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근무, 밝은 빛 아래 쉬엄쉬엄
이상윤 / 노동건강연대 사무국장 건강연구공동체 상임연구원
일터의 건강나침반 /
인류의 역사 가운데 근대에 들어선 변화 때문에 생기는 건강 문제가 있다. 교대 근무 때문에 생기는 건강 문제가 대표적인 예다. 사람은 24시간 주기로 일정한 생체 리듬이 있다. 시간에 맞춰 분비되는 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우리 몸은 시계처럼 주기를 가진다. 교대 근무는 바로 이 리듬을 깨면서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
교대 근무 때문에 생기는 건강 문제는 성별에 관계없는 것과 여성에게만 나타나거나 여성에게서 더 심한 것이 있다. 이 때문에 스위스에서는 1877년부터 1914년까지 여성의 교대 근무를 법으로 금지했다. 이 시기에 유럽 10개국이 이처럼 여성의 교대 근무를 금지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1920년대 이후 이런 제도는 폐지됐다. 여성의 교대 근무 제한은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교대 근무와 관련된 여성의 건강 문제에 대한 논란은 100년의 역사를 가진다. 새로운 문제는 아닌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교대 근무 때문에 생긴 여성의 건강 문제에 대한 연구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암 발생이 늘어나는지 여부는 아직 논란 중이지만 교대 근무를 하는 여성이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교대 근무로 여성들의 심장·혈관계 질환이 늘었다는 사실은 확정적이다. 교대 근무를 하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견줘 1.3~1.7배 가량 심장·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생리 불순이나 생리 주기가 길어지는 것도 교대 근무와 관련이 있다. 조산 위험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로 누적, 수면 장애, 위장 장애, 일과 관련된 사고의 증가 등은 교대 근무를 하는 남녀 모두에게 발생하는 문제다.
2006년 노동패널 조사를 보면 교대 근무에 종사하는 사람은 전체 임금 노동자의 10.8% 수준이다. 남성은 13.3%, 여성은 6.9%이다. 노동자 170만명 가량이 교대 근무를 하고 있으며, 적지 않은 수다.
이들이 질병의 위험을 낮추고 건강을 지키려면 우선 덜 유해한 교대 근무 형태로 근무 일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아침 근무, 낮 근무, 밤 근무 순으로 바뀌는 일정이 그 반대보다 덜 해롭다. 계속 밤 근무만 하는 것은 해롭다. 연장 근무를 포함해도 노동 시간이 12시간 이상 지속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근무 시간이 바뀌면 최소한 이틀은 충분히 쉬도록 해야 한다. 노동자 개인도 생활습관을 조절해야 한다. 출퇴근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좋다. 또 자신에게 맞는 수면 습관을 개발하고 그 습관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식사는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조금씩 자주 먹는 방법이 좋다. 밤 근무를 한다면 조명을 밝게 하고, 중간에 틈틈이 적절한 휴식을 하는 게 필요하다.
이상윤/건강연구공동체 상임연구원·노동건강연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