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골격계 질환, 국가가 ‘처방’해야
컴퓨터 작업이 많은 요즘에는 누구나 한 번쯤 손목이나 어깨의 통증을 경험한다. 이런 근육통 혹은 관절통은 흔하게 생기고 별다른 치료 없이도 나을 때가 많다. 하지만 반복돼 생기거나 심해지면 노동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고 동시에 사회의 노동생산성을 줄이기도 한다.
근육이나 관절의 통증을 주된 증상으로 하는 여러 질환을 묶어서 일반적으로 ‘근골격계 질환’이라 부른다. 이 질환은 최근 주요국을 중심으로 작업장의 ‘신종 유행병’이라는 별칭을 붙이고 있다. 그만큼 많이 발생하고 있고 질병 발생이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2004년 말부터 근골격계 질환 문제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노사 양쪽 대표의 의견을 듣고 사회적 해법을 찾고 있다. 근골격계 질환이 오늘날 유럽에서 가장 큰 노동자 건강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유럽 전체에서 모든 부문에 걸쳐 4천만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이 질병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온다. 이 때문에 유럽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해마다 국민총생산(GNP)의 0.5~2% 규모의 경제적 손실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이 질환은 개인의 질병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질환’이다. 질병의 발생 자체가 사회적 원인이고, 질병의 영향 역시 사회적 효과가 크다. 이 질환의 위험 요인으로는 무거운 물건의 취급, 반복적 동작, 힘든 노동 자세 등이 거론되고 있다. 노동 환경 측면에서 보면 이런 요인은 노동 조직·기술·생산 방식의 변화 등과 관련돼 있다. 최근에는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근골격계 질환 발생이 높다는 연구도 많다. 위험 요인이 복합적인 것이다.
이 질병 때문에 생기는 사회적 효과 역시 다양하다. 생산력 저하, 병가 증가, 의료비 및 보상비의 증가, 숙련된 노동력의 손실, 새로운 노동력을 숙련시키는 데 드는 비용의 증가, 노동의 질에 끼치는 영향 등이 근골격계 질환의 부작용으로 꼽히고 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2007년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노동자가 가장 흔하게 겪는 건강 문제는 어깨, 목, 팔다리의 근육통이었다. 전체 조사자의 18.1%가 이런 통증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근골격계 질환자의 비율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 근골격계 질환 문제를 해결하려면 개인적인 접근도 필요하지만 사회적 해법이 모색돼야 한다. 개별 사업장 수준에서는 *인체에 적합한 근무 환경 개선 *적절한 휴식 시간 보장 *예방적 운동 및 근력 단련 기회 제공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문제는 노동 조직, 기술 변화, 생산 방식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좀더 큰 시각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우리나라도 유럽연합과 같이 이 질환에 대한 사회적 해법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상윤/ ‘건강과 대안’ 상임연구원·노동건강연대 사무국장 maxime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