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때문에 GS그룹까지 망신?

’GS그룹 비전 ‘밸류 넘버 원’?

이연춘 기자

최근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김갑렬 GS건설 사장의 심기가 불편하다. 지난 4월 LG그룹에서 분리된 GS그룹의 계열사인 GS건설이 ‘부실공사’ ‘산재불감증 건설회사’로 낙인 찍혔기 때문이다. GS건설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인명피해가 그 원인이다.

지난 10월6일에는 GS건설이 시공하는 경기도 이천시 GS홈쇼핑 물류센터에서 노동자 9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을 당하는 대형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이에 노동부는 10월24일부터 11월4일까지 GS건설의 전국 1백32개 사업장에 대해 특별점검을 지시했다. 전국 GS건설의 전 사업장도 이천 물류센터 붕괴사고과 같은 대형 산재의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이처럼 ‘산업재해 단골 건설사’로서 대대적인 망신을 당하게 된 GS건설 때문에 LG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막대한 비용의 투자와 마케팅으로 GS그룹 이미지 홍보에 열을 올리던 GS그룹 오너들마저도 심기가 불편한 상태다. 특히 허창수 회장은 GS그룹과 GS건설을 함께 맡고 있어, 이번 노동부의 특별 지시에 더욱더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LG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GS그룹 이미지 확충에 열을 올려 왔다. 하지만 이번 GS홈쇼핑 물류센터 붕괴사고 이후 노동부가 건설사에게 취할 수 있는 가장 수치스런 특별점검 지시를 내림에 따라, 오히려 GS그룹 이미지는 더욱 실추됐다. 그룹 분리 이후 LG그룹에 은근히 비교되고 있던 GS그룹의 열등의식에도 또 한 번 큰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따라 GS그룹 회장이자 GS건설의 회장으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는 허 회장 역시 실추된 GS그룹 이미지와 GS건설의 이미지 때문에 심기가 불편하다는 게 그룹 내부 관계자의 전언. 특히 방송을 통해 사고현장의 사망자 수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허 회장도 GS건설의 이미지 추락이 기정사실화할 것을 예견했다고 전해진다.

GS그룹 출범 ‘제2의 출발’ 기대한 허창수 회장

이번 이천시 물류센터 붕괴사고를 기점으로 노동부 특별점검 지시가 떨어지면서 GS건설은 건설사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앞서 자이아파트의 홈네트워크 시스템으로 실추됐던 GS건설의 이미지를 추스르기 위해 다양한 포지션으로 마케팅에 나섰던 회사로서는 붕괴사고란 초유의 사망사고로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다시 남긴 셈이다.

허 회장은 붕괴사고 이틀 전인 지난 10월4일 신규 임원 교육에서도 “그룹 비전인 ‘밸류 넘버 원’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지 않으면 임원이라도 좋은 보상을 받을 수 없다”면서 실력무장을 강도 높게 주문한 바 있다. 이 같은 허 회장의 주문은 이틀 뒤 ‘초유의 붕괴사고’로 물거품이 됐다.
지난 세월 재계 총수 가운데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던 허 회장은 올해 LG그룹에서 분리되면서 또 다른 제2의 출발을 꿈꿔왔다. 그는 재계 7위 규모의 GS그룹을 출범시키며 재계에 다시 한 번 지각변동을 일으키길 바랐다.

허 회장은 삼양통상, 승산, 코스모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친족 회사들을 GS그룹 계열로 편입시키며 현재 50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게 됐다. GS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발표한 자산 규모는 무려 18조7천2백억원이다. 이는 한화그룹 16조2천2백억원과 두산그룹 9조7천3백억원 등 전통을 자랑하는 알짜베기 그룹들을 압도할 정도의 규모다. 하지만 탄탄해지고 있는 GS건설의 자산규모와 달리 계열사 중 그룹의 일등공신이나 마찬가지인 GS건설은 잦은 사고로 GS그룹 전체의 이미지까지 손상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9명 사망한 대형 붕괴사고 ‘감독소흘’ 원인

