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지역을 중심으로

 

지난 11월 9일 일본 규슈(九州) 후쿠오카(福岡)에서 한일중 3개국이 모여, 분진에 의한 탄광 폭발에 관한 심포지움을 열었다. 1963년 11월 9일 미쯔이 미이케(三井三池)탄광에서 일어난 탄진 폭발은 사망자 4백58명과 8백39명의 일산화탄소중독환자를 발생시켰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이 탄광사고는 에너지구조를 전환하려는 당시 일본의 석탄산업 구조조정과 합리화, 인원 삭감 정책 속에서 안전을 무시한 조업 때문에 일어난 사고였다. 안전보다 생산을 우선시하는 회사의 태도가 탄광 산재와 직업병환자를 만들었다. 이것은 일본뿐만 아니라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볼 수 있다. “미이케 사고”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아시아 세 나라가 모여서 국제심포지움을 연 것이다. 다음 글은 심포지움을 위해 태백자활후견기관 원응호 관장이 한국의 탄광문제와 진폐노동자의 문제를 정리하여 제출한 것이다. – 편집자 –

 

국제적인 행사에 초청해 주시고 함께 교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음에도 부득이 참석치 못해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원고를 통해서라도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미이케탄광(三池炭鑛) 미가와광(三川?)의 대폭발이 있은지 40주년을 맞게 되어 희생자들에 대한 조의를 표합니다.

 

무리한 산업구조조정으로 위기에 봉착한 한국의 화 탄전지역

미이케탄광노동조합(三池炭鑛勞動組合)의 노동자교육활동과 노동자의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시행된 합리화를 반대하는 445일간의 대투쟁사건은 한국에서도 노동자교육의 사례로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가와광(三川?)의 대폭발사건은 대책없이 기업의 논리만으로 일방적으로 시행된 합리화사업이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CO gas로 인한 폭발사고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만 미가와광의 대폭발사건과 같이 규모는 크지 않았습니다. 저도 이번에 미이케탄광의 자료들을 살펴보면서 폭발사고의 규모가 매우 컸음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미이케투쟁이후 제2차 합리화로 탄광의 인원이 대폭 감축되면서 노동안전에 대한 대책을 소홀히 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대폭발사고가 발생하여 458명이 사망하고 839명이 부상을 입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만 그동안 일개 탄광의 노동투쟁에 머물던 것이 이 폭발사고를 계기로 하여 전국민적 관심사가 되었고 노동안전에 대한 정부정책이 크게 변화하게 된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에도 지난 90년초부터 석탄산업에 대한 합리화사업을 시행하였습니다. 이 사업의 시행으로 인해 합리화전 347개이던 탄광과 연간 2천4백만톤에 달하던 석탄생산량이 2003년 현재에는 가동탄광 9개에 연간 석탄생산량도 200만톤으로 줄어들어 겨우 명맥만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합리화로 인한 문제가 많이 발생했고 그 후유증이 매우 큽니다. 탄광이 많이 산재해 있었던 태백시를 비롯한 태백탄전지역1)은 석탄산업합리화사업으로 인한 피해가 가장 컸던 지역입니다.

 

90년 1월부터 석탄산업합리화사업이 시행되어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많은 탄광들이 폐광되면서 태백시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태백시의 경우 43개에 발하던 탄광중 93%가 폐광되고 현재 3개의 탄광만이 남아 있습니다. 20,000여명이던 탄광노동자도 5,000명으로 감소하였습니다. 석탄산업이외에는 다른 산업이 전혀 없는 미약한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태백시는 일자리를 잃은 많은 탄광노동자와 지역주민들이 타 지역으로 떠나면서 연 평균 8.2%의 인구감소현황을 보이면서 1988년도에 11만5천명에 이르던 지역 인구는 2000년도에는 49.5%가 감소한 5만7천여명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급속한 인구감소현황으로 태백시 일부지역은 지역공동화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고 폐광이후부터 장기적인 실업상태에 있거나 새로운 빈곤계층으로 전락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각종 산업재해로 인한 후유장애를 겪고 있는 산재환자들과 진폐증으로 대표되는 탄광직업병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과제로 남겨지게 되었습니다.

