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들어가며

 

조리노동자는 다양한 음식업종에서 인간의 노동력 재생산 뿐만 아니라 삶의 유지 자체에 필요한 최종 먹거리를 직접 생산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조리’라는 일이 사용가치를 생산하는 존엄한 ‘노동’으로서 인식되기 보다는 ‘여자나 하는’ 부엌의 허드렛일로 여겨져 평가절하되고, 조리노동자는 ‘식당 아줌마’라는 호칭 아래 이미 냉엄한 노동시장에 편입되어 자본의 이익에 착취당하고 있는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이 잊혀져 왔다. 따라서 노동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음은 물론 작업환경 및 그 유해성에 대한 평가 또한 미미하며, 이에 대한 연구 및 관심도 매우 드문 실정이다. 한 조리노동자의 노동사례를 들어보자.

 

… 아침 6시에 일어나 아이들 깨워 아침 먹이고, 학교 보내고 대충 집 정리하고 서둘러 출근합니다. 출근해서 작업복에 위생모 쓰고 장화신고 긴 앞치마를 두르면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기 시작합니다.

….. 뜨거운 물에 손톱은 세포가 죽어 물이 차 빠지고, 화상의 위험에 항상 노출된 환경에서 무거운 장화를 신고 하루 종일 일하다 보면 발톱이 검게 죽어 새로 가는 고통도 느꼈습니다. 날씨가 무더워지면 조리실 내부의 온기와 습도는 살인적인 사우나가 됩니다. 어두침침한 조명 때문에 시력이 저하되고, 화상의 위험에 늘 노출된 환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무거운 짐을 나르고 들면서, 출근해서 끝날 때까지 쉴 틈 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온몸에 멍이 들어가면서 한달 꼬박 일해 받은 월급은 약 60만원정도, 유치원생 원비 내고 큰아이 학원비 내고 나면 내 손에는 빈 월급봉투와 허탈만 남게 됩니다…(하영숙, 학교급식 조리종사원의 건강 및 작업환경 개선 토론회집에서)

 

최근 사회적으로 비정규직 노동 문제에 관심이 증대하는 가운데, 전국여성노동조합에서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영양사, 급식조리노동자, 사서, 과학실험보조원)의 차별철폐 투쟁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열악한 노동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조리노동자의 노동조건 및 작업환경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 판단하여 노동건강연대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학교급식 조리노동자들의 건강문제를 조사해보기로 결정하였다. 그간 학교급식의 문제점 및 대안을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 접근하는 시도들은 많았으나, 정작 그 음식을 만들어내는 조리노동자들의 노동과 건강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거의 없었던 것은 물론이다.

조사는 크게 설문조사와 인간공학적 평가로 구성되었다. 2003년 7월 중 학교급식 조리노동자 8명과의 예비면접조사를 통해 설문지 초안을 만들고, 8월 중 예비조사와 노조 및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여 설문지를 수정?보완하였다. 초등학교 학교급식 조리노동자와 비노출군인 전업주부를 대상으로 2003년 가을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또 근골격계질환의 위험도를 평가하기 위해 2003년 11월 경기도 지역의 일개 초등학교 조리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인천대학교 노동과학연구소의 후원을 받아 인간공학적 평가도 실시하였다. 다음은 그 조사결과를 요약한 것이다.

 

II. 본문

 

1. 학교급식 및 학교급식 조리노동자 현황

 

우리나라의 학교급식은 1990년대 들어 급격한 증가를 보이기 시작해 2002년 9월 현재 급식률은 전체학교의 94.6%에 이르고 있다. 학생수로는 한창 성장기에 있는 학생(초, 중, 고, 특수학교) 전체의 83.1%인 약 650만명이 학교급식을 이용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육체적 노동을 통해 식사를 실질적으로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이 바로 학교급식 조리노동자로서 조리사와 조리보조원이 이에 해당된다. 학교급식 조리노동자의 수는 2002년 현재 전국적으로 약 56,000여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학교급식 조리노동자들의 하루일과를 간단히 살펴보자. 아침 8시-8시30분 사이에 출근해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그날의 음식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받은 뒤 음식 전처리, 조리에 들어간다. 11시-11시 30분 가량 되면 각 학급에 점심식사를 배식할 준비에 들어가고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12시-12시 20분까지 배식을 끝낸다. 그러고 나면 20-40분 가량 조리노동자들에게도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온다. 그나마 여건이 좀 나은 노동자들은 점심식사 후 잠깐이라도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서서 점심을 먹고 먹자마자 바로 일을 시작하기도 한다. 점심식사 후 식판, 밥판, 국통, 반찬통 등을 수거하고 설거지, 뒷정리를 한다. 오후 4시-4시 30분사이 간단한 위생교육 등을 하고 일과를 마치게 된다.