지난 10월6일 GS건설의 경기도 이천시 GS홈쇼핑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는 콘크리트 구조물 설치작업 중 9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초유의 산업재해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의 사상자는 모두 14명. 게다가 사고 당시 현장에는 하청업체 직원들만 일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GS건설의 관리감독이 소홀했다는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경기도 이천경찰서에 따르면, 이번 붕괴사고는 3층 바닥의 콘크리트가 무너지면서 2층 바닥까지 연쇄적으로 붕괴됐다. 특히 사고 직후 공사 관계자들이 모두 잠적해 구조작업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를 통해 사고원인이 인재일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시공사인 GS건설과 하청업체 등 공사 관계자 20여 명을 불러 정확한 사고경위와 함께 안전조치 의무 위반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노동부는 10월24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GS건설에 대해 특별점검을 벌일 것을 지시했다. 이번 특별점검은 전국의 1백32개 GS건설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시공을 위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노동부 한 관계자는 “이번 점검에서 부실시공 등 재해 발생 우려가 있거나 안전보건상 조치가 미흡한 경우 작업중지명령과 사법조치 등을 강구할 방침이다”이라고 밝혔다.
GS건설의 산재 사망사고는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03년부터 2005년 6월까지 GS건설의 현장 산재 사망사고를 분석한 결과 GS건설은 총 30명의 산재 사망신고를 냈던 것으로 집계됐다.

GS 자이아파트 사기분양 ‘망신살’

GS건설이 비난받고 있는 이유는 비단 산재 사망신고뿐만은 아니다. 앞서 GS건설이 자랑하는 자이아파트 홈네트워크 시스템이 광고 내용과는 다르게 시공돼 소비자를 완전히 속이면서 분양을 했다는 논조의 보도들이 잇따라 방송과 신문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물론 GS건설은 올해 4월 LG건설에서 분리되는 과정에서 혼선을 빚어 일부 광고 부문에서 착오가 있었으며 ‘홈네트워크 시스템’은 공고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 같은 GS건설 입장과 달리 소비자들과 언론에서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나선 것.

이에 허 회장은 당시에도 “이미지 제고를 위해 노력하지는 못할망정 기존 이미지까지도 실추시키느냐”는 불쾌한 입장을 감추지 못했고, 발생한 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하지 못한 데 대해 내부 징계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담당임원(상무)이 해고됐고, 담당 주택사업부가 경고조치 및 급여삭감, 홍보부장 타부서 이동 등 줄줄이 낙마했다.

특히 허 회장과 김 사장의 관계도 서먹해졌다. 김 사장은 GS건설 사장으로 부임한 이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던 상황. 하지만 자이아파트를 비롯해 번번이 문제가 발생하자 내부에서도 ‘자질론’ 등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staykit@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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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 “하도급 업체인 삼성물산 책임 크다”
현장대리인 상주 요구했지만 삼성건설 묵살
안전조치 보강 요구도 삼성건설 무대응 일관

경기도 이천시 GS물류센터 붕괴사고로 노동부의 특별점검까지 받게 된 GS건설은 이번 사고의 원인이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있다는 입장이다. GS건설은 이천경찰서에 이에 대한 증거물을 제출한 상태라고 전했다.
GS건설 물류센터 붕괴사고 전담팀 관계자에 따르면, GS물류센터 콘크리트 PC 공사 시공을 맡은 삼성건설이 ‘PC 안전조치와 품질관리를 위해 현장 대리인을 상주시켜 달라’는 GS건설의 요구를 묵살했다.

이와 관련한 공문(8월27일자)은 현재 경찰에 제출했다. 또 PC 공사 규정을 준수하지 않아 안전조치 보강을 요구했지만, 삼성물산이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회의록(8월23일자)도 경찰에 제출했다. 이어 사고 직후 공사관계자들이 모두 현장에서 사라졌다는 지적에 대해 “하도급 업체인 삼성물산의 직원들이 잠적한 것”이라며 “GS건설의 현장소장 이하 직원들은 사고 이후 현장 수습을 했다”고 전했다. GS건설은 정확한 사고 원인은 검찰, 경찰, 노동부의 조사가 끝나야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춘>

2005/10/22 [10:05] ⓒ브레이크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