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6/24] 일터의 건강나침반
우울증도 부르는 서비스업 ‘웃음과로’
이상윤 / 노동건강연대 사무국장 ` 건강연구공동체 상임연구원
늘 웃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웃음 때문에 힘든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감정 노동’에 종사하는 이들이다. 23일로 파업 1년이 된 뉴코아 이랜드 노동자들도 대표적인 감정 노동 종사자들이다.
일반적으로 서비스산업 노동 가운데 특히 소비자와 직접 접촉이 많은 노동 형태를 ‘감정 노동’이라 부른다. 자신의 감정과 몸의 표현 등을 조절해 고객의 기호에 부응하려고 힘써야 하는 노동이다. 백화점과 대형 할인매장 등의 판매원, 소비자 상담센터의 전화 안내원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소비자가 화를 내더라도 응대 요령에 따라 웃으며 대응해야 한다. 산업 구조가 서비스산업 위주로 변함에 따라 감정 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
감정 노동은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적지 않은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 원인은 스트레스다. 이들은 사람을 많이 대해야 한다는 것 자체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자신의 감정과 상관없이 늘 웃고 있거나 친절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더 커진다. 이들의 친절이 관리자에게 관찰되고 있다면, 감시받고 있다는 압력 때문에 스트레스가 배가된다.
이런 스트레스가 풀어지지 않은 채 쌓이면 심각한 건강 문제가 생긴다. 감정 노동 종사자에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문제는 ‘감정의 소진’이다. ‘거짓 감정’을 많이 만들어내다 보니 자신의 ‘참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감정이 소진되면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무뎌지고 감정적 동요도 적어진다. 스스로 자신이 둘 이상인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 고객을 대하는 자신과 평상시의 자신이 다를수록 이런 느낌은 더욱 커진다. 이런 느낌이 오래되면 우울증이나 불안증에 시달릴 수 있다.
노동자 혼자 스스로 감정을 다스려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때문에 감정 노동 종사자들에게는 회사의 적절한 건강 관리가 필수다. 스스로 이런 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울러 회사가 정기적으로 감정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담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감정 소진이 심한 일은 하루에 정해진 시간만큼만 하도록 하고, 남은 근무 시간은 여러 업무를 순환하는 형태가 이상적이다. 물론 휴식 시간과 휴가는 정해진 만큼 보장해야 한다. 업무 모니터링 및 개선도 감시를 통한 방법보다는 집단 토의 등을 통해 참여형으로 개선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이 좋다. 이런 프로그램 도입은 노동자 건강뿐 아니라 비용 면에서도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많다. 노동자들이 감정 소진에 시달리며 억지로 일하다가 일찍 퇴직해 숙련 노동자 부족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