7 1.5 32 6.7 20 4.2
주거문제 37 7.7 75 15.7 43 9.0
일자리 불안 52 10.9 74 15.5 108 22.6
문화활동 부족 33 6.9 52 10.9 107 22.4
가족 문제(갈등) 11 2.3 9 1.9 14 2.9
기타 6 1.3 4 .8 6 1.3
결혼 6 1.3 7 1.5 14 2.9
합계 466 97.5 447 93.5 423 88.5
무응답 12 2.5 31 6.5 55 11.5
합계 478 100.0 478 100.0 478 100.0
그러나 영세노동자의 노동복지서비스 이용실태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나 복지 사각지대에 그대로 노출돼 있음을 드러냈다. 노동복지서비스 이용률은 직업훈련 13.3%, 노동상담 18.6%, 취업알선 16.1%, 여가활동 13.0%에 머물렀다. 이와 관련, 개인의 재충전을 위해 ‘여가 및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공공노동복지서비스기관이 필요하다고 응답자의 42.7%가 요구했다. 또한 영세노동자의 복지증진을 위해 50%가 ‘정부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영세노동자 열악한 노동·복지조건 개선 시급
이 같은 열악한 영세노동자의 노동 및 복지조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문종찬 인쇄지부장은 “이번 조사결과는 단순한 통계에 그쳐선 안되며 왜 이런 처지에 놓이게 됐으며 어떤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지 방향을 찾는 데 쓰여야 한다”며 “고용안정, 법정수준의 노동조건 개선, 영세사업체에서 기업복지의 한계를 사회복지로 보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문 지부장은 사업장내 표준근로계약서 이행 제도적 장치 마련, 근로감독관 증원, 명예근로감독관제도 도입, 소사장제·도급제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형준 정책부장은 “영세노동자의 노동안전보건 향상을 위해 재정지원과 기술지원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고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노동자와 사업주의 참여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며 “또한 노동안전보건 문제와 일반안전보건 문제가 지역수준에서 통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임 부장은“노동자가 참여하는 영세사업장 안전보건사업에 재정을 투입하고 지역에 일반보건의료와 산업보건서비스를 총괄할 수 있는 공공적 지역보건센터를 설립하라”고 제언했다.
이어 주제발표자인 김성기 민주노동당 성동구위원회 지방자치위원장은 영세노동자의 노동복지증진을 위해서 “영세노동자를 위한 주거지원 정책과 교육 및 보육지원 정책, 그리고 근로복지시설 지원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정부는 현행 근로자종합복지관 건립 중단 계획을 철회하고 노동복지의 사각지대에 처해있는 영세사업장 밀집지역을 우선으로 ‘노동보건복지’ 통합기능을 수행하는 ‘영세노동자노동복지센터’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윤정 기자 yon@labortoday.co.kr
2005-10-06 오후 4:13:08 입력 ⓒ매일노동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