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소각장 미화원들 폐질환 시달려

[연합뉴스 2006-01-25 17:07:10]

(수원=연합뉴스) 이희영 기자 =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환경위생과에서 폐기물 소각 업무를 담당했던 환경미화원들이 진폐증, 폐암 등 각종 폐질환에 시달리면서도 산재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95년 말부터 약 3년동안 권선구 재활용센터 간이소각기에서 폐플라스틱과 냉장고, 가구 등을 파쇄해 태우는 일을 했던 임모(43)씨는 이 일을 맡고 나서 목이 붓고 기침이 나는 증상끝에 급성기관지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에 따라 임씨는 근무지를 옮겨 쓰레기 수거 업무만 맡았으나 99년 초 다시 소각장으로 와 근무하던중 2002년 12월 출근길에 호흡곤란으로 쓰러졌다.

임씨는 수원 성빈센트병원에서 조직검사 결과 폐결핵이라는 진단을 받았으나 약을 복용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서울 아산병원에서 조직검사를 실시, 2003년 7월 ‘종격동 석면증 규소를 함유한 먼지에 의한 진폐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임씨는 하루 16~17시간씩 각종 가전제품과 가구 등을 직접 잘라 파쇄기에 넣고 소각하는 일을 해 왔으며 2003년7월 퇴직한 상태다.

임씨는 진단을 받은 후 2003년8월 근로복지공단 수원지사에 산재인정 신청을 냈으나 불승인됐으며, 서울본부에 낸 심사청구도 기각돼 현재 노동부 산재심사위원회에서 재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또 임씨의 후임으로97년 간이소각기 업무를 이어받은 박모(60)씨는 1년여간 이 일을 한 후 지난해 폐암 진단을 받고 7월 폐절제 수술을 받았다.

20여년 전 탄광에 근무하며 진폐증 판정을 받았던 김모(52)씨는 96년부터 1년6개월 정도 간이소각기 업무를 한 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만성폐쇄성폐질환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박씨와 김씨도 소각장 근무 당시 제대로 된 보호장구를 지급받지 못해 냉장고나 폐스티로폼 등을 파쇄, 소각하고 소각장 내부를 청소하는 과정에서 석면 등 유해 물질에 노출됐을 것으로 보고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낼 예정이다.

이밖에도 원래 천식을 앓았던 김모씨는 98년부터 2년 정도 간이소각기에서 근무한 후 2003년 천식이 악화돼 숨졌고 지난 96년부터 2년여간 폐기물 소각 업무를 해 온 윤모(46)씨도 2003년 건강검진에서 폐결핵으로 진단이 나와 10개월동안 약을 복용했다.

임씨 사건을 맡았던 박성민 노무사는 “45kg, 90kg들이 간이소각기 사용은 불법이었으며 규정상 소각기에서 태울 수 없는 폐기물들도 태웠다는 피해자들의 증언이 있었다”며 “이 때문에 구청측이 이들의 산재 인정을 원치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소각기가 없어졌기 때문에 현장에서 석면 등 유해물질의 시료를 채취하기 어려워 근로복지공단에서 업무상 재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권선구 간이소각기들은 모두 사라졌으며 현재는 영통구에 들어선 기계화 소각장 에서 폐기물들을 처리하고 있다.

quarri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