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복공단 자문의, 현장 방문 없이 4일간 108명 심사
서울지하철노동자 108명 집단요양신청에 23명만 승인
서울지하철노조가 지난달 17일 108명의 노동자에 대한 집단적인 산재요양신청을 한 데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지난 28일 단 23명에 대해서만 요양을 승인했다.
서울지하철노조는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서울지하철노동자를 대상으로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및 근골격계 직업병 정밀검진을 한 바 있다. 그 결과 심각한 질환으로 판명된 108명의 노동자들의 즉각적인 치료를 위해 지난 2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신청을 한 바 있다. 그러나 그 결과 대부분이 불승인, 취업요양, 변경 승인, 부분 승인 판정을 받은 것. 108명 중 승인은 23명에 그쳤고, 불승인 17명, 취업요양 68명이 나왔다.
노조는 “질환의 업무기인성을 심사하는 자문의사협의회 구성에서부터 노조의 참여와 요구가 거부돼 구성된 자문의들이 4일 동안 108명을 심사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며 “업무관련성을 심사하는 기구인 자문의가 업무의 전반적 상황, 업무의 특성에 대해서 기초적인 파악도 없이 업무관련성을 심의했다”고 지적했다. 즉, 자문의들 중 단 한명도 지하철 현장을 직접 방문한 적이 없다는 것.
노조는 “68명의 노동자들에게 ‘취업요양’이라는 결정을 내렸을 때 그 목적이 치료와 재활이 아니라 오로지 ‘휴업급여’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노골적인 돈 계산뿐이었음을 잘 알고 있다”며 “노동자에게 ‘생명과도 같은 건강’도 공단의 돈벌이보다 가치가 없는 것으로 취급됐다”고 비판했다. 또 이것이 치료의 기회마저 봉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또 “공단은 지하철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이 업무에 기인한 누적성질환임을 인정했다”며 “업무를 연속, 지속으로 수행할 경우 질환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인정했음에도 ‘취업요양 결정’은 기존의 업무를 연속, 지속하면서 치료를 하라는 것”이라며 결정 내용이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또 근골격계질환을 발생시킨 작업환경과 노동조건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업무상 질환임에도 노동조건과 작업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은 질환의 악화를 불러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노조는 “공단의 이번 결정 자체가 공단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부정했다”며 “우리의 노동 건강권과 치료받을 권리를 강탈해 간다면 우리는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음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임지혜 기자 sagesse@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