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범죄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특별법 제정 및 호주 ‘기업살인법’의 도입 가능성 모색

 

1. 현재 산업안전보건범죄자에 대한 처벌 실태 및 처벌 강화의 필요성

 

사용자가 사업장 내에서의 안전 및 보건과 관련되어 예방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경우, 이를테면 사업주가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두지 않거나 정기적으로 근로자에 대한 건강진단을 실시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사용자는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처벌을 받는다.(산안법 제13조, 제70조, 제43조, 제68조). 그런데 위 산안법은 사고를 미연에 예방하기 위해 제정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목적으로 적용되는 경우보다는 어떤 사고가 발생한 후에 그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적용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사업장 내에서 사고가 발생하였고 사용자에게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사용자는 형법상의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에 의해 처벌을 받는다(형법 제266조~268조). 그런데 사업장 내에서의 사고가 사망 사고가 아닌 한 사용자가 구속이 되는 경우는 드물고 사망 사고가 발생하여 구속된 경우에도 재판 과정에서 보석 등으로 석방된 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형을 선고받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도 그런 처벌을 받는 자는 대부분 사업장의 현장 감독관 등 중간간부들이고 실질적인 최고 책임자는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현행법상으로도 산업안전보건범죄자를 처벌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 규정들은 마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운용실태가 위와 같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위 법률들이 제정 취지만큼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산업안전보건범죄는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한 순간에 파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사전에 관심을 기울이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 중하게 처벌하여야만 한다. 그래야만 사용자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산업안전보건범죄의 예방 및 근절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2. 산업안전보건범죄의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노동부 및 검찰과 법원이 산업안전보건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현재 마련되어 있는 법령들이라도 엄격히 준수하고 적용하도록 요구해 나가는 것이다. 즉, 노동부에는 산업안전 감시 활동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검찰에는 피해 정도가 중하거나 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하는 사업장의 사업주에 대해서는 삼진 아웃제 등을 실시하여 구속 수사를 할 것 및 기업의 최고 책임자도 처벌할 것을 요구하며, 법원에는 산업안전보건범죄자에 대해 무원칙하고 온정주의적인 보석 허가 및 벌금형 선고를 지양하고 실형을 선고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방안은 모두 법 집행자의 의지에 호소를 하는 것으로서 그 효과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가 없다. 그리고 법 집행자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많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여지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없애려면 특별법을 제정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될 경우 산업안전보건범죄자에 대한 엄중 처벌 방침이 제도화되어 산업안전보건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한층 강화될 것이다. 이것은 사용자들로 하여금 경각심을 갖게 만들어 산재 사고가 지금보다 훨씬 더 예방될 수 있을 것이다.

 

3. 특별법 제정 추진시 제기될 수 있는 문제점들

 

가. 산업안전보건법과 특별법

먼저 산업안전보건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재 사고의 사전 예방 조치에 대해 규율하고 있기 때문에, 사후 처벌 내용을 규율할 특별법과 충돌할 여지가 없다. 즉, 산업안전보건법과 특별법은 충분히 그리고 당연히 공존 가능한 것이다. 이것은 현재 산재사고가 발생할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형법상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동시에 적용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결국 산업안전보건법이 있다고 하여 특별법의 제정에 무슨 문제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나. 형법과 특별법

 

다음으로 제기될 수 있는 문제는 형법에 업무상과실치상죄가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법을 만들 필요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형법에 처벌규정이 있다고 하여 특별법을 제정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이미 그런 법률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관한법률,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환경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특별법과 관련하여 일각에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자주 운위하고 있으나 위 법률은 교통사고 가해자를 감경 처벌 또는 면책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서 산업안전보건범죄자의 가중 처벌 내용을 담을 특별법과 비교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 그렇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형법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처벌 강화의 필요성이 있다거나 처벌 행위를 유형화할 필요성이 있다거나 하는 사유들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미 존재하는 다른 특별법에는 주로 형법상 죄가 되는 행위 유형들을 세분화하여 가중처벌 하거나 이를테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에서 야간 폭행이나 공동 폭행, 흉기 휴대 폭행을 가중처벌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형법상 죄가 되지 않더라도 형법상 죄가 되는 행위를 유발하는 과정 자체를 범죄로 규정하여 처벌하는 규정 이를테면 화염병을 제조한 자도(그것을 사용하여 상해의 결과를 발생시키지 않더라도) 처벌하는 것 등 들이 마련되어 있다.

