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대한화섬노조 전 사무국장 자살 원인 논란
노동계 “부당노동행위 때문”…사측 “그런 일 없어”
지난 27일 회사의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요구하는 유서를 남긴 채 투신자살한 태광대한화섬노조 박동준 전 사무국장의 정확한 자살원인이 사흘째가 되도록 명확히 밝혀지지 않으면서, 울산지역 노동계가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태광산업대한화섬정리해고저지투쟁위원회 등 지역 노동계로 구성된 대책위는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고 박동준씨 투신자살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 △태광대한화섬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실시를 촉구했다.
박동준씨 투신자살에 대한 29일까지의 경찰조사 결과를 보면, 박씨는 27일 오전8시50분경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시신에서 유서 2장이, 자택에서 유서 1장이 발견됐다.
시신에서 나온 유서에는 ‘사측은 부당노동행위 즉각 중단하라’ ‘사측은 노조운영에 개입하지 말라’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자택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죽음으로써 맞설 것”이라며 부인, 아들, 모친에게 미안하다고 쓰여있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 관계자는 29일 “정확한 자살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며 “미망인에게서 ‘지난 24일 노조 사무국장을 그만 둔 뒤 현업에 복귀하는 문제로 고민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책위는 경찰이 언론과 유족에게 유서가 없다고 하다가 뒤늦게 공개한 점, 사측이 지난 28일 밤 병원에 용역경비를 투입해 영안실을 통제하고 비밀리에 유족과 보상에 합의했다는 점을 미루어 봤을 때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자살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시신에서 발견된 유서들은 노조에서 만든 문건인 줄 알았고 자택에서 발견된 유서는 곧바로 유족에게 확인시켰다”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만약 고인이 부당노동행위로 자살했다면 유족들이 가만있겠냐”며 “해고자들의 강경투쟁이 우려돼 병원에 용역경비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한편 고인의 장례는 29일 치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