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 코리아] 아쉬운 산재예방 대책

[서울신문 2006-03-28 09:06]

[서울신문]지난달 17일 서울 중랑구의 한 체육관 건립공사장에서 전기합선에 의한 화재가 발생, 근로자 3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 공사장임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일어난 화재로 근로자들이 미처 피하지 못한 채 연기에 질식된 것이다. 같은 날 충북 진천의 한 도자기 공장에서는 10m 높이의 굴뚝 벽면에 부착된 작업발판을 제거하던 중 용접불똥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 근로자 2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했다.
●산재 사망, 선진국보다 최고 40배

사업장에서의 이같은 화재사건으로 올들어만 벌써 11명이나 숨졌다. 특히 이 가운데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화재사고 사망자 수가 5명이나 됐다. 급기야 노동부는 화재사고 발생이 우려되는 각종 전기기계·기구사용, 전선이나 용접·연마작업 때 화재예방을 철저히 하도록 지도·점검에 나섰다.

한국산업안전공단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산업현장에서 사망한 근로자가 모두 2만 6206명이나 됐다. 한 해 평균 2600여명, 하루 평균 7명 이상의 근로자가 산업현장에서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는 셈이다.

이에 비해 일본의 경우 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 수는 0.31명, 미국은 0.4명, 독일 0.26명, 영국은 0.07명이다. 우리 근로자의 사망사고율이 이들보다 최소 7배에서 최고 40배에 이른다.

●1만명당 교통사고 사망보다 심각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한 해 6500여명(2004년 기준) 수준이다. 인구 수(4800만명)를 대상으로 1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계산하면 1.4명이다. 그러나 산업재해로 인한 1만명당 사망 근로자(전체 근로자 1047만명 대상)는 2.7명에 이른다. 결국 세계적으로 심각한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다는 얘기다. 더구나 재해 사망자 대부분은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들이라는 데서 사회적 심각성이 더하다.

각종 산업재해로 인한 직·간접적인 경제적 손실액은 한해 14조 3000억원(2004년 기준). 노사분규로 인한 생산차질액 2조 5000억원보다 5배나 많다. 이는 올해 정부예산 144조의 10% 규모로 인천국제공항(총 공사비 7조 8000억원)을 2개나 더 건설할 수 있는 금액이다.

한국산업안전공단 관계자는 “한 해 연봉 2000여만원 수준의 근로자 70만명을 신규 고용할 수 있는 금액이 산업재해로 사라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50인 미만 사업장 안전취약

2004년 사망자를 포함한 전체 산업재해자 수는 8만 8874명이었다. 재해율은 전체 근로자 1047만여명의 0.85%에 해당된다. 이 가운데 제조업 분야의 재해자 수는 3만 7579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1.28%를 차지한다. 하지만 50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132만여명 가운데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는 2만 4826명으로 재해율은 1.87%에 이른다.

또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재해자 수는 2만 4826명으로 제조업 사업장에서 발생한 재해자 수 6만 423명의 41%에 해당된다.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이 산업재해의 주요 발생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3D업종으로 유해·위험한 작업요인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기본적인 안전·보건시설 개선에 투자가 어려운 실정이다.

●영세 사업장에 1000억원 지원

이에 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공단은 50인 미만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제거하고, 열악한 작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자금을 지원해 주고 있다. 올해에만 영세·소규모 사업장 9000곳에 1000억원을 지원한다. 안전하고 쾌적한 사업장을 만들 의지가 있는 업체에는 3000만원까지 시설개선 자금을 무상지원하고 전문가의 안전보건 컨설팅을 거쳐 유해·위험 요인을 개선해 준다.

또 기업의 자율적인 안전보건체제 구축을 위해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제를 실시한다. 현재 289개 사업장이 이 제도를 통해 안전을 인증받고 있다. 제도의 조속한 정착을 위해 세계적인 안전경영 인증기관과 상호인증협정을 체결하고 각종 혜택도 부여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50인 미만 제조업장은 잦은 산업재해 발생으로 인해 구인난까지 겪고 있다.”면서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정부는 클린사업장 만들기 등 작업환경 개선에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박길상 산업안전공단 이사장

“산업현장에서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합니다.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산업현장의 안전을 고민하는 박길상(54) 한국산업안전공단 이사장은 올해를 ‘산업안전 정착의 해’로 정하고 대국민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올해 초 ‘안전은 생명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 국민이 안전을 생활화하자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는 “공단은 사업목표를 ‘최상의 종합안전보건 기술서비스 지원’으로 정하고 자금지원, 기술지원, 교육, 연구개발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유해·위험 화학물질에 대한 종합적 관리체계 구축을 통해 직업병 예방과 화재·폭발 등 중대산업사고 예방을 위해 공정안전보고서 심사 확인제도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매달 4일에는 전국 주요도시에서 ‘안전점검의 날’ 행사를 개최해 홍보물과 차량용 스티커를 배포하기로 하는 등 안전문화 정착에 팔을 걷어붙였다.

박 이사장은 특히 “50인 미만 사업장은 안전보건에 필요한 시설 개선능력이 미흡한 데다 안전보건 전문가와 투자여력도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산업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50미만 영세 사업장에 대해 우선적으로 지원 및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산업안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사의 안전의식”이라면서 경영자, 안전보건관리자, 근로자 등 올해 50여만명에 대한 맞춤식 안전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부산 등 6곳에 광역단위의 ‘교육정보센터’ 신설을 비롯, 전국 6곳에 ‘건설안전체험교육장’도 운영한다. 교육생들이 첨단 3차원 입체영상을 이용해 가상작업공간에서 위험요소를 인식하고 사고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가상안전체험관’도 만들 계획이다.

그는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경영인은 근로자가 다치거나 직업병에 걸리지 않도록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근로자는 안전수칙 준수 등 안전을 생활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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