    

합리화로 인한 지역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대응노력과 정부정책의 변화

 

이제 정부주도의 합리화 정책은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현재 가동되고 있는 탄광 중 내년도에 2~3개가 폐광되고 나면 석탄산업합리화사업은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합리화사업을 진행하면서 정부가 방치한 문제들이 남아있고 이를 합리화사업이 종결되기 전에 가시적인 방안들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지역경제회생 방안의 마련과 장기실직자와 빈곤층 및 진폐증 환자 등 산업재해자들을 위한 대책마련입니다.

   

1. 지역경제 회생방안의 모색과 추진내용

 

먼저 폐광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탄광지역의 도시들이 석탄산업을 대체할 산업을 육성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일입니다. 이미 1993년부터 태백탄전지구 내에 있는 태백시를 비롯한 탄전도시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폐광일변도의 정책에 강하게 반대하고 지역사회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마련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폐광일변도의 합리화사업을 계속 추진하였고 지역주민들에 대한 대책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급기야는 1995년 초부터 지역주민들의 강력한 대정부저항운동이 펼쳐졌고 시간이 갈수록 시민불복종운동의 양상으로 비화되었습니다. 결국 정부는 1995년 3월 3일 장원남부 폐광 지역내에 내국인줄입 카지노(CASINO)의 개설과 ‘대체산업활성화를 위한 지원 등을 포함한 폐광지역발전을 위한 특별법’의 제정을 약속하면서 일단락을 맺었습니다.

 

3?3 합의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탄전지역이었고 합리화 이후 폐광으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입고 있던 강원남부 폐광지역 4개 시도의 7개지역(태백시, 삼척시 도계읍, 정선군 고한, 사북, 신동읍 남면, 영월군 상동읍)의 주민대표들이 모여 ‘강원남부폐광지역주민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를 결성하였습다. 그리고 연대회의는 3?3합의로 얻은 성과물인 ‘특별법’의 제정을 위한 주민입법운동을 본격 전개했습니다. 그러나 특별법제정운동의 과정은 길고 지리했습니다. 백두대간의 중심에 위치한 고원?산악지형인 지역의 특성상 산림과 환경을 보전해야 한다는 정부 및 환경단체의 입장과 적절한 개발을 통해 지역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민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또 내국인 출입 카지노를 설립하는 것을 반대하는 경실련 등 전국규모의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한 저항에 부닥치면서 주민입법운동은 여러 번의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연대회의에 참여한 지역간의 소지역주의와 이해관계들이 얽히면서 여러 차례 갈등과 첨예한 대립을 겪기도 했습니다. 결국 폐광지역이 처한 심각한 상황들을 직접 목격한 수도권의 시민사회단체 및 환경단체들의 입장이 변화되었고 이를 계기로 정부도 ‘지속가능한 개발’을 전제로 개발의 이익이 주민들과 지역의 소외계층에게 돌려질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만든다면 규제를 풀어서 개발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조직내의 갈등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고 당초 정부안대로 내국인 출입의 카지노를 정선군 고한?사북지역에 설립하는 것을 타지역이 인정하면서 특별법제정운동은 순탄하게 추진될 수 있었습니다. 1995년 11월에 2005년까지 한시적으로 효력을 발생하는 ‘폐광지역개발지원에관한특별법’이 제정되었고 이듬해 시행이 되면서 강원남부폐광지역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특별법이 제정?시행된지 올 해로 8년째를 맞고 있으며 3년 후면 법의 효력이 끝나는 시점에 이르렀지만 강원남부폐광지역의 개발은 원점에서 맴돌고 있고 석탄산업을 대체할 신산업의 유치와 활성화는 연이어 실패로 끝났습니다. 지역주민들이 출자하여 설립한 태백시민주식회사 등 주민주도의 지역개발을 시도했지만 역시 재원확보의 어려움과 IMF외환위기까지 겹치면서 좌절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폐광지역의 경제적 활성화와 주민고용창출 및 복지증진이라는 목표를 갖고 설립된 내국인출입 카지노2)만이 활성화되어 폐광지역의 어두운 밤하늘을 조금이나마 밝혀주고 있을 뿐입니다.

