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안전보건학교 이야기
학생들의 여름방학, 겨울방학과 노동자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요. 아니 상관이 있다면 노동자들의 자녀들이 방학일 때 ‘내 아들이, 내 딸이 방학이구나’ 하거나 ‘아이들의 방학에 무얼 해줄까’하는 정도일 것입니다…
그러나 의 노동안전보건학교를 참가하는 동지라면 학생들의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기간이 되면 해야 할 또 하나의 것이 있지요.
새벽같이 출근하여 하루종일 작업장에서 일하고 피곤한 몸이 되어 지쳐있지만 그래도 배움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현장에서의 더 많은 활동을 위하여 노동자들은 학교에 참가합니다. 바로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공부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올 겨울방학에도 의 노동안전보건학교는 지역의 건강권에 관심있는 동지들의 참가로 힘차게 시작되었습니다.
노동안전보건학교란?
노동안전보건학교는 에서 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의 기회를 갖기 위해 인천지역에서 2001년부터 시작한 교육사업으로 겨울과 여름 2차례에 걸쳐 진행되고 있고, 겨울에는 심화학습으로 10주간의 학교를, 여름에는 교양강좌로 4주간에 걸쳐 학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노동안전보건학교가 어느덧 자리를 잡아 이제 벌써 7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7기가 될 때까지 굉장히 많은 수강생들이 거쳐 갔는데, 1기부터 7기까지 한번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참가한 동지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가 인연이 되어 노동자의 안전보건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게 된 동지들도 있고, 의 회원이 되어 자신들의 작업장을 넘어서 지역의 안전보건 활동에, 전체 노동자들의 건강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동지들도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도 의 노동안전보건학교가 인연이 되어 지금의 상근자로 활동하게 되었는데요. 예전에 한 사업장의 보건관리자로 있다 누군가 가르쳐 주는 것 없이 혼자 고민하며 사업장의 보건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감했었던 적이 있었고, 산업재해 처리조차 할 줄 몰라 쩔쩔 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일했던 사업장의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건강권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오직 회사가 지시하는 정도의 업무만 할 수 있었죠.
그 시기에 저의 답답한 현실을 해결해 준 단체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의 전신인 로 만나 노동안전보건학교 2기를 참가하게 되었고, 학교에서 공부하며 노동자들의 건강권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지켜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 저는 이 단체에서 상근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지금도 노동안전보건학교를 통해서 노동자들의 건강권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또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동지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안전보건학교가 주요한 교육사업으로 굳건히 자리잡기까지 많은 동지들이 열의와 관심으로 지금껏 쉬지 않고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교육사업을 꾸준히 진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러한 열정으로 지역의 노동자들이 주축이 되어 초기에는 20명 정도가 꾸준히 참가하다 점차 가까운 서울지역 동지들이, 그리고 다소 먼 거리에 있지만 충청권에 있는 동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기수가 더해질수록 참여하는 수강생들도 점차 늘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5기가 시작되기 전에 충청지역에서는 수강생들의 요구로 충청지역 노동안전보건학교를 총8강의 내용으로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노동안전보건학교가 정말 많은 동지들의 관심으로 진행이 되었을때에는 교육관에 모두 들어갈 수가 없어 강의실을 옮겨야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참 행복한 고민이었죠!
그 동안에 노동안전보건학교에서의 교육내용을 살펴보면 직업성 근골격계질환에 관련한 교육(노동안전보건과 근골격계, 작업장 속에서 들여다본 근골격계, 근골격계 질환의 의학적 의미와 관리방안, 근골격계질환의 관련법규의 해석, 현장에서 대처해야 할 내용, 노동강도 및 작업환경 평가방법의 적용, 예방프로그램 등)이 가장 많았고, 그 외에 산재보상보험법과 실무, 산업안전보건법의 활용, 직무스트레스의 원인과 예방기법, 작업독성학, 작업장의 분진관리, 건강검진이나 작업환경측정에서의 노동조합의 역할,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활동, 노동조합에서 산안활동가의 자세 등 그 외에 다양한 교육주제를 가지고 노동안전보건학교를 진행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7기 노동안전보건학교에서는 노동조합에서 산안간부를 맡게 되거나 처음 결합하는 동지들을 위한 교육의 내용과 1기부터 계속적으로 참여한 동지들의 교육내용을 조금 달리하여 좀 더 진전된 고민을 할 수 있도록 따로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노동자들의 건강권에 관한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지 않지만 이제껏 진행해왔던 노동안전보건학교를 통해 새로운 시도와 함께, 보다 진전된 노동안전보건활동의 고민들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요즘 노동자건강권 단체들이 점차 교육에 대한 내용들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또 진행하고 있고 일회적인 교육을 넘어 점차 안정적인 고민의 틀로 가져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한 그루의 나무가 열매가 맺기까지 오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듯이 노동안전보건학교도 노동자들의 건강할 권리,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만들어 가기 위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교육내용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할 것입니다.
많이 지켜봐 주시고 또 격려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