 

2. 노동조건 : 필요 인력의 부족으로 높은 노동강도

 

초등학교 단독조리 급식학교의 규모별 필요인력을 조사한 강명희(1995)의 연구에 의하면 400식 이하의 경우 4.1-4.8명, 401-700식에서는 6.8-8.2명, 701-1000식에서는 9.7-13.5명, 1001-1500식에서는 11.1-14.9명, 1501식이상에서는 10.9-13.3명의 조리노동자가 적정한 인력인 것으로 제시되었다. 그러나 실제 규모별 평균 조리노동자수를 보면, 전체 급식의 80%이상을 차지하는 701식 이상의 규모를 가지는 학교들에서 필요 인력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조리노동자가 근무하고 있었다(그림1).

한편 서울시 교육청에서는 위 연구의 필요인력보다 적은, 학생 200명당 1명의 학교급식 조리노동자를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조리노동자 일인당 평균 급식인원수가 200식을 초과하는 학교도 37.5%에 달해 인력문제가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인력 수준으로는 최소한의 필요한 휴식시간도 보장받을 수 없고 노동강도는 자연히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는 곧 학교급식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학교급식 조리노동자들에게 사고 및 질환의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학교급식 조리노동자들의 일당임금은 약 28,500원, 급여일수는 일년의 2/3에도 못 미치는 약 233일이었다. 일일 노동시간은 평균 7.6시간이었고, 휴식시간이 있다는 응답이 80.6%에 이르렀으나, 휴식시간이 언제냐는 질문에 거의 대부분이 점심시간이라고 응답해, 점심시간 이외의 휴식시간은 보장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3. 작업환경 : 사고와 질환을 부추긴다

 

학교의 조리환경에 대한 질문에서 학교급식 조리노동자들의 75%이상이 소음, 고열, 다습한 환경이 심각하다고 응답하였다. 본 조사기간 중 일개 학교를 대상으로 측정한 소음수준도 평균 77dB-90dB 수준으로 소음에 대한 적절한 조치 및 감시가 필요함을 시사하였다. 면접조사 과정 에서 ‘일 몇 년 하다보면 귀가 먹먹한 게 잘 안 들린다’ 라고 학교급식 조리노동자 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으로 미루어 실제 소음성 난청이 발생하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

스팀작업시 배출되는 수증기와 음식 조리시 발생하는 수증기로 인하여 식당은 매우 다습한 환경이다. 이러한 환경은 조리시 발생하는 고열과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땀띠 등의 피부질환을 유발시킬 수 있다. 또한 조리시에는 기계 및 기구의 사용이 많기 때문에 화상, 절상 등 사고의 위험이 상존하게 되며, 항상 물기가 있는 식당의 바닥도 미끄러지는 사고의 한 원인이 된다. 일부 시설이 낙후되고 오래된 작업장의 경우 조명이 어두운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피로감을 누적시켜 사고를 부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4. 높은 직무긴장도

 

Karasek 모형을 이용한 직무스트레스의 측정에서 조리노동자의 직무재량도 값은 50.0점으로 조사되었다. 이 값은 한 연구를 통해 조사된 우리나라 노동자 직무재량도 평균값에 비해 약 8점 가량 낮은 수치로서, 학교급식 조리노동자의 경우 업무에 있어 재량도가 매우 낮음을 시사한다. 정신적 직무요구도는 38.4점으로 참고치 평균값에 비해 5점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학교급식 조리노동자의 스트레스 수준을 주영수 등(2003)의 연구에서 조사된 국내의 다른 직업군과 비교해 보았을 때, 서비스 관련 단순노무자, 고객서비스 사무 종사자, 운전원 및 관련 종사자보다 직무재량도는 낮으면서, 컴퓨터 관련 준전문가 등에 비해 직무요구도는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결과로 볼 때, 학교급식 조리노동자는 직무재량도는 낮고 직무요구도는 높은 전형적인 ‘직무긴장도가 높은 군’으로 평가할 수 있다(그림2).

