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시장지상주의자들에게는 장시간 노동이든 단시간 노동이든 그것은 노동시장에서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장시간노동을 하는 사람은 돈을 좀더 벌 수 있다면 단시간 노동을 하는 사람은 여가를 더 즐길 수 있기에 결국은 동일한 양의 행복을 얻는다고 주장을 합니다.
그러나 우리 노동자에게 있어서 노동시장에 편입된다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는 절체절명의 과제입니다. 특히나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서 장시간 노동은 그 어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강요된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지난해 말에 노동건강연대를 비롯한 단체와 함께 성수동에서 무료건강검진사업을 벌인바 있습니다. 이 결과 놀랍게도 3,40대의 비교적 젊은층의 검진대상 노동자들이 최근에 3개월 이상 질환을 갖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절반이 넘고 그중 대부분이 병원을 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자신의 건강을 돌보면서 일을 한다는 것은 치열한 생존의 경쟁에서 스스로 물러서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큰 공장과 비교한 작업장 환경은 공개하기에도 창피스러울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장 환경을 개선하고 건강하게 일하는 문제를 생각한다는 것을 영세사업장 노동자 스스로 포기하거나 사치스럽다고 생각을 합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고칠 수 있다고 합니다. 할 수 있는 한 야근, 철야를 하고 임금 떼이지 않으려고 골몰했지만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생활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자본간의 치열한 이윤경쟁 속에서 대자본의 우위가 그대로 노동자들의 생활상의 우열로 가름되어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의 문제는 단위 기업이나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해결되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에 복간되는 「노동과건강」은 비정규, 중소영세, 이주노동자의 건강과 복지문제를 사업장에서, 그리고 사회적으로 올바른 관점과 대안을 제시하고 우리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에게도 실천 과제를 던져줌으로써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참고서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무쪼록 편집진의 노고가 현장의 노동자들과 맞닿을 수 있는 훌륭한 기관지가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