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어도 살아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 철도노동자 인생이 그렇습니다

언제나처럼 함박웃음 지으며
열차 지붕으로 올라간그대가
쿵 소리 내며 떨어질 때
내 심장도 따라 멎는 듯 했습니다

안전망 하나 없는
철도현장의 땅바닥이
그대 다치지 않게 차라리
푹 꺼지길 바랬습니다

그러나 그대는 그렇게 곤두박칠 쳤고

수술을 받고도 의식을 찾지 못하던 닷새간
그대 곁에서 그대 목소리를 들은 것 같습니다

여덟살박이 아들녀석과
다섯살박이 딸내미를 찾으며
눈이 떠지지 않는다고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누가 내 말 좀 들어달라고
누가 내 아이들 좀 데려다 달라고
세상이 왜 이리 캄캄하기만 하냐고
울부짖는 것 같았습니다

철도 짬밥 4년만에 10급 딱지를 떼고 9급이 됐을 때
너무나 기뻐하던 동갑내기 아내,
알량한 승진이나마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좋아한지
이제 겨우 6개월이 지났는데
내 아내를 이대로 두고 갈 수 없다며
눈가에 맺혔던 이슬을 본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죽어갑니다

죽고 싶지 않아서 살아서 일하게 해 달라고 외치다
일터에서 쫓겨나고,
죽지 않고 일하게 해 달라고 외치다
일터에서 죽어갑니다

그래서 이 여름은 이렇게
비가 많고 더워도 냉기 가득합니다

고 이광택 동지여 서럽습니다. 억울합니다.

그대 이유 없이 스러진 목숨이 아깝습니다.

우리는 그저 착하게 성실하게
묵묵하게 일하는 것 뿐인데
그 가슴엔 일년 내내 근조리본이 달려 있습니다

고 이광택 동지여

그날이 언제 올지라도
고통에 일그러진 우리 얼굴에
승리의 미소 돌거든

그대도 항상 입가에 달던
넉넉하고 푸근한 함박웃음 웃으며
그렇게 우리를 찾아 오십시오

우리는 가슴에 그대를 묻고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