 

결국 지속가능한 개발을 목표로 추진되었던 주민입법운동은 내국인 카지노 하나만 제대로 설립하는 이른바 ‘카지노법’이 되었다는 대내외적 비판과 함께 아직 폐광지역의 효율적인 개발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특별법의 시한을 연장하기 위한 주민운동이 다시 시작되고는 있지만 워낙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도로 등 교통망이 열악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다 지자체 나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제불황이 겹치면서 외지 기업의 투자 등 민간자본의 유치여건마저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어서 이 지역의 경제회복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2. 장기실직자와 빈곤층 및 진폐증환자 등 산업재해자들을 위한 대책마련과 추진내용

 

폐광이후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대두된 문제는 폐광으로 인한 대량실업과 인구의 외지 유출입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노동력의 상실로 외지로 나갈 수 없는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외지로 나가서라도 일거리를 찾을 수 있는 사람들은 젊고 노동력이나 특정한 기술이 있거나 어느 정도의 자금이 있는 경우입니다. 반면에 외지로 나갈 수 없는 사람들은 이미 늙고 노동력이 크게 저하된 상태인데다 자금도 없는 경우입니다. 이들이 장기적인 실업상태에 머물게 되고 지역사회의 새로운 빈곤층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진폐증환자이거나 산재후유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정부는 이들과 같은 소외계층에 애한 배려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탄광이 가장 많이 있었던 태백시와 정선군의 진폐환자들은 4,148명3)입니다. 전국적으로는 진폐환자의 수가 전국진폐재해자협회는 5만7천명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부는 공식적으로 16,709명이고 현재 병원요양중인 진폐환자는 2,738명이라고 발표하여 현저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4) 그러나 어느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태백탄전지구내 5개 요양병원과 이웃한 동해시의 요양병원 등 강원남부권 6개 병원에 요양중인 진폐환자는 1,271명에 이르고 있고 법이 정한 기준에5) 의거 요양 등의 지원에서 제외된 ‘재가진폐환자들6) 까지 포함한다면 단일지역에 상당수의 진폐환자들이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 진폐환자들의 실태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이 50세 이상(96.3%)의 남자(94.4%)들이고 초등학교 졸업미만의 저학력자(74.0%)입니다. 대부분이 자녀와 떨어져 혼자 또는 부부만이 살고 있고(69.1%) 자녀가 있더라도 19.5%만이 월 37만원정도의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을 뿐입니다. 이들의 한 달 수입은 요양급여를 받고 있는 요양진폐환자와 그렇지 못한 재가진폐환자간에 큰 격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양진페환자 경우 월 100만원 – 150만원이 75.7%인 반면에 재가진폐환자는 100만원 미만이 86.3%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재가진폐환자의 절반정도는 복지단체, 종교단체 등의 경제적 후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빈곤상황임에도 이들 대부분은 일을 하지 않고 있으며(80.7%) 일을 하지 않는 이유는 일거리도 부족하고 노동강도가 높은 일용직이 대부분인데다 고령 및 질병으로 인한 노동능력 상실(82.9%) 때문입니다. 특히 재가진폐환자의 경우는 자식이 있을 경우 정부의 공공부조에서 제외되어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7)

 