 

다. 특별법 남용을 우려하는 주장에 대하여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서는 특별법이 남발될 경우 사법권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경직되게 행사되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있다. 실제로 그럴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은 귀담아 들어야 할 가치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하는 자들도 산업안전보건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전자의 우려와 후자의 필요성을 비교 형량하여 현 시점에서 더 절박하고 중대한 문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살펴볼 때, 현 시점에서는 후자의 필요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산업안전보건범죄는 사전에 예방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가 갈수록 더 늘어나고 있고 그로 인한 노동자들의 피해가 심각한 지경이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특별법 제정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산업안전보건범죄자를 엄중 처벌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에 특별법 남발이 초래할 수 있는 부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성이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4. 특별법으로 규율해야 하는 내용들

 

특별법에 규정되어야 하는 내용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특별법에는 산업안전 보검범죄의 행위 유형이 세분화되어야 할 것이다. 즉 사용자가 ▲동일 현장에서 비슷한 유형의 사고를 반복하여 낸 경우, ▲일정 숫자 이상의 인명 피해를 낸 경우, ▲명백히 예견되는 위험에 대해 안전조치를 행하지 않은 경우, ▲일정규모 이상의 사업장으로서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상당히 많은 수의 근로자의 생명 및 신체에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많은 경우, ▲산재사고를 은폐하거나 피재노동자의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경우 등의 행위 유형이 세분화되어 규정되어야 할 것이고 그에 따른 가중처벌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산재사고 발생 사업장의 최고책임자 및 실질적인 사업주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조항 근로기준법의 양벌규정은 다른 법률의 그것과는 달리, 기업 대표자의 책임을 묻을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되어 있다.

 

『제116조 (양벌규정) 이 법의 위반행위를 한 자가 당해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한 대리인, 사용인 기타의 종업자인 경우에는 사업주에 대하여도 각 본조의 벌금형을 과한다. 다만, 사업주(사업주가 법인인 경우에는 그 대표자, 사업주가 영업에 관하여 성년자와 동일의 능력을 갖지 아니하는 미성년자 또는 금치산자인 경우에는 그 법정대리인을 사업주로 한다. 이하 이 조에 있어서 같다)가 위반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사업주가 위반의 계획을 알고 그 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는 경우, 위반행위를 알고 그 시정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는 경우 또는 위반을 교사한 경우에는 사업주도 행위자로서 처벌한다.』

이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최근 노동부가 발표했듯이, 산재빈발 사업장을 일간지에 공표하는 등 산재 사고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조항도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5. 호주 ‘사업장 사망과 중대 상해 법안’(이하 ‘기업살인법’이라고 함)의 내용 및 도입 가능성 여부

 

가. 위 법의 주요내용

 

위 법의 주요 내용은 기존의 보건범죄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다. 위 법의 목차를 일별하면 다음과 같다.

 

『1부 : 전문

 

2부 : 1958년도의 형법의 개정

 

3부 : 1985년도의 위험물질법의 개정

 

4부 : 1994년도의 장비(공공안전)법의 개정

 

5부 : 1985년도의 직업보건안전법의 개정

 

6부 : 1989년도의 경범죄법원법의 개정

 

7부 : 1985년도의 재해보상법의 개정』

 위 법의 핵심적인 내용은 2부 ‘형법의 개정’ 부분에 규정되어 있는데, 호주의 1958년도의 형법에 새로운 섹션 11~14F까지를 규정하는 세부 조항이 삽입되어 있다. 섹션 13에 기업 살인이라는 새로운 법정 범죄가 신설되어 있고 『태만(negligence)으로 다음의 사람, 즉 기업체에 고용되어 있는 피고용인 또는 기업체에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또는 관계하는 과정에 있는 노동자를 살해한(kills) 기업체는 기소 가능한 기업 살인죄(manslaughter)의 죄책이 있다.』  유죄가 인정된 기업체에는 500만 달러 이하의 형벌을 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영미법상 살인죄는 모살죄(murder)와 고살죄(manslaughter)로 구분되고 과실치사죄는 negligent homicide로 표시된다.

