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공장 주변 주민 피해의 파문

2005년 6월 29일. 공작기계 제조업체인 쿠보타(Kubota) 회사가 퇴직자를 포함한 노동자에게 석면관련 질환이 발생하였다고 밝혔다. 쿠보타의 발표에 의하면 ① 1978년부터 2004년까지 석면질환에 의하여 사망한 노동자가 75명(중피종에 의한 사망자 42명)이고, ② 현재 요양 중인 노동자가 18명(중피종에 의한 요양자 4명)에 이른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노동자뿐만 아니라 공장 주변 주민 3명도 중피종에 결려 회사가 위로금 지급을 결정했다는 것이었다.
이어서 7월 5일, 석면함유 건축자재를 제조하는 니치아스 회사가 석면관련 사망자 현황을 발표했다. 니치아스는 1971년까지 청석면을 사용하였고, 1992년까지 갈석면을 사용했던 업체다. 발표에 의하면 1976년부터 2004년까지 석면제품 제조공장에서 일하다가 중피종으로 사망한 노동자가 20명에 이르고, 폐암으로 사망한 노동자가 41명에 이른다는 것이었다. 중피종으로 요양 중인 노동자는 3명, 폐암은 2명이 있는 것으로 보고하였고, 석명과의 관련이 의심되는 진폐증 사망자가 39명에 이르며, 요양자도 14명이나 된다는 것이었다. 또한, 공장 외부의 공사관계자로 중피종에 이환되어 사망한 노동자는 15명, 폐암은 10명이라고 보고하였다.

죽음을 부르는 석면의 공포

니치아스의 피해가 보도된 이틀 후 다시 쿠보타의 석면 피해가 보도되었다. 쿠보타에서 근무한 노동자의 아내가 중피종으로 사망했다는 기사다. 석면 원료 공급을 담당한 남편의 작업복을 빨래할 때 석면에 노출되었다고 추측과 함께 쿠보타 측에서 유족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하였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자 일본 정부는 석면에 관해 피해 실태 파악과 상담 접수 등에 나서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기업에 의한 석면관련 피해사례가 속속 밝혀지기 시작했다. 얼마 후 건축자재 제조, 조선, 열차차량 제조, 석면제품 운수, 석면을 운반하는 항만노동자의 중피종 사망사례가 보도되었다. 경제통상성은 7월 15일 석면제품 제조업체로부터 정보 제공을 받아 공식적인 결과를 발표했는데, 일본 정부가 석면 피해자에 대해 처음으로 밝힌 피해 상황은 사망자 391명, 요양 환자 92명이었다.
또한, 후생노동성이 석면피해가 발생한 기업명을 밝히기 시작하였는데, 후생노동성 노재보상부는 기업 이름을 공개하는 이유로 ① 석면관련 작업 종사 노동자에게 주의를 환기하기 위해, ② 주변 주민이 이를 인지하고 확인하기 위해, ③ 관계부처, 지방공공단체 등 석면피해 대책에 도움이 되기 위해 공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노동자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업무상질병으로 인정된 사망자는 479개 사업장의 739명인 것으로 보고되었다.
석면 노출에 의한 폐암, 중피종 환자의 산재인정 건수를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48.6%, 건설업 43.4%이었으며, 두 업종이 92.0%를 차지하고 있었다. 제조업 가운데 선박제조업(수리업 제외)과 요업․토석제품제조업 순으로 산재 인정된 사업장이 많았고 제조업 전체로 보면, 48.0%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처럼 일본 정부가 석면관련 질환에 대한 정보 공개와 보상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석면취급업체에서 일한 노동자뿐만 아니라 가족, 공장 주변의 주민까지 석면에 의하여 질병이 발생하였고, 그 규모가 컸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석면 규제

일본의 석면 수입은 1970년대에 급격히 늘어 1974년 최대 수입량 35만2천 톤을 기록하였다. 일본 정부가 석면에 대한 규제를 시작한 것은 1971년이었다. 특정화학물질 등 장해예방규칙이 제정되어 석면도 제조, 취급 작업에 있어서 규제 대상이 되었다. 그 내용은 발산방지 설비 설치, 작업 주임자 선임, 작업환경측정 실시 등이었다. 1975년에는 규제가 강화되어 석면 질이 금지되고 발산방지가 강화되었다.
ILO, WHO, 그리고 EU가 갈석면, 청석면을 사용 금지하게 되면서, 일본 정부는 갈석면, 청석면을 1995년 사용 금지하게 되었고 백석면은 2004년에 제조와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발전소 등 고온 환경에 있는 배관 연결부분 등에 대한 사용은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2004년 기준으로 일본의 석면 수입량은 8,000톤에 이르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08년부터 전면 금지를 방침으로 내세웠지만, 잇따른 건강피해로 이를 앞당기려는 움직임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석면 사용 규제운동

일본에서 석면의 유해성에 대한 사회적 쟁점은 이미 1987년에 터진 적이 있다. 학교나 보육시설, 공공장소에 사용된 석면에 대한 조사와 제거가 사회문제화 된 것이다. 행정적으로 여름 방학 동안에 집중 공사를 실시하면서 언론보도도 줄어들게 되었고, 마치 석면 문제가 끝난 것처럼 인식되었다. 정부도 석면에 대한 지침을 만들었지만 사용 금지 등에 관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석면대책전국연락회의”가 노동조합, 시민단체, 소비자단체로 구성되었고, 석면제품 제조 판매를 금지하는 석면규제법 제정을 목표로 운동을 전개하였다. 석면규제법안은 당시 사회당 의원에 의한 입법 발의까지 진행되었는데도 자민당 반대로 폐기되었다.
1993년은 석면제품 제조업체의 노동조합이 석면규제법에 반대하는 조직을 만들어 규제법 성립 반대운동을 전개하였다. 노총인 일본 노동조합총연합회는 “석면은 관리하면서 사용할 수 있다. 규제법은 관련 산업에서 일하는 자의 생활기반을 빼앗을 가능성이 있다”며 석면 금지가 아니라 “관리사용”을 주장해 규제법 제정에 반대했다. 그러나 석면 규제를 진행시키려고 하는 운동은 꾸준히 전개되었고, 사회적 쟁점화를 시도해왔다. 석면 피해를 알려주고 석면에 의한 산재인정을 쌓으면서 사회 이슈화에 노력해온 것이다. 그 결과가 올해 터졌다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책임 그리고 노동조합의 책임

지금 일본에서 석면에 관한 전반적인 경향 내지 방향은 석면의 사용 금지를 향하고 있다. 너무나 큰 대가를 치르면서 겨우 이러한 방향을 잡게 되었는데 석면 피해가 긴 잠복기를 겪고 나타난다는 점을 생각할 때 앞으로의 피해 확대가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석면의 사용 조사, 제거, 보상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석면의 유해성을 알면서 방치한 정부 책임은 매우 크다. 그리고 동료의 죽음에 직면하면서 석면의 규제에 반대해온 노동조합 책임도 적지 않다. 과거의 공해문제를 보면 가해 기업의 노동조합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노조가 기업별노조로 자기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도 살 수 있다는 인식 하에 사회적 역할을 다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석면 금지 정책을 내세우지 못 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일본에서 일어난 석면 금지의 움직임은 석면과 관계없는 생활을 해오다가 중피종에 걸린 쿠보타 공장 주변의 시민이 공장에서 어떤 식으로 석면이 사용되었는지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회사와 교섭을 진행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환자나 가족의 사회적 고발이 석면 금지를 진행시킨 힘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