진폐환자들은 심각한 빈곤선상에 놓여있으나 이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은 지극히 제안적입니다. 지역의 복지단체인 사회복지법인 태백사회복지회가 1995년부터 빈곤한 진폐환자들을 대상으로 경제적 지원사업(월 5만~15만원)을 실시했고 요양혜택을 받지 못하는 재가진폐환자들을 대상으로 지역내 의원(dispensary)과 협력하여 무료 진료와 투약사업을 1991년부터 2000년까지 실시했습니다. 또 지역의 라이온스클럽 등 봉사단체가 극빈한 재가진폐환자들의 자녀장학금 지원과 생계비 지원을 하는 사업을 실시했습니다. 그러나 전국진폐재해자협회가 태백에 본부를 두고 있지만 협회의 주 수입원이 되는 요양진폐환자들을 중심으로 한 진폐제도와 정책의 개선에 치중하여 소극적으로 대응하였을 뿐이고 재가진폐환자들을 포함한 빈곤진폐환자들을 위한 구호사업은 전혀 시행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협회의 소극적인 대응과는 달리 태백탄전지역의 의료인, 시민운동 활동가들과 진폐환자들을 대상으로 구호사업을 담당하고 있던 태백사회복지회가 중심이 된 복지단체가 모여서 1999년에 ‘진폐문제를 생각하는 시민의 모임(이하 ‘시민모임’)’을 구성하고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진폐협회는 오히려 시민모임에 강한 적대감을 보였고 진폐문제를 협력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보다는 대립적 양상으로 몰고 갔습니다. 진폐문제는 오직 협회만이 나서서 정부와 협의해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지 진폐문제의 당사자도 아닌 아무런 상관이 없는 조직(‘시민모임’을 지칭)이 이 문제에 끼어드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이 협회의 일관된 입장이었습니다.

 

결국 진폐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노력을 하면서도 이원화된 채 제 각각의 방식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어서 큰 힘이 실리지 못했고 정부의 진폐정책과 입장에도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1994년과 2000년 두 차례에 걸쳐 진폐문제에 대한 국회차원의 국정감사가 실시되었는데 이 자리에 시민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던 인사들이 참고인으로 출석하여 진폐문제의 심각성과 정부의 무대책을 진술, 성토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특히 2000년 11월 7일에 열린 국회환경노동위원회 노동부 국정감사장에 필자와 태백지역의 재가진폐환자 1명이 참고인으로 출석하여 진폐문제의 실상을 낱낱이 진술하였고 이 자리에 함께 했던 노동부장관과 노동부 진폐문제와 관련한 부서의 국장 및 담당 실무공무원들은 여야를 떠나 참석한 국회의원들로부터 쏟아지는 비판과 실질적인 대책을 추궁받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진폐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논의가 본격화되었습니다.