 

섹션 14에 기업의 태만으로 인한 중대상해의 법정 범죄가 신설되어 있다. 『태만으로 다음의 사람 -기업체에 고용되어 있는 피고용인 또는 기업체에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또는 관계하는 과정에 있는 노동자- 에게 중대한 상해를 입힌 기업체는 기소가능한 범죄의 죄책이 있다』. 유죄가 인정된 기업체에는 200만불 이하의 형벌을 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기업체의 고위 임원에 적용되는 새로운 범죄도 그 부분에 규정되어 있다. 기업체의 고위 임원에 대해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다음의 사항이 입증되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기업체의 범죄 행위와 관련하여 기업체의 행위 또는 행위의 일부에 대해 조직적으로 책임이 있음. ▲자신의 조직적 책임을 이행 또는 불이행함으로써 기업체의 범죄에 물질적으로 기여함. ▲자신의 행위의 결과로 기업체가 사람에 사망 또는 실제로 중대한 상해의 위험이 있는 행위를 할 수 있는 상당한 위험이 있음을 알고 있음.

 

위 법의 섹션 14D에는 기업체가 위와 같은 범죄를 행하였을 경우, 법원이 여타 다른 형벌에 추가로 또는 대신해서 그 기업체에 대해 여타의 다른 조치들 그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범죄로 인한 죽음 또는 중대 상해 또는 다른 초래된 결과의 내용과 부과된 형량을 공개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을 취하는 것. ▲범죄로 인한 죽음 또는 중대 상해 또는 다른 초래된 결과의 내용과 부과된 형량을 사람들에게 통보하는 것.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구체화된 행동을 취하는 것 또는 구체화된 사업을 설립 또는 시행하는 것.

 

을 행할 수 있는 규정도 마련되어 있다.

 

나. 위 법의 특징 및 우리나라 법 체계에의 도입 가능성

 

첫째, 위 법이 기업 자체를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범죄 유형을 특별히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영미법이 법인에 대해 주로 ‘법인실재설’의 입장을 취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형법은 행위자 책임 원칙을 엄격히 견지하고 있는 관계로 기업체 자체를 일차적인 책임 주체로 하는 것은 어렵다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 법률 체계상으로는 양벌규정을 통해 기업체를 처벌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둘째, 기업 자체뿐만 아니라 고위 임원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특별규정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 법률은 고위 임원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유형화하여 고위 임원이 사망 사고 등에 직접 책임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 ‘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경우에도 그 임원을 처벌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법률상으로도 이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으로도 ‘책임자’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여 기업의 최고 책임자 및 실질적인 사용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고 그런 의지를 확실히 하기 위해 최고책임자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는 규정을 신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기업이 ‘과실’로 사람을 죽인 경우에도 ‘살인죄’의 죄책을 부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 ‘과실’의 내용이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명백한 고의가 없는 경우에도 ‘살인죄’의 죄책을 부담시키는 영미법 체계에 비추어 볼 때에도 상당히 획기적인 조치라고 할 것이다. 여기에서 산업안전사고를 근절하려는 호주 입법자들의 의지를 확실히 읽을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 법이 ‘기업살인법’이라고 불리는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나라 법률체계상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우리나라 법률은 고의와 과실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형사법은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기 때문에 특별법을 통해서도 그 근간을 흔들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넷째, 산업안전보건범죄에 대한 책임을 엄격하고 묻고 있다는 점이다. 위 법이 일차적으로는 기업체를 처벌 대상으로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형이 아닌 벌금형을 주된 처벌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그 액수는 우리나라 법률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다액이다. 위 법에 의할 경우 사망사고의 경우에는 500만불(약60억원), 상해사고의 경우에는 200만불(약 24억원)까지 부담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위와 같은 점을 모두 고려해 볼 때, 위 ‘기업살인법’을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위 법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기업의 과실 행위에 대해서도 살인죄의 책임을 묻는다는 것인데 우리나라 법 체계상으로는 그것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이것은 과실 행위에 대해 책임을 엄격히 묻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그리고 기업체 자체에 대해 바로 직접적인 책임을 묻는 것도 우리법상으로는 매우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 법을 우리나라에 바로 도입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위 법의 정신과 취지는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그것은 특별법 속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여타 법률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기업살인자 처벌 운동’은 현 시기 반드시 필요한 운동이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