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비는 쌈짓돈, 안전관리자는 구조조정” – 건설산업연맹 강호연 산업안전국장 인터뷰
산재사고로 죽는 노동자의 1/3은 건설노동자다. 건설노동자들은 사망사고에 대해 할말이 많다. 건설산업연맹 강호연 산업안전국장과 함께 건설업 사망사고의 요인과 처벌실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건설현장의 주요 사고 발생 형태와 사례를 말씀해주십시오.
사고원인 떠넘기기
– 다른 산업 사고에 비해 건설산업 사고의 가장 큰 특징은 한번 사고나면 대형사고라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고는 시설물 붕괴와 추락, 협착 등 입니다.
4월 30일 율촌산단의 현대건설 현장에서 슬라브가 붕괴되는 사고가 있습니다. 2명이 죽고 18명이 중경상을 입는 큰 사고였어요. 공사관계자들이 환자와 유가족들에게 회유와 협박을 해서 합의서를 받아 처벌을 피하려 했습니다. 의사들에게 압력을 넣어 진단일수를 조정하려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고 처리과정에서는 아주 더러운 사례로 꼽히지만 문제해결 과정에서는 좋은 사례로 꼽히지 않을까 합니다. 노조와 지역단체들이 연대투쟁을 해서 좋은 성과를 거뒀죠. 공사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이사장이 직접 현지에 내려와 수습하고 재발방지 약속과 현장 내 노조 활동보장, 유족과 환자들에게 사과하게 만들었습니다.
6월 30일에는 평택 현화지구 신동아건설의 타워크레인 붕괴로 5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타워크레인사고는 대체적으로 운전원들이 사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망원인을 규명하기가 힘들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사업주들은 사망한 운전원들의 부주의 때문이라며 사고원인을 떠넘깁니다.
사망사고의 주요 원인을 무어라 보십니까? 정부정책과의 연관성은 어떻게 말할 수 있습니까?
안전관리자의 90%가 비정규직
– 사망사고의 원인은 사업주의 무관심과 정부의 무대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건설현장에는 법의 사각지대가 많아요. 산재보험과 안전규제에서 적용이 제외된 사항이 많습니다. 규정에서는 작업환경측정이 제외됐기 때문에 사업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산재보상을 받으려면 사업주 확인날인이 필요한데 건설 노동자들의 경우 워낙 많이 이동하고 고용관계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날인이 힘듭니다. 사고가 났을 때는 개인이 쫓아다니면서 보상을 받던지 누가 도와줘야 하는데 이것마저도 여의치 않아요. 건강검진은 제도적으로는 갖춰져 있지만 현장에서는 것은 상당히 날림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복합적인 것이 사고의 원인이죠.
사업주 무관심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습니다. 정부발주공사의 경우 산업안전보건관리비가 별도로 책정돼 있고 일반공사에서는 일정부분 책정하도록 돼있습니다.
그런데 사업주들은 이 돈을 쌈짓돈으로 생각합니다. 뭐 전용은 말할 필요도 없고, 다 쓰지 않고도 쓴 것처럼 영수증 처리를 하기도 합니다. 노동부의 감독대상인데 제대로 안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10~20%만 사용되고, 나머지는 눈먼돈이 되는 게 현실입니다.
실상이 이런데 사용자 단체에 있는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사고가 나면 재수 없어서 그런 거고 안나면 자기가 잘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합디다. 안전에 투자하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인식이 많아요.
산업안전보건관리비에 대한 부분은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는 주장을 건설연맹이 하고 있는데 근로감독관들이 전문성이 떨어지고, 회계 자료 공개를 사업주가 거부하면 강제로 확인할 명분이 없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또 큰 문제는 전담 안전관리자가 배치되는 공사규모가 상당히 완화됐다는 것입니다. 초기에는 사업주들이 기준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안전관리자를 다 뽑았고 정규직으로 전담부서도 설치했지만, IMF를 거치면서 규정이 많이 완화됐습니다. 안전관리자에 대한 구조조정 때문에 지금은 80~90%가 비정규직이고 안전관리를 전담으로 하는 사람들은 10~20%에 불과해요. 나머지는 건축 담당하면서 안전관리자를 겸임하는 식입니다.
사망사고의 원인을 없애기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한가요? 노조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습니까?
구속품신하면 검찰은 경제를 걱정한다
– 법과 규정의 전면적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산재보험적용 제외규정과 산업안전보건규정의 예외조항을 없애고, 직업병 인정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또 사고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대처와 사업주 처벌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발주하는 공사는 PQ심사(환경안전 평가제도)를 합니다. 재해율의 전국 평균을 내서 이보다 상회하는 업체에게 입찰 때 감점을 주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공사 수주에 영향을 미치므로 처벌의 관점에서 우리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주에 대한 제재는 전무합니다. 아까 얘기했던 여수지역에서 2명이 사망하는 사고와 평택의 5명 사망사고에서도 사업주에 대한 구속이나 처벌은 없었습니다.
노동부는 나름대로 하소연하고는 있습니다만, 구속품신을 해도 검찰에서 경제논리로 푼다고 얘기하지만 중대사고와 관련해서 기업주에 대한 제재가 솜방망이 수준보다 더 미약한 게 현실입니다.
사업주들이 유족들을 회유하고 정부와 사업주가 유착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큰 어려움입니다.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노동조합은 공동조사 요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지방 노동관서에서 허용이 안될 경우 연맹 차원에서 노동부를 직접 압박하는 방법을 동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모든 개별사안마다 이렇게 하기는 어렵죠.
처음부터 공동 사고조사가 가능하다면 현재보다 낳은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유족들이 사업주의 회유를 이기지 못하고 노동조합의 접근을 배제하려 하면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런 어려움의 한편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작용하고 있습니다.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공상처리를 많이 합니다. 산재인정을 받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는 거죠. 노동자들이 여기서 망치를 놓으면 밥줄이 끊어지기 때문에 공상처리나 사업주들의 보상에 쉽게 넘어가는 측면이 있어요. 이게 사고처리 과정에서 제일 힘든 부분입니다.
산재사망사고를 기업의 살인이라고 생각하며 기업주를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노건연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기업경영에 타격을 줄 정도가 돼야
– 기업살인법, 처음엔 좀 섬칫한 명칭이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니 정말 타당성이 있습니다. 기업주가 노동자들 데려다 노동을 시키려면 노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놔야되는데, 법을 무시한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교통사고의 경우 자동차보험에 들더라도 중대사고는 처벌을 받고 있는데 기업주들은 산재보험 하나 달랑 들었다고 모든 부분에서 면죄부를 받으려 합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건설현장은 사망 사고가 다반사예요. 그런 사고가 한번 나면 기업경영에 큰 타격이 될 정도의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데 적극 동의합니다.
일단 연간 수천명 씩 죽는 것을 이슈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기업살인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리 : 김낙준/노동건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