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 틈타 노동자 안전외면

[내일신문]2006-03-29

1990년대 후반부터 산재 증가 … 정부, 기업 이익만 대변“산재 줄면 비용도 감소한다” … 노동현장 목소리 반영해야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정부의 산업안전 규제완화로 산재 부상·사망 수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규제개혁위원회 권고와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사실상 무력화시켰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안전규제완화는 개혁 아니라 개악 = 산업재해 규제완화가 본격화 된 것은 97년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대폭 개정되는 시기부터다. 1990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대폭 강화된 규제가 상위법인 특별법으로 완화된 셈이다.

당시 정부는 △동일 산업단지 내 안전관리자 공동채용 허용 △안전관리자 의무고용인원 하향 조정 △프레스·리프트에 대한 정기검사 면제 등을 특별법에 담았다.

특히 안전관리자 고용과 유해위험 기구 정기검사 규제는 산업안전보건법 핵심내용으로 현장에 미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1998년 시행된 행정규제기본법도 비슷한 역할을 했다. 권고를 통한 규제완화 뿐 아니라 법개정 때는 주요 조항에 대해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지난 2001년 산재다발·산재은폐 사업주 명단 공표, 다수사망재해 발생사업주 가중처벌 등을 개정안에서 삭제토록 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참여정부도 규제완화 여전 = 참여정부 들어서도 이런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2003년에는 안전관리자 겸직과 안전관리 대행을 허용했다. 지난해 3월에는 안전관리자 선임 대상도 축소했으며 중소기업 안전관리자 고용의무도 완화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산업재해가 많은 건설업자에게는 정부 발주 공사 입찰에서 불이익을 주는 ‘재해율 감점제’ 폐지를 결정하기도 했다.

산업안전공단 박두용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은 “IMF 경제위기 이후 우리 사회는 구조조정과 고용문제가 산업안전보건문제를 압도해 안전규정 폐지 반대 의견이 힘을 얻지 못했다”며 “산업안전 규제완화와 개혁은 젼혀 다른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최명선 부장도 “노동자건강과 생명보호를 위한 각종 안전보건제도가 규제개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산재는 기업 손실, 규제강화가 오히려 경제적 = 산업안전 규제 완화의 역효과는 산업재해 통계를 통해 단적으로 드러난다. 1991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규제가 강화되자 산재사고자 수는 급격하게 줄었다.

반면 1997년 특별법에 의한 규제완화 조치 후 IMF 외환위기로 건설현장이 크게 줄고 가동률이 급격하게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산재사고자 수는 오히려 급증했다.

가톨릭대 정혜선 교수는 “1998년 산업재해율은 0.68%였지만 1999년 0.74%, 2000년 0.73%로 계속 증가됐다”며 “산재 증가는 경제적 손실로 이어져 규제완화가 기업의 이득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규제개혁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기획단’은 명목상 민·관 공동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규제개혁단은 공무원 50%, 기업체 관계자 25%, 학계·연구소 출신 25%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창구가 없는 것이다.

경실련 시민감시국 관계자는 “규제개혁기획단이 반개혁적인 규제완화 조치들을 쏟아내고 있다”며 “재벌을 위한 규제개혁을 하는 규제개혁기획단을 해제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규제개혁기획단 관계자는 “규제완화 논의 과정에서 노동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있다”며 “이미 완화된 규정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지적되면 검토해 합리적인 개선안을 다시 마련할 수 있다”고 답했다.

/고성수 허신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