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춘, 대나무와 똥,

2003, 캔버스에 생고무, 27.3X22cm

 

 

대나무는 전통적으로 사군자의 중요한 소재이다. 문인화에서 먹과 붓의 필치를 통해 군자의 인품과 지조를 상징하는 대나무는 동양화가 박병춘의 그림에서는 그것과 사뭇 유사하기도, 사뭇 다르기도 하다. 단순한 형태와 흑백의 단색조 색감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기도, 재료와 기법, 그리고 그 정신성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는 점이 그것이다.

 

작가는 먹이 아니라 고무의 파편을 오려내어 캔버스에 오려 붙어 일명 ‘고무 대나무’를 만들어낸 것이다. 게다가 다가서기 힘든 고귀한 선비의 절개를 상징하는 품위 있는 대나무와 하찮은 ‘똥’이라는 소재를 대치시켜 놓았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먹의 운용에 의해 창출된 은은한 색감의 변조보다는 고무의 파편이 가져다주는 단순함과 명확한 도식성이 돋보인다. 동시에 다소 희극적인 똥이라는 소재를 유쾌하게 문인화 속에 삽입시켜 소재와 정신의 일상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제 그 ‘대나무’는 ‘똥’처럼 우리 가까이에 친근하게 함께 하는 대상이다.

 

작가 박병춘은 1966년생으로 홍대 동양화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개인전 7회와 다수의 그룹전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고, 현재 덕성여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글쓴이 김지영은 이대 미술사학과 대학원 졸업후, 동신대 겸임교수, 금산갤러리와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원으로 일한 바 있다. , , 등 수많은 전시를 기획했고, 활발한 글쓰기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