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천에서 산재노동자 조직을 만들다
인천산재노협을 창립한지 2년이 훌쩍 넘어갔습니다.
2002년 4월 출범할 때만 해도 잘 할수 있을까 걱정 반 우려 반이었던 것이 현실적인 상황이었습니다. 저를 비롯해 인천에서 생활을 하게 된 몇몇 전 서울 산재노협 회원들과 후원회원들이 인천지역에도 산재피해자단체가 필요하지 않겠는가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회원, 후원회원도 충분히 모으지 못한 상황에다가 사무실도, 집기도, 재정도 걱정거리가 한 두가지가 아니었지만, 그런 것들은 출범 후 하나하나 극복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많은 욕심부리지 않고 일상활동을 전개해나가며, 산재노동자의 치료보상과, 원직복직, 직업재활에 주력하면서 산재노동자조직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그곳이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이요, 이유가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인천지역에는 그 당시 인천산업사회보건연구회(현 건강한노동세상)가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산재노동자 조직이 굳이 필요할까라는 다소 소극적인 생각에 머물러 있을 수도 있었지만, 인천산재노협을 창립하려는 우리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단 한사람의 산재노동자라도 구제할 수 있거나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마땅히 그곳의 산재노동자들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있다면 산재노동자들만의 조직을 건설하여 당당히 활동해야 하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이 그때의 첫 마음들이었습니다.
인천지역의 산업재해실태를 살펴보면, 전체 60만 노동자중 6천명 정도가 매년 산업재해를 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산재노동자의 아픔을 건강한노동세상 동지들이 다 지켜낼 수 없을 뿐 만 아니라 서로가 산재추방운동을 향해 나아가는 목표지점은 같을 수 있어도 실천방법에 있어서는 조금은 다른 각도로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예를 들면, 조직되어 있는 노동조합을 통해 예방활동을 전개하고, 산업안전교육을 진행하여 노동자의 건강권을 가지고 파업투쟁을 전개하여 법과 제도를 개선해 나갈 수 있지만,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이 조직화되어 산재의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부각시켜 법과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2. 인천산재노협의 활동
지난 2년의 시간을 되돌아 보면 뭐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는 것 같지만, 나름대로 인천지역 안에서 입지를 공고히 해왔으며, 병원방문을 통하여 병원에서 산재치료를 받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단체재정이 여의치 않아 상근자를 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긴 하지만 보다 많은 후원회원을 모아 이를 극복해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2년간 인천산재노협 활동을 정리해보면
– 2002년 당시 회원 2명, 후원회원 1명이던 조직이 2004년 현재는 회원 25명, 후원회원 11명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비록 많은 회원은 아니지만 모임이나 행사에 회원들의 참여도가 높아 몇몇 집행부원들에 의해서 조직이 좌지우지되거나 집행부에 일 떠맡기기 형태의 조직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좀더 체계 있고 짜임새 있는 틀을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 매년 2회 봄, 가을로 산재보상교실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3차까지 진행되었습니다. 노무법인 현장의 도움으로 꾸준한 인천산재노협의 사업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병원방문도 1팀에서 3팀까지 구성하여 한 달에 한 번 이상 상담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상담한 노동자수만도 100여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 현재까지 홈페이지는 운영되고 있지 않지만, 일년 전에 다음카페를 개설하였고(/icsanjae) 작지만 회원들간에 소통구조를 가지게 되었으며, 소식지는 1호~8호까지 제작하여 단체 간 정보교류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 전국산재피해자단체연합에 회원단체로 가입하여 회원단체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사무국장을 맡아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전국적인 산재노동자들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 재정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아 다양한 사업계획과 상근자를 채용하고 있지 못한데, 조만간 여러 가지 사업계획을 통해 보다 많은 후원회원을 모으고, 보다 안정감 있는 사업체계를 구성해나가겠습니다.
– 산재노동자들의 치료종결 이후의 삶에 대한 해법으로 직업재활에 대한 모델까지는 아니더라도 각각의 회원들이 최소한의 안정적인 생활을 지탱해나갈 수 있는 자립작업장, 창업지원 등 여러 가지 방안들을 가지고 계속적으로 고민해나갈 계획입니다.
3. 활동을 돌아보며
이제 좀 한숨 고르며 전체적으로 생각해보면 인천산재노협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를 지나, 새로운 역사를 위한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 나가는 기로에 서 있다 할 것입니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서로 욕심부리지 않으며, 지금에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로 하나 하나 이뤄나가려고 합니다. 처음에 어렵고 힘들게 시작한 만큼 어떠한 어려움과 시련이 닥치더라도 묵묵히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려고 합니다. 주변에 인천산재노협을 바라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산재노동자들의 영원한 해방구로서 남아있을 것입니다.
한사람이 열 걸음 전진하는 것보다, 한사람 한사람이 한 걸음씩 전진하여 열 걸음이 될 때 산재 없는 세상, 노동해방, 평등세상, 살맛 나는 세상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날을 위해 인천산재노협도 힘차게 전진해 나갈 것입니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