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수동식구들과 함께 하는 인쇄노조의 활동 –

 

안녕하세요? 저는 언론노조 서울경인지역인쇄지부 조합원 임미진입니다.

노조활동하면서 노동안전보건활동은 우선순위에서 밀려왔습니다.

특히나 기업노조가 아닌 지역노조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 이유들은 다른 것들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장시간노동과 영세함, 고용불안 등의 근로조건의 열악한 환경과 인력, 재정, 광범한 지역, 다양한 업종 이라는 지역노조활동에서의 어려움이 한몫을 하는 것들입니다.

 

실제로 우리 노조에서도 ‘노동안전부분이 중요하지 않다’는 라기 보다는, 지금의 우리노조의 상황에서 시급하고 중요한 것을 생각하면 ‘현장조직 강화와 확대’라는 측면과 ‘근로기준법도 지켜지지 않는 근로조건에 대해 어떻게 바꿔나갈까’에 촛점이 맞추어지다보니 노동안전활동이라는 것에 대해 커다란 산재사고 이상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바꾸게 해준 기회들이 있었습니다. 먼저 ‘성수동식구들’이란 모임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성수동식구들’은 노동건강연대 / 민주노총서울본부 / 서울지역제화노조 / 서울경인지역인쇄노조 / 성동건강복지센터 의 활동가들로 구성되었는데 영세사업장이 모여있는 성수동 지역에서 함께 활동하자는 뜻에서 붙인 이름입니다.

또 하나는 ‘성수동식구들’과 함께 만든, 포지티브 「POSITIVE(Participation Oriented Safety Improvement by Trade Union Initiative)」활동 즉 ‘노동자의 손으로 작업장을 바꾸는 노동안전활동’인 것입니다.

 

2003년 2월에 노동건강연대가 제안하고, 민주노총 서울본부, 영세사업장이 몰려있는 성수동지역에서 활동하는 성동건강복지센터의 준비로 일본에 있는 ‘전국노동안전위생센터연락회의’ 단체의 영세사업장 활동가인 토야마 나오키 씨를 초청해 ‘포지티브’ 활동을 소개한다고 하였습니다. 노조의 영향이 많이 미치는 큰 공장에서의 사례가 아니라, 노조를 만들기 어려운 작고 영세한 사업장에서의 활동들을 소개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영세사업장에서 활동을 했을까?’ 라는 궁금함과 ‘우리 같은 지역노조가 관심을 가져야할 지점이구나!’ 생각하고 몇몇 관심 있는 조합원들과 상근간부들이 참석하였습니다.

 

사진과 설명을 들었지만 ‘우리도 가능할까?’ ‘실제 어떤 영향과 결과가 있을까?’ 등등 다양한 의견이 있었습니다. 특히 토야마씨가 말한 ‘노동조합의 사명은 노동자의 목숨’이라는 것은 아주 강하게 남았습니다.

이후 그럼 우리도(지금의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와 우리 노조) 우리의 상황에 맞게 직접한번 해보자! 라는 의견을 모았습니다.

우선은 각 노조별로 ‘작업장에서의 노동안전과 내 몸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사전 활동을 하고 사람들을 조직해서 2박3일은 못해도 토요일 오후라도 활용해서 포지티브활동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1) 우리노조에서는 우선 상집회의에서 포지티브활동을 소개하고 ‘작업장에서의 불편한 점과 노동자가 노동안전측면에서 개선한 사례, 일하면서 내 몸에 불편한 점’ 등을 게시판토론을 하였습니다.

 

2) 5월13일에는 노동건강연대를 불러 인쇄노동자의 ‘신나는 일터 건강한 몸 만들기’란 주제로, 조합원을 비롯한 일반 인쇄노동자들을 초대하여 ‘내 몸에서 아픈 곳이나 불편한 곳 2~3가지, 작업장에서 개선했으면 하는 부분과 개선된 사례’들을 적어내는 방법으로 게시판토론회를 가졌습니다.