그 이듬해인 2001년 1월부터 노동부는 국정감사시 제기된 진폐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수립에 착수하였고 그 해 6월에 진폐환자의 재활을 포함한 “산재환자 재활사업5개년 계획 세부실천사업”을 발표했고 3개월 뒤인 9월에는 “진폐환자보호종합대책”을 발표하여 진폐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차원의 실질적인 대책들을 잇달아 내 놓았습니다. 특히 진폐환자 보호 종합대책에는 ‘진폐요양범위의 확대’를 비롯해 진폐환자재활프로그램 개발 및 진폐환자보호요양시설의 설치 등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조치들을 담고 있어 합리화사업 이후 방치되었던 진폐문제들에 대한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고 진폐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진폐환자보호요양시설은 진폐문제를 풀어나갈 새로운 대안으로 인식되었습니다. 현재 진폐환자요양체계는 법이 정한 합병증이 있거나 중증도의 호흡곤란을 겪는 진폐환자들만이 요양병원에 입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장기간에 걸쳐 질병이 진행되는 진폐증의 특성상 한번 입원하게 되면 짧게는 5~6년에서 길게는 10년 넘게 병상을 차지하고 있어 병상은 한정되어 있고 새로운 요양대상자가 발생하여도 요양의 기회를 가질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진폐환자보호요양시설이 건립되면 합병증의 치료가 완료되었고 의료적인 처치가 필요 없지만 일정기간 보호가 필요한 고령의 진폐환자들과 경증의 요양환자 들을 예외로 수용하여 보호와 재활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요양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사각지대에 있던 재가진폐환자들에게도 시설을 개방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진폐환자 보호요양시설의 설립이라는 새로운 대안이 마련되었으나 이를 운영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정부와 전문연구기관 및 시민모임과 진폐협회의 입장이 각각 차이가 있어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민모임에서는 진폐환자보호요양시설이 지역사회로 열린 시설이 될 것을 전체로 하는 의견을 제시하고 실질적이고도 종합적인 진폐환자보호프로그램이 시행될 수 있도록 정부에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정부의 구체적인 답변은 없습니다. 그러나 시민모임은 지속적인 대정부 요구를 통해 진폐환자보호요양시설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진폐환자보호요양시설은 2001년 6월에 수립된 재활사업 5개년 계획 및 진폐환자종합대책에 의거한 정부의 적극적인 진폐환자 문제에 대응하겠다는 의지와 노력의 산물로서 제대로 운영만 된다면 향후 난마처럼 얽힌 진폐문제를 효과적으로 풀어 나가는데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따라서 이 시설이 합리적이고 효율성 높은 시설로 정착되고 당해 지자체를 포함한 지역사회의 지지와 협력, 당사자인 진폐협회와 전문가 그룹, 정책당국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의 개설, 더 나아가 계량적, 질적 평가를 통한 괄목할 만한 실적을 냄으로써 제도적으로 정착되고 전국적으로 제2, 제3의 시설이 확대되도록 하는데 기여해야 합니다.

 

진폐환자보호요양시설은 금년 7월에 태백시에 설립이 결정되어 현재 부지매입작업을 하고 있고 2004년도에 공사를 착공하여 오는 2005년말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글을 맺으면서

 

지금까지 살펴 본 바와 같이 태백탄전지구로 대표되는 한국석탄사업의 현실과 합리화사업으로 인한 폐광으로 지역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의 실상들을 간략하게 기술했습니다. 지역경제의 회생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주민입법운동의 전개 등 한국사회 내에서도 흔치 않은 주민운동이 적극 전개되었지만 지속가능한 개발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습니다. 내국인 출입 카지노의 개발효과와 수익을 둘러싼 지역간, 대 정부와의 이해대립과 갈등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어 당초 특별법의 입법취지와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어 우려가 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이 가진 지역적 특수성과 천혜의 환경을 살리면서 고용을 창출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모을 필요가 있고 지역간의 협력과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敦篤해져야 합니다. 지역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전투적인 주민운동이 아니라 지역간, 지자체 등과의 협력적 감시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고 좀더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주민운동의 조직화가 요구됩니다.

 

또 진폐문제 등 폐광 이후 지역사회의 과제에 대해서는 협회와 시민조직의 이원화된 상태에서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지 못한 각각의 대응을 해 왔으나 꾸준한 노력의 결과 진폐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진폐환자보호요양시설의 설치와 요양범위의 확대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정부정책의 동향을 꾸준하게 감시하고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일본의 ‘전국안전센터’와 같은 조직이 필요합니다.

 

이황화탄소 중독 등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직업병 등 산업재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사회의 다양한 활동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유독 가장 많은 직업병환자군을 형성하고 있는 진폐문제에 한해서는 관련NGO의 활동도 미약한데다 대응노력도 일본사회보다는 부족하다고 봅니다. 진폐문제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연구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운동의 차원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강력한 NGO 조직이 필요합니다. 전국진폐재해자협회가 있지만 협회의 운동역량에 대해서 현장에서는 매우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고 정책의 개발과 협상 등 대응형태도 시스템화 또는 정예화 되지 못한 채 회장 1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하고 있어 더더욱 진폐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료, 노동문제전문가, 사회사업가 등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NGO의 출현이 시급합니다.