직무스트레스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서 사회적 지지는 20.4점으로 조사되었다. 사회적 지지는 상사에 의한 것과 동료에 의한 것으로 구성되는데, 상사에 의한 지지는 참고치에 비해 낮게 조사된 반면, 동료에 의한 지지는 높게 나타나는 특징을 보여주었다. 특히 직무불안정성은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직무불안정성 점수인 5.7점보다 2.5점 이상 높은 점수를 보여주어 학교급식 조리노동자의 직무불안정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낮은 사회적 지지와 높은 직무불안정성은 직무스트레스를 더욱 가중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그림2. 직업군에 따른 직무요구도와 직무재량도의 분포

(02 행정 및 경영관리자, 03 일반관리자, 12 컴퓨터관련 전문가, 13 공학 전문가, 15 교육 전문가, 21 과학관련 기술종사자, 22 컴퓨터관련 준전문가, 23 공학관련 기술종사자, 25 교육 준전문가, 26 경영 및 재정 준전문가, 31 일반사무 관련 종사자, 32 고객서비스 사무 종사자, 44 보안 서비스 종사자, 51 도소매 판매 종사자, 71 추출 및 건설 기능 종사자, 72 금속, 기계 및 관련 기능 종사자, 73 기계설치 및 정비 기능 종사자, 74 정밀기구, 세공 및 수공예 기능 종사자, 81 고정기계장치 및 시스템 조작 종사자, 82 기계 조작원 및 관련 종사자, 83 조립 종사자, 84 운전원 및 관련 종사자, 91 서비스 관련 단순노무 종사자)

 

5. 건강 실태

 

1) 노동강도의 문제는 높은 사고율로 이어져

 

학교급식 조리노동자에서 지난 1년간 사고의 발생율은 34.2%였으며, 전업주부에 비해 위험성이 7.86배나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수치는 조선업 등 금속산업 사내하청 노동자, 골프장 경기보조원에 비해서도 높은 것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앞서 언급했던 고열, 다습, 소음, 위험한 기계 및 기구, 미끄러운 바닥 등 작업환경에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학교급식 조리노동자에 일찍 관심을 갖고 현재 많은 연구들과 대책들이 진행 중인 일본의 경우, 사고가 다발하는 원인으로 일하는 사람의 주의력 저하를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주의력 저하’가 결코 ‘주의력이 원래 부족한’ 어떤 한 사람에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무리 주의력을 열심히 유지하자고 해도 피곤해지면 점점 저하되고, 결국 주의부족 상태가 된다. 인간은 그러한 동물이라고 단언하는 학자도 있다. 그러므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주의력이 저하되는 원인이 되는 피로가 급격히 쌓이는 것을 방지하도록 적절한 노동강도를 유지하고, 피로를 회복시킬 수 있는 휴식시간을 적절하게 설정하고, 기계는 주의력이 떨어질 때에도 충분히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또 만일의 경우 위험을 피할 수 있도록 기계에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노동강도가 높은 국내의 학교급식 조리노동자들에게도 반드시 환기되고 적용되어야 할 대안이다.

학교급식 조리노동자가 겪는 사고의 특성을 살펴보면, 우선 사고내용으로는 화상이 45.4%로 가장 많았다. 화상을 당하는 부위는 팔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손, 다리 순이었다. 화상 다음으로는 등/허리 등이 삐끗하는 것으로 16.8%를 차지하였으며, 바닥에 미끄러지는 사고가 12.6%로 뒤를 이었다. 그 외에 자상 또는 절단, 끼임 등의 사고가 있었다.

1인당 사고빈도는 지난 1년간 1-2회가 69%로 가장 많았으나, 3회 이상도 31%로 나타났다. 사고가 난 경우 중 병?의원에서 치료를 받은 경우는 48.9%였으며, 치료비는 75%가 본인이 부담한다고 응답하였으며, 학교부담은 13.6%, 산재보험처리는 9.1%로 조사되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산업재해 처리실태에 대한 한 조사(한국산업안전공단, 2001)에서 산재보험 적용이 18%인 것에 비하면 이것은 매우 낮은 수치이다. 더군다나 사고성 재해에서의 산재보험 처리가 9.1%이므로, 상대적으로 산재처리가 더 까다로운 질병까지 감안하면 전체 사고와 질병에서는 산재처리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현재까지 근무하는 동안 작업 중 다친 경우에도 산재보험처리를 하지 않은 이유에서는 가벼운 사고여서라는 대답 다음으로 32.3%가 산재신청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워서라고 응답하였다. 이는 현행 산재인정체계가 근로복지공단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고, 재해당사자인 노동자에게 입증 책임이 부과되며, 인정기준 또한 협소하여, 산재보험의 이용에 있어 노동자들에게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2) 골병드는 건 시간문제 : 근골격계 장애

 

학교급식 조리노동은 불편한 자세, 반복작업, 중량물 취급 등 근골격계 질환의 위험성이 높은 작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인간공학적 평가에 따르면 전체 17개의 작업 중 7개의 작업이 매우 위험정도가 높은 작업이고, 9개의 작업이 상당한 정도의 위험작업, 1개의 작업이 비교적 안전한 작업으로 평가되었다.