토론회 결과 인쇄일을 하는 사람들이어서 소음, 근골격계질환, 복지부분, 유기용제로 인한 영향들로 몸들이 불편해하고 아픈 곳들이 비슷하구나! 알게 되었고, 관련해서 질문과 답변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옵셋인쇄 일을 하면서 잉크와 기계세척 등에서 사용하는 유기용제로 인해 음주단속에 걸린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분은 이후에 노조에 가입하였고 지금은 시작단계이지만 노동안전 소모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3) 5월 17일 토요일 5시부터 성동건강복지 센터에 모여들었습니다. 다른 지역노조들도 비슷한 상황이긴 한데 우리노조 조합원들은 토요일 5시면 사실 모이기 힘든 시간입니다. 아직도 토요일에 7시 넘어서까지 일하는 곳이 많거든요. 그래서 많은 조합원들이 참여하기보다는 조합간부, 특히 지역모임의 장, 그리고 관심 있는 조합원 5명이 참석했습니다.

물론 잘 알아서라기 보다는 ‘도대체 어떤 활동인지 해보자’라는 생각이 더 컸을 겁니다.

먼저 이 활동을 위해 다시 한국에 온 토야마씨 로부터 활동 설명을 듣고, 체크리스트를 갖고 제화공장인 ‘우연실업’에 들어가서 현장을 보면서 설명들은 대로 체크하고 돌아와서, ‘잘된 노동안전 사례’와 ‘가장 쉽게 먼저 바꿀 수 있는 것’ 들을 그룹토론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재미있었고, 포지티브활동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알게 되었고, 인쇄사업장이 아니어서 모두들 아쉬워했습니다. 그럼 우리 인쇄 같은 경우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등 여러가지 과제들을 안게 되었습니다.

 

4) 인쇄노동자들과 게시판토론회결과 ‘보호구를 착용하자’란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토론회 때 나온 질의에 홈페이지에 답변을 계속 올려준 노동건강연대 산업의사의 소개로 보호구 전시회에 갖다왔습니다. 노동건강연대의 상근자와 함께 소음에 대응할 수 있는 귀마개와 호흡기, 유기용제용 장갑 등의 견본들을 가지고 왔습니다. 인쇄사업장에서 쓸만한 적당한 보호구가 없음에 많이 아쉬웠습니다.

 

5) 지역에서의 이런 노동안전 활동을 통한 연대활동이 2003년 11월 4-6일, 11-13일 성수동과 을지로 지역에서 진행된 거리집중선전전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습니다.

대부분의 10인 이하 사업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근로계약서 쓰기를 화두로 해서 ‘근로조건 개선은 근로계약서를 쓰면서부터’란 주제로 인쇄노동자들이 제일 많이 다니는 길목을 잡아서 노동상담과 건강상담을 진행했습니다.

이 기간 중 노동건강연대 산업의사가 나와서 건강상담을 하였고, 성동건강복지센터의 주관으로 진행된 ‘무료건강검진사업’ 신청을 받았습니다. 이날 거리에서 받은 신청서와 조합원들 해서 46명이 신청하였고, 26명이 검진을 받았습니다.

또한 ‘성수동식구들’과 함께 ‘인쇄노동자 살림수첩’을 제작하여 건강상담을 받은 사람과 현장방문 할 때 살림수첩을 나눠주기도 하였습니다.

살림수첩에는 ‘인쇄와 관련된 정보’ ‘근로기준법’ ‘산재관련 법’ ‘고용보험제도’ ‘근로자복지기본법’ 그리고 인쇄일 하면서 내 몸에 영향을 주는 물질과 예방방법에 관한 ‘인쇄노동자 건강 찾기’ ‘인쇄노조 소개’ 및 ‘사회단체와 취업알선센터 등 의 연락처’를 실었습니다.

 

6) 지금은 시작단계이지만 노동안전과 관련하여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모임에는 노동안전과 관련하여 평상시 관심이 많았던 정OO 조합원과 게시판토론회에 참여했던 박OO 조합원이 함께 하고 있는데, 우선은 보호구 전시회에서 가져온 귀마개 등의 보호구를 써보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보호구가 워낙 귀찮고 불편하다는 평가가 나와 작업장에 직접 가서 바꿔볼 수 있는지 체크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11월 24일 월요일 저녁에 체크리스트를 들고 인쇄공장에 들어갔습니다. 그 사업장은 2교대인데 밤에 근무하는 조합원이 있어서 함께 체크하였습니다. 다시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이야기하기로 하였습니다.

 

마무리하며

노동조합의 사명은 노동자의 목숨이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모든 것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관점을 어떻게 가지느냐에 따라 노조활동에 생기가 돌고 달라집니다.