 


각주)

 

1) 태백탄전지역은 태백시를 비롯해 정선군 고한?사북읍, 삼척시 도계읍, 영월군 일부 지역 등 강원도 남부지역의 대규모 탄전지역으로서 국내 굴착이 가능한 무연탄의 40%인 6억8천만톤이 이 지역에 매장되어 있고 그 중 반 이상이 태백시에 매장되어 있다.

 

2) 내국인출입의 카지노를 법으로 명시하여 설립하도록 한 것은 파격적인 조치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카지노를 전국 13개소에 허가하였지만 극히 제한적으로 도박을 허용하였을 뿐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도박은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강원남부 폐광지역의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여 ‘폐광지역 1개소에만 허용한다’는 단서를 달고 정부가 어쩔 수 없이 허용한 것이다. 이를 근거로 2000년도에 정부 및 지자체 지분 51%와 민간지분 49%로 2000억원을 출자하여 국내 첫 내국인 출입이 허용된 카지노 리조트호텔 ‘강원랜드’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현재 강원랜드 카지노는 매년 급성장을 하여 개장한 후 3년간 매출액이 1조117억원에 당기순이익은 4,805억원에 이르렀고 2003년에는 한 해 매출액만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도박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도 급증하고 있어 도박산업이 갖는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다만 지역경제와 지역주민의 복지향상을 위한 투자가 늘어나고 고용의 기회를 많이 만들었으며 아직 미약하기는 하지만 폐광지역의 경제를 회생시키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3) 사단법인 전국진폐재해자협회에 등록되어 있는 현황이며 태백시가 2,776명 정선군이 1,372명이다.(2000년 12월 현재) 그러나 실제로는 등록되지 않은 환자들이 상당수 더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4) 이렇게 전국진폐재해자협회와 정부의 통계가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원인은 진폐증을 인정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국진폐재해자협회는 탄광재직경력이 있고 진폐증 심의를 받은 사람들을 모두 진폐환자로 인정하고 있어 합병증의 유무에 상관없이 협회의 회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협회는 2000년 12월 현재 진폐환자를 진폐증 심의를 받은 53,045명을 포함하여 5만7천여명으로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정부(노동부)는 진폐심의를 거쳐 진폐증으로 판정된 사람에 한하여 진폐증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2000년 12월 31일 현재 진폐환자는 16,709명으로 공식 발표했다. 진폐협회의 주장에 문제는 있지만 진폐증의 판정기준을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현행 법과 제도에 따라 진폐증 판정에서 제외되는 환자들이 많다고 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정부의 주장에도 문제는 있다.

  

5) 진폐의예방및진폐근로자의보호등에관한법률시행규칙 제2조의 규정에 따르면 ‘폐결핵, 결핵성흉막염, 속발성기관지염, 속발성기관지확장증, 속발성기흉, 폐기종, 폐성심, 폐암과 진폐증의 판정기준 제18조에 따른 심폐기능의 고도장해가 있는 진폐환자가 요양대상이다.

   

6) 협회에 조차 등록되지 못한 진폐환자들은 법이 정한 9종의 합병증에 해당되지 않는 합병증을 가진 진폐환자와 합병증이 없는 진폐환자들은 이른바 ’단순진폐환자‘로 분류하고 사실상 진폐증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진료 및 요양과 보상에서 제외되어 있으며 이러한 진폐증환자들을 ’재가진폐환자‘로 부르고 있다.

  

7) 태백자활후견기관(2001), 2001 테백진폐재해자의 삶-태백지역 진폐재해자 실태조사 보고서, 2001.6.1 pp63~77 및 유범상 외(2002), 진폐노동자재활프로그램개발-질병의 치료와 빈곤의 해결, 한국노동연구원, 2002.4.30 pp148~172에서 인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