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금 5년 내 바닥난다”
[중앙일보 2006-02-10 05:40:21]
[중앙일보 김기찬] 산재 환자에게 치료비와 연금 등을 지급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책임준비금이 5년 안에 고갈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책임준비금이 고갈되면 산재 환자.유족이 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산재보험제도 발전위원회(위원장 신수식 고려대 교수)가 최근 노동부에 제출한 ‘산재보험 책임준비금제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이 2005년 말 현재 보유하고 있는 산재보험 책임준비금은 1조6822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법정 책임준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 산재보험법에 따르면 6년 동안 지급해야 하는 연금액과 다음해 보험급여(지급)액의 4분의 1을 합친 금액을 책임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규정대로라면 4조1116억원의 책임준비금이 적립돼 있어야 한다. 무려 2조4294억원이 부족하다. 보험료로 거두는 돈보다 보험금 지출이 많아지자 책임준비금에서 돈을 빼내 돌려막기를 했기 때문이다.
산재보험제도발전위는 “현재 치료받는 산재 환자나 산재로 사망한 환자의 가족 등이 앞으로 받을 치료비와 연금 등의 총액은 최소 46조6485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지금처럼 매년 9.6%씩 보험료율을 인상해도 2010년에는 책임준비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산재보험제도발전위는 ▶보험료율 인상폭을 확대하고 ▶휴업급여와 요양급여 등 보험급여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한편 ▶업무상 재해인정기준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는 등 산재보험 전반에 대한 개혁 조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노동부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다음달 중으로 노사정이 참여하는 ‘산재보험제도개선협의회’를 구성해 논의한 뒤 6월부터 입법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김기찬 기자 wolsu@joongang.co.kr
◆ 산재보험은=근로자가 일을 하다 다쳤을 때 보상해 주는 제도다. 보험기금은 사용자가 부담해 조성한다. 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은 요양비, 휴업급여, 장해연금, 유족연금 등이다. 종업원을 1명 이상 고용한 모든 사업주는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뉴스 분석] 재정 상태 살피지 않고 요율 내리다 적자 늪에
보험연구원은 산재보험의 재정이 나빠진 직접적인 원인은 노동부가 2001년에 다음해 적용할 보험료율을 10.8%나 낮췄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노동부 장관은 유용태씨였다. 이로 인해 2002년 산재보험 책임준비금은 처음으로 부족(1429억원)사태를 맞았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2003년 보험료율을 8.7% 더 내렸다. 방용석 당시 장관은 “담당자가 내게 보고조차하지 않고 기획예산처에 조정된 요율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산재보험은 본격적으로 적자를 냈다. 2004년부터 보험료율을 올렸지만 적자 추세를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정부가 보험재정 상태를 제대로 따지지 않고 보험료율을 내린 여파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사실상 사망할 때까지 지급받을 수 있는 요양급여나 휴업급여, 각종 산재연금 등을 노리고 허위로 산재환자 행세를 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도 보험재정을 악화시킨 요인이다. ▶김기찬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coolbo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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