인간공학적 요인 뿐만 아니라 노동강도 또한 근골격계질환을 유발하는 중요한 위험요인으로 보고되고 있다. 현재 학교급식 노동자처럼 부족한 인력으로 일정한 시간 안에 정해진 분량의 일을 하게 되면, 시간당 더 많은 노동이 필요하게 되고 이것은 자연히 동일한 시간에 근골격계에 더 많은 부담을 주게 되므로 근골격계 장애를 유발하게 된다. 또 근골격계의 긴장을 적절하게 풀어줄 수 있는 휴식시간이 보장이 되지 않는 것, 근무긴장도가 높은 점 등이 근골격계 질환 유발을 가중시키는 셈이다.

실제 학교급식 조리노동자에서 근골격계 장애에 대한 감시가 필요한 근골격계 자각증상 호소자는 54.3%, 근골격계질환 의심자로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사람은 26.2%로 조사되어 근골격계 장애의 위험이 매우 높은 직종으로 조사되었다. 전업주부에 비해서도 근골격계질환은 4.89배 위험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학교급식 조리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은 손/손목. 어깨, 등/허리, 팔, 팔꿈치 순으로 주로 상지와 허리에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근골격계 증상 때문에 병?의원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약 58%가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으나, 치료에 효과가 있었는냐는 질문에는 약 37%가 치료를 받아도 효과가 없었다고 응답하였다. 이는 작업에 기인한 근골격계 증상의 경우 의학적인 치료만으로는 그리 큰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점을 드러내준다고 할 수 있다. 약 10%는 근골격계 증상으로 인해 조퇴, 결근, 휴직을 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3) 피부도 온전하지 못 하다

 

학교급식 조리노동자의 피부증상은 47.2%가 호소하였으며, 이는 전업주부에 비해 3.22배 위험성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질병명을 알고 있는 경우 가장 많은 것은 자극성접촉성피부염(28.9%)이었고, 땀띠(22.2%), 알레르기성접촉성피부염(17.8%) 순이었다. 이는 업무 내내 물과 접촉할 가능성이 크고, 그밖에 각종 세척제 등에 노출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국외의 연구에 의하면, 조리노동자의 피부질환의 경우 40-46%가 자극성접촉성피부염, 약 25%가량이 알레르기성접촉성피부염으로 보고되고 있다. 반면 본 조사 결과 땀띠가 22.2%로 피부질환 중 두 번째를 차지하였는데 이는 위생작업복을 입은 채 고온다습한 작업환경에 노출된 결과로서, 고온다습한 작업환경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얼마나 미비한지 확인할 수 있다.

학교급식 조리노동자들이 호소하는 피부질환의 부위는 손/손목, 팔, 등/허리, 다리 순이었다. 증상으로 많은 것은 아프다(39%), 가렵다(22.1%), 얼얼하다(17.2%) 등이었으며, 징후로는 피부가 벗겨지고 두꺼워지는 태선화(30%), 발적(18.8%), 두드러기(18.8%) 등이었다. 피부질환 때문에 병?의원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약 55.1%가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으나, 치료에 효과가 있었는냐는 질문에는 근골격계질환과 유사하게 약 39%가 치료를 받아도 효과가 없었다고 응답하였다. 이 역시 직업관련성 피부질환의 예방 및 치료에 작업환경 및 노동조건과 관련된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III. 나오며

 

2004년 2월 진행된 ‘학교급식 조리종사원의 건강 및 작업환경 개선 토론회’에서 노동건강연대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대책이 필요함을 주장하였다.

– 필요인력 수준으로 인력을 충원하여 노동강도를 낮추고, 적절한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 정규직화 및 정규직과 같은 처우를 보장하여 직무불안정성을 해소하고 병가의 사용을 보장해야 한다.

–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이 현실화 되어야 한다.

– 사고나 질환을 예방할 수 있도록 작업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

– 향후 초등학교 외에 위탁급식운영이 많은 중,고등학교에 대해 실태를 조사하고 대책이 마련되어아 한다.

– 조리노동자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와 대책마련이 되어야 한다.

 

모쪼록 이 조사결과를 통해 학교급식의 문제 일면에 조리노동자의 가려진 고통이 있음이 드러나고, 나아가 학교급식 조리노동자의 건강권을 확보하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하루하루 쉬지 않고 밥을 짓는 ‘식당 아줌마’들이 ‘조리노동자’로 당당히 자신을 드러내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