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봉사가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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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고급 여성복을 만드는 한 업체가 공장에서 일하는 재봉사들을 모두 사장으로 등록시키는 참 희한한 일을 했습니다.

재봉사들이 졸지에 사장님이 됐지만 사정은 예전보다 훨씬 나빠졌다는 하소연, 어찌된 사정인지 박영회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기자: 백화점의 한 여성복 매장.

재봉사들이 불매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매장의 옷을 만든 바로 그 당사자들.

자신들이 만든 옷을 왜 사지 말라고 나선 것일까.

서울 성수동의 의류공장.

지난 97년 회사측은 정규직원이었던 재봉사 한명한명을 별도 법인 사장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인터뷰: 주민등록등본을 주라고 하고 회사에서 일괄처리를 한 거예요.

도장도 회사에서 파서…

기자: 이른바 소사장제입니다.

인터뷰: 어떻게 그걸 사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전체가 일렬로 앉아서 일하고, 회사의 모든 지시를 받고 출퇴근도 확인을 받고…

기자: 신분만 바뀐 게 아니었습니다.

국민연금 등의 회사 지원이 끊겼고 산재나 고용보험 등의 혜택 역시 받을 수 없게 됐습니다.

소사장이 뭔지도 모르고 응한 사람도 있습니다.

인터뷰: 뜻도 모르고, 내용도 모르고 한 상태였고요.

저희들이 그런 거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회사에서 설명 같은 것도 없었고…

기자: 작년 말 회사측은 직원들에게 다른 하도급 업체로 옮겨갈 것을 요구했고, 재봉사들은 노조를 만들었습니다.

법원은 이들이 사실상 회사 직원이라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회사측의 단체교섭에 응하고 쟁의중에는 다른 공장에 하도급을 주지 말라고 지시했지만 회사측은 법원 결정도 무시한 채 다른 업체에 하도급을 줘버렸습니다.

회사는 이들이 별도의 하도급 업체 사장이 기때문에 노조는 인정할 수 없으며 법원에 이의신청을 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한 공장에서 회사 소유의 재봉틀을 쓰는 이들을 사업자로는 볼 수 없다고 노동계는 해석합니다.

인터뷰: 전체를 사업자 등록 시켰다고 해서 사업자가 되는 게 아니거든요.

이 부분은 사업자등록의 여부가 중요한 건 절대 아니라는 거죠.

실제를 파악을 해야 된다는 거죠조.

기자: 재봉사들은 자신들이 이름만 사장일 뿐 근로자 대접도 못 받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MBC뉴스 박영회입니다.
[사회] [현장출동] 박영회 기자 2006.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