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마라톤 강요가 죽음 불렀다”
[오마이뉴스 2006-02-24 19:37:55]
[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 마라톤 연습을 하던 직장인이 사망하자 유족과 직장 동료들이 “회사로부터 마라톤을 강요당했다”며 산재를 요구하고 나서 인정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남 창원공단 내 자동차 부품회사인 위스코에 다니던 이영두(44)씨는 지난 16일 밤 9시께 회사에서 4km 가량 떨어진 국도25호선 인도에서 쓰러졌고, 지나던 행인에 의해 발견되어 병원에 후송되었지만 사망했다.
이씨는 이날 저녁 8시까지 근무를 마치고 사내 탈의장에서 운동복을 갈아입은 뒤 달리기에 나섰다. 이씨의 사망 원인은 ‘급성 심장마비’. 유족들은 회사로부터 장례비 명목으로 1100여만원을 받고 사흘 뒤 장례를 치렀다.
“인사고과에도 반영되는 마라톤 강제 문화”
유족들은 이씨가 과로에 회사로부터 마라톤을 강요당해 사망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씨 부인은 “평소 남편이 마라톤 연습 때문에 부담을 안고 있었으며, 지난 해 한 마라톤대회에 참석했다가 기록이 좋지 않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직장 동료들도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직장 동료 170여명이 서명한 ‘호소문’에는 회사가 마라톤을 강요해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호소문에 보면 “2000년 11월 김평기 사장의 취임에 맞춰 운동을 즐기는 문화에서 고과에도 반영되는 마라톤 강제문화가 형성되었다”고 되어 있다.
또 호소문에는 “1년의 시작과 맞춰 연간 마라톤 참가 대회가 공지되고 회사 주관 마라톤대회 참석이 결정되면 강제로 대회에 참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부서회식을 마라톤 대회로 결정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직원들은 “개인의 체력과 신체상태도 파악하지 않고 강제로 마라톤대회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대회를 앞두고 많은 종업원들은 이 고통과 두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강제적으로 경남하프마라톤에 전 사원들을 참가 신청 받았다”고 되어 있다.
사망한 이영두씨도 창원에서 열린 경남하프마라톤대회에 참가신청을 하기도 했다. 또 이씨는 1월 13일부터 2월 15일까지 하루 13시간 안팎으로 근무했으며, 사고 당일인 16일은 12시간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유족과 직장 동료들은 과로에도 불구하고 마라톤 연습을 하다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인의 매제인 성기수씨는 “고인이 사망하기 전에는 회사에 마라톤대회를 알리는 홍보물이 게시판에 붙어 있었는데, 고인이 사망한 다음 날부터 게시물이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면서 “고인이 사망한 것은 과로에다 마라톤 연습을 강요받아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조만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할 예정이다.
“고인은 5~6년 전부터 마라톤 해온 사람”
이에 대해 위스코 관계자는 “호소문에 직원들이 서명한 것은 동료에 의해 한 것으로 안다”면서 “사망한 이씨는 5~6년 전부터 마라톤을 해왔다고 하며, 이번 사망은 마라톤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씨가 과로에 시달렸다는 주장에 대해 “평상시 잔업은 1시간을 더했을 정도로 과로사라 볼 수 없다”고, 마라톤 게시물 철거 주장에 대해 “이전에도 특별한 게시물은 없었다”고 말했다.
위스코는 위아와 함께 현대차그룹 소속으로, 김평기 대표이사·사장이 맡은 뒤 이들 업체는 최근 몇년 사이 각종 마라톤대회에서 단체로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윤성효 기자- ⓒ 2006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