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공포’ 주거지로 확산

[한겨레 2005-09-27 19:17:41]

[한겨레] 발암 물질인 석면에 노출돼 발생하는 암 질환인 악성 중피종으로 숨진 사례가 1999년 이후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추적이 가능한 환자에 대한 분석 결과, 주부까지 포함돼 있는 걸로 확인됐다.
악성 중피종은 장기와 장기 사이의 막인 중피에 발생하는 암 질환의 하나로, 석면에 노출된 사람한테서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이 최근 민주노동당에 내놓은 자료를 보면, 악성 중피종으로 숨진 국내 환자는 1999년 16명에서 해마다 늘어나 2003년에는 34명에 이른다. 95년부터 2003년까지 합하면 모두 199명이다. 2003년 사례에서는 ‘가슴막 중피종’으로 숨진 이가 13명으로 가장 많았고, 원인 불명 중피종 10명, 복막 중피종 9명 등의 차례로 나타났다. 연세대 원주의대 병리학교실이 산업안전공단의 의뢰를 받아 발간한 연구보고서인 ‘악성 중피종 감시체계 구축 최종보고서’(2004년 11월)에서는, 2004년 이후 추적 가능한 12명의 중피종 환자를 직업별로 보니, 3명의 가정주부가 포함됐다. 석면 피해 범위가 주거지역까지 포함돼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분석이다.

이들 중피종 환자들은 건설업 종사자, 건축 설계업자, 석면작업 인부감독, 석면공장에서 실 만드는 일꾼 출신 등으로 나타나 악성 중피종과 석면과의 연관성을 매우 뚜렷이 보여주었다. 이 밖에 과수원, 사무직, 공무원(전파관리국) 등의 직업에서도 석면 환자가 있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의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27일 산업안전공단 국정감사에서 “중피종은 석면 피해 중 일부에 불과하며, 폐암이나 석면폐 등 다른 석면 피해를 포함하면 석면 피해의 규모는 엄청날 것이어서 전면적인 역추적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부는 2003년 7월 건축물 해체 때는 지방 노동관서의 허가를 받도록 제도를 마련했으나, 홍보와 단속이 미치지 못하여 2004년의 해체 신고는 5건에 불과했다.

한편, 민주노총 공공연맹과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이날 서울지하철 등의 공기질을 연구한 ‘지하철 환경생태 보고서’ 발표회를 열고, “지하철 노동자들이 석면과 라돈 등 발암물질과, 미세먼지 및 이산화탄소 등에 노출돼 있다”며, 현직·퇴직자 등 폐암환자에 대한 역학조사 등을 요구했다. 공기에 떠나니다 몸에 들어가 악성 중피종이나 폐암 등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인 석면은 현재 단열재를 비롯해 약 3천여종의 품목 제조에 쓰이고 있어 작업장은 물론 주거지역에서도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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