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장애인 화재참사
“열악한 노동환경이 장애인 죽여”

업체, 지원금 받으면서 안전설비 미비…고용촉진공단, 관리감독 소홀

최근 공장 기숙사에서 자고 있던 장애인 4명이 화재로 사망한 것과 관련해 “열악한 노동환경이 장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화재참사가 발생한 곳은 경북 칠곡에 위치한 (주)시온글로브로 장갑을 전문적으로 생산해 해외로까지 수출하는 중견업체다. 이 회사는 전체 직원 209명 가운데 79명을 장애인으로 채용하는 등 장애인고용모범업체로 인정받아 지난 2002년에는 노동부장관상까지 수상했으며, 장애인고용촉진공단으로부터 연간 3억원이 넘는 고용장려금과 각종 시설자금을 지원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장애인고용업체라는 이유로 각종 지원금을 받아온 시온글로브와 이를 지원해온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정작 장애인 생활시설의 안전설비나 관리감독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윤삼호 대구장애인연맹(DPI) 정책부장은 “판넬 사이에 스티로폼을 끼워 넣은 구조로 세워진 공장건물 2층에 장애인들의 기숙사를 설치한 점이나, 사고 당일 장애인노동자들의 안전을 관리할 사감이 자리를 지키지 않은 점 등 열악한 환경과 업체의 관리 부실이 참사를 부른 직접적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관리감독기관인 한국장애인촉진공단의 안일한 태도”라며 “공단 관계자들은 1년에 한번 꼴로 진행하는 현장조사 때에도 장애인들의 불편함 등을 면밀히 조사하지 않고, 회사 임원진들과 이야기만 나누다 돌아가는 게 전부”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장애인촉진공단 대구지사의 한 관계자는 “관리감독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무엇보다 업체 사장들의 개선의지가 필요하다”며 “저리 융자 등을 통해 업체에 장애인 고용업체에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사업주들은 그 돈을 장애인 편의시설 마련에 쓰는 대신 공장 설비 확충 등에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사고를 계기로 장애인들에게 있어 사설보험 가입의 문턱이 지나치게 높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시온글러브 김원환 사장은 “직원들을 위해 수차례 상해·생명·종신보험 등의 가입을 시도했으나 보험회사들로부터 거절당했다”며 “피해자들을 위해 위로금 등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은회 기자 press79@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