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산재에 대한 ‘조중동식 억지’를 비판한다
지난 10일 “이목희 의원의 ‘산재예방 음주규제론’ 비판한다”는 제목으로 노동건강연대 김종민 사업국장이 기고한 글에 대해 음주와 산재 관련성에 대한 정책자료집을 낸 이목희 의원실에서 반론을 보내왔다.
이목희 의원이 2004년 국정감사에서 노동자의 음주와 산재의 관련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정책자료집을 발간하게 된 출발점은 다양한 산재예방 노력에도 불구하고 산재가 감소하지 않는 원인에 대한 고민이었다.
미국국립알콜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매년 추락사고로 인한 사망자의 70%, 부상자의 최고 63%가 음주와 관련되어 있으며, 음주관련 산업재해로 인해 220만명이 부상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02~2003년 2년 동안 발생한 전체 산업재해 중 제조업과 건설업 분야의 산업재해가 전체 산업재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6.6%(17만6,835건 중 11만7,725건)에 달하고 산재사망자의 50.9%(5,528명 중 2,809명)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를 제외하고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2,911명을 분석한 결과 두 업종의 종사자가 무려 67.8%에 달하는 1,975명이나 되었다.
두 업종 근로자의 주 직종(기능원 및 관련기능 종사자, 장치 기계조작 및 조립 종사자, 단순노무직 근로자)은 월평균 근로시간이 전 업종 평균 201.8시간에 비하여 적게는 13.4시간부터 많게는 35.9시간이나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렇듯 열악한 작업환경 및 불안정한 근로 여건으로 인해 두 업종 근로자들은 거역할 수 없는 강도 높은 스트레스 속에 방치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조사 자료에 의하면 월평균소득 100만원 미만 또는 100~150만원 소득 근로자의 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높으며 직업 유형별로는 생산/노무직 근로자의 스트레스 지수가 전체 직종에서 농/임/수산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즉 이 분야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이러한 열악한 노동여건을 견뎌낼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는 바로 술이다. 실제로 노동자들이 음주를 하게 되는 가장 주요한 원인이 바로 직장 내에서 받는 스트레스인 것은 분명하다.
이목희 의원이 제기한 문제의 핵심은 노동자들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즉 외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를 도입하여 노동자들이 직장 내에서 받는 스트레스 등을 다양한 상담을 통해 해소하여 술에 의존하는 문제 해결 방식에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이목희 의원의 입장이다.
이것은 노동자들의 술과 약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제도 도입을 권고하고 있는 ILO의 입장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목희 의원은 동시에 사용자들이 음주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이를 강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접근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음주를 빌미로 산재가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점을 은폐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지적하였다.
이목희 의원의 문제제기에 대해 노동건강연대 김종민 사업국장이 “희생자에게 책임전가하기”, “인권침해 소지”, “통계적 오류” 등을 지적하며 신랄한 비판을 제기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였다.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내용의 핵심이 아닌 일부분을 침소봉대하여 자신들의 잣대로 해석하는 ‘조중동식 억지’다. 기고문을 쓴 김종민 국장에게 확인했다. 도대체 “이목희 의원이 발간한 정책자료집을 읽어 보았는지”, “이목희 의원실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읽어 보았는지”를 말이다.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기고문에 활용된 관련 자료가 무엇인가에 대해 확인했더니 문화일보와 한겨레신문의 기사를 읽고 유추해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과정에서 김종민 국장이 범한 오류는 명백하다. 상대방의 입장에 대한 정확한 검토없이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는 것은 논쟁에서 기본적인 절차를 무시한 것이다. 김종민 국장께서는 앞으로 이러한 오류는 범하지 않기를 충언한다. 아울러 음주와 산재 관련 토론회가 11월22일 오후 2시부터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관심있는 분들의 진지한 고민과 토론을 기대한다.
이태흥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실 보좌관
2004-11-11 오전 8:50:32 입력 ⓒ매일노동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