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현장에 관리자들 없어 매몰자수 모른채 ‘깜깜 구조’

[한겨레 2005-10-07 19:28:39]

[한겨레] 건설노동자 9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이천시 지에스(GS)홈쇼핑 물류센터 공사현장 붕괴사고 당시 현장 관리자들이 자리를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119구조대와 경찰은 콘크리트 더미에 몇명이 깔려 있는지도 모른 채 구조작업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사고 당시 현장에서는 10t에 가까운 콘크리트 구조물을 3층에 올리는 위험한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도 건설사는 14명의 노동자들을 2층에서 작업하도록 하는 등 안전수칙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매몰자 수도 파악하지 못한 현장=구조대와 경찰은 애초 “4명이 매몰돼 구조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5시간여가 지나자 콘크리트에 깔린 노동자는 9명으로 불어났다. 이어 사고 발생 12시간 뒤에는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노동자 5명의 주검을 더 찾아냈다.

이천소방서 관계자는 “시공사와 협력업체 관리자들이 구조 현장에 없어 몇명이 사고장소에서 일하고 있었는지를 현장에서 모르고 있더라”고 말했다. 경찰도 “사고 직후 일부 공사 관계자들이 행방을 감췄다가 사고 발생 8시간여 만인 오후 7시40분께 경찰에 나오기도 해 정확한 매몰자 수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에스건설 관계자는 “물류센터 현장에서는 모두 169명이 일하고 있었는데 사고 직후 노동자들이 이리저리 흩어졌기 때문에 정확한 매몰자 수를 파악하지 못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고 해명했다.

안전수칙도 어물쩍=사고 당시 3층 바닥에서는 크레인으로 3층 천장에 해당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이 구조물은 무게가 10t이 넘는 것으로, 바로 아래층에서 작업하는 것(수직공사)은 피하는 게 건설공사의 기본이다. 그러나 이 때 2층에는 지에스건설 협력업체(하청업체)인 ㄷ건설 등 3개 업체 노동자 12명이 콘크리트 타설 등의 작업을 하고 있었다. 또 1층에서는 노동자 2명이 자재 정리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콘크리트 구조물에 깔려 변을 당했다.

노동자 이아무개(42)씨는 “3층 천장에 해당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떨어지면서 2층까지 잇따라 무너졌다”며 “이런 위험한 공사를 할 때는 아래에서 일을 하지 않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에스건설 관계자는 “비록 같은 동의 천장을 올리는 공사였지만 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에서 10여m가 떨어져 있어 수직공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경기도건설산업노조는 “사고가 난 작업장은 안전시설물이 허술해 고발을 검토했었다”면서 “건교부와 노동부는 지에스건설에 대해 즉각 영업정지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원인과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등을 밝혀내기 위해 대학 교수와 산업안전기술공단 관계자 등을 참여시켜 조사 중이다.

재중동포 형제 참변=한편, 숨진 노동자 가운데 3명은 재중동포들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 가운데 채용철(52), 용국(42)씨는 형제인 것으로 밝혀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천/김기성 기자 rpqkf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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