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25일에 일어난 JR니시니혼(西日本) 열차탈선전복사고는 1987년 국철 민영화 이후 최악인 철도사고가 되었다. 사망자 107명, 부상자 549(중상자 139)명이 발생된 대참사의 원인은 국토교통성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조사 중이지만 제한속도 70㎞/h 커브에 이 속도를 대폭 상회하는 속도로 진입한 것으로 보이고 있다. 7개 칸 편성 차량의 5개 칸이 탈선하고 앞 2칸은 선로 옆 아파트에 충돌하면서 대파해 많은 희생자를 냈다.
이번 사고가 일어난 배경은 무엇일까.
직접적인 사고 요인은 제한속도를 넘은 속도로 반경 300m라는 급격한 커브에 들어가 돌지 못해 탈선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러면 왜 제한속도를 넘어 진입했을까?
사고 열차는 운행표보다 1분30초 운행이 늦어지고 있었다.
1분30초 늦은 이유는 열차가 전역에서 oner run 해서 후진하다가 다시 정규위치에 정차시켜 출발한 것 등이 밝혀졌지만 아직 조사 중이다. 하지만 이 때 늦은 시간을 단축하려 기관사가 속도를 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기관사가 규정 이상으로 속도를 낸 이유는 있었다. JR가 열차운행표대로 운행시켜 왔기 때문이다. JR는 over run이나 발차시간 착각 등 기관사 책임으로 운행표에 늦음이 생긴 경우 원인이 된 실수에 대한 처분이 내규로 규정되어 있다.
또 JR 운행 매뉴얼에서는 “기관사는 열차가 지연됐을 때는 허용된 속도내로 회복하도록 노력할 것”을 정하고 있다. 운행속도는 제한속도 이하로 기관사 재량에 맡겨 있고 지연을 회복하려 하는 운행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사고가 난 구간은 JR발족인 87년에는 하루에 93개 열차운행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04년에는 369개로 4배나 늘었다. 한편, 구간 소요시간은 단축경향에 있다. 각역에서의 정차시간을 단축하고 열차속도를 올리면서 열차수를 증대시키는 방식으로 해 왔다. 사고 노선과 같은 지역을 다니는 다른 민간철도회사와 비교해도 7분 일찍 도착하는 운행표를 만들어 승객을 모이는 기업전략을 세우면서 기업경쟁을 전개한 것이다.
JR는 많은 열차를 운행시키기 위해 운행표를 초단위로 작성했기 때문에 여유는 전혀 없었다.
게다가 열차 갈아타기를 위해 다른 열차와의 연결도 고려하면 정해져 있는 도착시간에 늦는 것은 기관사에게 큰 실수가 되었다. 1분 늦으면 승무정지가 되어 기관사는 “일근교육”이라고 불리는 징벌적인 “교육“을 받아야 한다. 기관사는 반성문 작성을 명령받아 하루 종일 상사 감시 하에서 앉아 있어야 하는 굴욕적인 처우가 기다린다. 교육기간은 상사가 정할 수 있는 그야말로 본보기다.
2002년에는 “일근교육”을 받은 운전사가 자살한 사례도 있다.
사고 열차 기관사는 작년 6월에 over run을 해서 13일 동안 “일근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매일 취업규칙을 쓰거나 김매기를 했다. 기관사는 다시 실수를 하면 운전업무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친구에게 토로한 바 있다.
이러한 강압적인 노동자 관리 체질을 가지는 기업에서 이번 사고가 일어났다.
안전운행이 가장 중요한 철도운수라는 업종에 있어서 JR는 국철로부터 민간회사로 변화하면서 과도하게 이윤을 추구하게 되었다. 구조조정을 통한 인원삭감, 본래의 업무가 아닌 승차권 판매 강요, 그리고 이번 사고 요인이 된 여유가 없는 무리한 열차운행을 하면서 매출을 올리는 것에 급급해 왔다.
열차의 속도초과예방이나 충돌방지를 위한 열차자동정지장치도 사고 구간은 구식장치이었다. 안전운행에 투자하고 최신식 열차자동정지장치(ATS-P)가 설치되어 있었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은 JR 스스로 인정한 사실이기도 한다.
안전에 관한 장치적인 부분에 대한 투자도 제대로 하지 않는 기업체질을 볼 수 있다.
기업간 경쟁에 이기기 위해 무리한 열차운행을 작정하고, 그것을 실시하기 위해 기관사를 압박하면서 무리한 운전을 시키는 JR 모습이 사고를 초래했다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기관사에게 운행표대로 열차를 운행하는 것을 강요하고 못하면 징벌이 기다리는 공포를 불어넣었다. 이러한 JR에서 사고가 난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다른 시각에서 이번 사고를 보면 또 다른 문제점을 찾아볼 수 있다.
하나는 노동조합의 역할에 대해서다.
사고를 일으킨 JR니시니혼에는 4개 노동조합이 존재한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까지 무리한 열차운행이나 안전장치 설치에 대해 노조가 적극적으로 발언한 혼적은 없다. 자살자까지 만들어낸 “일근교육”에 대한 비판을 일부노조가 제기한 정도이었다.
이윤을 추구하며 안전을 소홀히 한 기업에 대해 우선 노동조합이 해야 할 역할이 있을 것이다. 당연히 노동강도가 높아지고 자기 안전과 건강에 영향을 주는 노동환경에 대해 노동자는 노조에 말해야 하고, 노조 지도부는 조합원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자본에 맞서야 한다. 여기에서 조합원의 이익과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이라는 말이 나올 것이고 노조는 그러한 “안전”이나 “공공성” 같은 “사회정의”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노조가 “안전”이라는 공공성을 내세우고 싸우는 일은 없었다. 국철시절 어디보다 안전문제를 내세워 투쟁한 노동조합들은 민영화를 통해 1047명 해고자(아직 복직투쟁을 하고 있다!)를 내면서 지금은 이전 같은 싸움이 어려운 것 같다. 정부가 꾀한 “국철개혁”은 성공했다. 전투적인 노동조합을 해체하고 신자유주의를 관철시키는 것이 “개혁”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JR 내 노동조합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문제를 내세우면서 자본과 싸울 수 있게 되는지 지켜봐야 한다.
또 하나는 국민(굳이 국민이라는 단어를 쓴다)의 사고방식, 생활방식에 대해서다.
일본 철도는 국철시절부터 운행에 1분이라도 오차 없이 운행하는 것을 자부해 왔다. 이용자도 그것에 익숙해져 조금이라도 늦으면 민원을 하는 형편이다. 사고 노선도 단축된 열차운행에 편리성을 느껴 많은 이용객이 다른 민간철도로부터 JR쪽으로 이동해 왔다. JR의 경영전략을 이용자도 지지했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사고 후 “안전제일”을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앞으로 사용자가 편리성보다 안전성을 중요시하는 것을 기대한다.
이번사고는 신자유주의가 효율성과 이윤을 추구하는 가운데 일어난 대형철도사고이었다. 피해를 입는 것은 노동자이고 소비자(이용자)다. 같은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동자는 현장의 진실을 말해야 하고 소비자는 이해하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