포지티브활동을 하면서 인쇄현장을 다니며 노동자들이 작업장을 바꾼 사례를 찾아 사진을 찍었습니다. 현장을 무수히도 다녔지만 노동안전에 대해 보는 눈이 달라졌음을 알았습니다. 또한 이러한 사례들은 노동자들의 지혜로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또한 아주 훌륭한 현장 조직 활동가는 가장 쉬운 쟁점(고리)에서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그 지점에서 시작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게시판 토론을 하면서도 알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내 몸의 불편하고 아픈 점을 이야기했을 때 너도나도 이야기했고 비슷한 점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확인해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한 가지를 이야기하자면 영세사업장이 많고 지역적으로 몰려있다면 이 활동을 활용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지역이 몰려있어서 근접해있는 조합원들이 평상시 현장을 오가면서 굳이 훈련할 수 있는 날을 정하지 않고서도 체크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노조에서도 당장 포지티브활동을 하기 어렵다면 작업장에서 노동자들이 바꾼 사례들을 찾아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요?

 

[참고]

 

1. 인쇄노조 조합원 노동안전보건 게시판 토론회(5.13) 결과

내 몸에 아픈곳이나 불편한 곳을 두,세가지씩 적어 내는 방법으로 진행했는데,

우선 내몸에 불편한곳을 묻는 질문에는

허리, 다리, 어깨와 관절의 통증을 호소하는 이른바, ‘근골격계질환’이 가장 많이 나타났고, 그 뒤를 이어 장시간 노동에 따른 피로의 누적과 시력저하, 그리고 유기용제 취급 등으로 인한 피부질환 등으로 나타났다.

작업장에서 개선했으면 하는 부분은

편안한 작업자세를 갖을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할 부분이 지적되었고, 작업공간의 협소함으로 인한 운반과 보관, 그리고 동선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되었다.

또한 소음과 유기용제등 유독성 약물의 취급 개선, 먼지 비산잉크 등으로 인한 공기오염을 정화시킬 수 있는 방법, 작업 후에 청결히 씻을 수 있는 세면장이나 화장실 시설의 확보가 가장 필요하다고 하였다.

 

2. 지역노조와 함께 하는 노동안전보건활동 하루 프로그램 – 포지티브훈련- (5.17) 평가

인쇄노조 참가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박O천

실제 체크리스트 하러 방문한 공장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그 이후 어떻게 바뀌었는지 성과를 듣고 싶다. 이런 활동이 궁금해서 참가했는데, 인쇄공장에서도 실시하여 실제로 바꾸면 좋겠다.

 

최O현

노동안전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고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쇄의 대부분은 영세하고 작은 공간이고 임대하기 때문에 내부를 안전시설과 관련하여 바꾸는 것이 쉽지 않는데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할 수 있겠다

공장 내에서 바꾸어갈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 안전활동 교육은 필요하다.

 

김O란

규모, 임대면에서 차이가 있어서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기용제 등 경각심을 주어서 건강하게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실천을 할 수 있는 교육이었다.

성수, 을지로, 업종별로 구분해서 해보면 좋겠다. 주기(한달정도이든)를 잡아서 장기적으로 활동했으면 좋겠다. 인쇄사업장을 가보지 못해서 아쉽다.

 

고O호

내 직장만이 아니라, 노동자 전체연대의 관점에서, 다른 업종을 포괄해서, ‘노동자의 안전과 관련하여 무엇을 헤쳐나가야 하는지’를 주변의 여러 노동자들과 함께 알아보는 자리였다.

이번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 할 수 있다면 노동자끼리 머리 맞대고 생각할 수 있겠다.

노동자들이 발전적 전망을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연대 고리를 만들었다.

여유있게 여러 사업장에 가서 포괄적으로 했다면 좋겠다. 일회적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하는 것이 의의가 있겠다. 조금만 생각하면 지혜롭게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 능동적,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계기가 되었다.

 

임O진

우리는 현재 인쇄현장을 장악하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의 상황에 맞게 이후 적용시킬 수 있겠다

인쇄현장을 다니면서 노동안전에 대한 보는 눈이 달라졌다.

보호구 착용과 관련한 설명 홍보는 노조에서 당장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사업이다.

노동안전 측면에서 자료수집이라도 할 수 있는 작은 소모임부터라도 시작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