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영국, 호주, 캐나다, 미국 등에서는 ‘기업살인법’ 제정운동이
“심각한 부주의로 노동자를 죽인 기업주에게 책임을 물어야한다. 물건을 훔친 범죄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과 같다.”
산재로 죽고 다치는 것은 한국 노동자만의 일은 아니다.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 호주, 캐나다,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들 나라와 한국 간에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먼저, 한국은 영국등보다 사망률이 10∼20배 높다.
한해 수천건의 사망과 중대재해에 대해 기업주가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 것은 한국과 선진 외국이 같다. 영국의 경우 1998년 4월부터 2002년 상반기까지 기업주가 기소된 건수는 10건이고, 이중 유죄 선고를 받은 건수는 3건에 불과했다. ‘노동자의 생명’보다 ‘기업활동의 자유’를 우선하는 것은 모든 국가의 공통점이다.
그런데, 최근 영국등에서는 이런 현실을 깨는 문제제기가 정면으로 되고 있다. ‘기업살인법’을 제정하라는 목소리가 그것이다.
“안전보건 범죄에 대해 기업주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는 산재 예방은 없다”
영국은 노총과 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1990년대 말부터, 심각한 부주의로 노동자를 사상케 한 기업주를 처벌할 수 있는 새로운 법률 제정을 요구해왔다. 2003년에는 로리 퀸 의원이 ‘산업안전보건 범죄에 관한 법안’을 제안해 하원에서 논의중이다.
호주는 몇 개 주(빅토리아주, 뉴사우스웨일스주, 퀸스랜드주) 의회에 ‘기업살인법'(Corporate Killing Act)안이 상정되어 논의되고 있다. 캐나다 역시 기업살인에 관한 정부입법안이 제안되어있는 상태이다. 이들 법안의 주요내용은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필수적 조치를 하지 않아 노동자를 죽거나 다치게 한 기업주를 범죄자로 봐서 구속처벌’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법안이 의회에 상정되어 논의되기까지에는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수년간의 기업살인법 제정운동이 있었다.
미국에서도 2003년, 민주당의 존 콜진 의원이 ‘부당한 죽음에 관한 책임법 (Wrongful Death Accountability Act)’을 제안하며 다른 상원의원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각국의 이런 흐름은 전세계 100여개국이 참가하는 ‘4월28일, 국제 산재노동자 추모의 날’에 까지 이어져, 국제자유노련(ICFTU)은 2003년 주제를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에 대한 기업의 실질적 책임’으로 정하고 각국 정부와 기업에 이를 촉구했다.
‘기업살인법’ 운동의 핵심은 노동자를 고용하여, 안전·보건의 의무가 있는 기업주에게 책임을 물어야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진외국보다 수십배 사망률이 높은 한국에서, 연일 계속해서 사망사고 소식을 듣고 있는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기업살인법’은 누구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