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의 일본 이야기
일본 ‘비정규고용포럼’ 한국방문 동행기

지난달 22~23일 일본에서 ‘비정규고용포럼’이란 단체가 방한하여 양대 노총,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산일반노조, 부산이주노동자인권모임 등을 방문했다. 필자는 통역자로 같이 다니는 기회를 얻어 일본 비정규운동의 현황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동행하면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적어보고자 한다.

‘비정규고용포럼’과 방한한 사람들

▲ 스즈키 아키라. 스즈키 아키라(44)씨는 지난 90년부터 일본에서 산재추방운동을 해 온 활동가다. 93년 과로사와 원진레이온 문제를 계기로 한국을 방문, 한국의 산재 및 노동안전단체와 교류하다가 97년부터 한국에 머물면서 어학연수를 했고 2002년부터 노동건강연대에서 상근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비정규고용포럼은 2004년 12월 결성된 임의단체이고 정당, 노동조합, 변호사, 학자, 시민으로 구성된 단체와 개인이 참여할 수 있는 조직이다. 활동목적은 비정규노동에 관한 조사연구, 입법 제도화, 사회여론 형성, 국제연대이며 그 동안 두 차례 심포지엄을 개최했고 이번에 국제연대의 일환으로 한국 방문이 진행됐다.

정당으로는 사회민주당이 참여하고 있고 이번 방문단에 비정규고용포럼의 공동대표인 후쿠시마 사민당 당수와 후치가미 부당수, 그리고 사민당 노동대책담당 가네코 사무국차장이 함께 왔다.

노동조합은 노총인 일본노동조합총연합(렝고) 산하 노동조합과 상급단체에 소속돼 있지 않은 노조도 가입하고 있다. 한국 건설운송노조와 연대투쟁을 하고 있는 레미콘노조인 전일본건설운수연대노조, 건설노동자와 건설개인사업주가 가입하는 건설노동조합총연합이 그것이다.

방한단에는 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사토 전일본수도노동조합 위원장과 가모 전국유니언 회장이 함께 왔다.

수도노조는 신분은 지방공무원이다. 수도 사용량을 검침하는 노동자가 비정규화 되어 있다.

전국유니언은 일반노조형태이고 개인이 가입할 수 있는 노조다. 80년대 시작한 지역을 대상으로 한 ‘커뮤니티 유니언(community union)’이 모체이고, 개인가입방식이라 비정규직노동자 상담도 많다. 노동상담을 통해 조직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상담하여 문제해결과 동시에 노조를 떠나는 일도 다반사다. 그래서 크게 조직하기 어려운 점이 고민이기도 한다. 이러한 커뮤니티 유니언은 전국에 200개, 2만명 정도를 조직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11개 유니언(8,000명)이 전국유니언을 만들어 렝고에 가입했다. 노총에 들어가 비정규직에 관한 법제도를 만든다는 전략이었다.

방한한 타카이 전국유니언 사무국장은 “우리가 꾸준히 중앙집행위 등에서 비정규문제를 주장해 온 결과 움직이지 않았던 렝고가 올해 임단투 방침에 비정규문제를 내세웠다”며 자부심을 가지고 말했다.

이 전국유니언의 선배격인 전국일반노조 미키 서기차장도 왔다. 전국일반노조는 총평시대인 1955년에 중소미조직노동자 조직화를 위해 만든 조직이다.

또 정부관련법인노동조합연합 이노우에 서기장, 일본적십자노조 무라야마 서기장이 왔다.

모두 렝고에 소속하는 노조이고 렝고 내에서 비정규문제를 적극적으로 전개하고자 하는 조직들이다.

▲ 일본 ‘비정규고용포럼’단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관계자 ⓒ 매일노동뉴스

일본의 비정규노동 상황

전체노동자 36%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53%가 비정규직이라는 수치가 그들로부터 소개되었다. 특히 35세까지를 말하는 ‘청년층’의 비정규직화가 심각하다고 한다. 전체 노동자 4,900만명 가운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프리터(free+arbeit)’인구가 300만명이나 된다.

여성 파견노동자가 임신해도 남편이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어 낙태를 고민한다는 이야기가 흔하다. 청년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취업 못하는 일본 사회를 표현하는 단어로 ‘희망 격차 사회’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방한단이 단체방문을 통해 한국 비정규직 상황을 들으면서 말하는 소감은 “일본과 똑같다”이었다.

운동적으로도 같은 노력을 볼 수 있었다. 용역노동자를 압박하는 하청단가 문제에 대한 대응이다.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용역으로 입찰시킬 때 최저낙찰가격이 아니라 최저임금보다 높은 생활보상비용으로 낙찰하는 조례를 제정하는 운동이다. 부산일반노조가 이러한 운동을 진행시키고 있고, 일본도 전국에서 80군데 정도가 이미 조례를 제정했다고 한다.

사민당의 역할

▲ 후쿠시마 사민당 당수. ⓒ 매일노동뉴스

지난달 11일 실시된 일본 중의원선거에서는 ‘우정민영화’를 전면에 내세운 고이즈미 자민당이 압승했다. 언론 플레이도 효과적이었고 소선거구제가 잘 작동한 결과이기도 한다. 자민당은 의석수를 47석이 늘어 295석으로 되면서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합쳐 총 480석 2/3을 차지했다. 이 결과에 대해 자민당이 지나치게 이겼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편 민주당은 62석을 잃어 113석으로 후퇴했다. 단순히 우정민영화를 주장하는 고이즈미에 적절히 대결하지 못했다. 왜냐면 자민당과 민주당은 노선에서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유세하면서 정부부처 공무원을 8만명 삭감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있어서는 두 정당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공산당은 9석을 유지하며, 사민당은 2석 늘어 7석으로 되었다.

사민당은 참의원에서 6의석이고 정당으로서는 의원발의도 못하는 게 사실이다.

사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헌법 9조와 삶을 지키다”, “국민을 보지 않고 개혁은 없다”를 구호로 선거전을 전개했다. 소위 평화헌법이라는 현행 일본헌법은 9조 전쟁 포기 조항이 핵심이고 헌법개악 저지를 주장했다. 그리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원칙으로 균등대우 확보를 위한 “파트, 기간제고용 노동법” 제정을 공약으로 한 것이다.

사민당 전신인 사회당 시대에는 당과 노조 관계는 지도부 간 합의하면 선거협조가 되는 관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사민당은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으로부터 지지를 얻기 위해 미조직노동자인 비정규노동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10월 렝고 정기 대회

렝고 정기대회가 10월 5~6일에 있었다. 이 대회에서는 그 동안의 사업 평가가 이뤄지는 한편 임원 선거가 있었다.

현 렝고 회장은 세대교체를 시도했지만 결국 잘 안되었고 ‘임원 추천위원회’라는 기구의 밀실심의로 회장후보가 결정되었다. 차기후보로 결정된 사람은 UI젠센(전국섬유화학식품유통서비스일반노동조합동맹) 다카기 회장이다. 회장에 의욕을 보였던 구사노 현 렝고 사무국장은 출신조직인 자동차총련 동의를 얻을 수 없어서 출마를 포기했다. 그러나 여기에 다카기 회장이 경선 없이 결정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한 사람이 있다. 전국유니언 가모 회장이다. 하지만 선거결과는 다카기 회장의 당선이었다.

89년 800만 조직으로 출발한 렝고는 지금은 670만 정도로 조합원이 줄었다. 렝고는 그동안 민주당을 지지해 왔는데 새로운 민주당 대표는 공연히 헌법 9조 개정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즈키 아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