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열악한 노동현실 주고 아이들 사랑 기대할 수 있나?
– 노동조건 및 건강문제 조사결과로 본 보육교사 실태

이현정, 2009-02-06 오후 5:01:51 

이 기사 필자는 노동건강연대 회원, 산업의학과 전문의인 강희태 님 입니다. 기사 내용이나 사진을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글 _ 노동건강연대 회원, 산업의학과 전문의 강희태

설문과 심층 면접으로 조사 실시

노동건강연대에서는 지난 2008년에 공공노조 보육분회 서울경기지부의 도움을 받아 보육교사들의 노동조건 및 건강문제를 조사하였습니다. 보통 취학 전 아동들을 돌보는 기관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나뉩니다. 이 중 보육교사는 영유아보육법의 적용을 받는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교사들로서 거의 대부분이 여성이고 갓 태어난 아이들부터 취학 전 아동들까지 돌봅니다. 뿐만 아니라 일부에는 장애아동 및 방과 후 취학아동까지 돌보기도 합니다. 보육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교사들뿐만 아니라 원장과 같은 시설장, 취사부, 사무원 등도 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보육교사들로 한정하여 조사하였습니다. 조사는 284명의 응답을 얻은 설문과 6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보육시설은 설립 및 운영주체에 따라 국공립 보육시설, 법인 및 단체 보육시설, 민간 개인 보육시설, 가정 보육시설, 직장 보육시설, 부모협동 보육시설 등으로 나누어집니다. 2004년 9월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보육시설은 25,319개로 국공립이 5.3%, 법인 및 단체가 9.7%, 민간개인이 46.1%, 가정이 37.9%를 차지해 민간개인과 가정보육시설이 대부분을 차지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설문에서 조사된 보육교사들의 분포는 부모협동 43.5%, 민간 개인 30.8%, 국공립 16.3% 등으로 전국적인 보육시설 분포를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노동조건이 열악한 것으로 알려진 개인민간 보육시설 교사가 30.8%밖에 포함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가장 노동조건이 열악한 가정 보육시설에서 근무하는 교사는 1.8%밖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번 조사 결과가 실제 보육교사들의 현실보다 좋은 방향으로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글을 읽어주세요.

강도 높은 노동에 휴식시간조차 없어

○ 저임금 : 보육교사들의 대부분은 전문대졸 이상의 고학력군 입니다. 하지만 월평균 보수는 수당 및 지자체가 지급하는 처우개선비까지 모두 포함하여 평균 128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100만 원 이하의 저임금을 받는 경우도 상당수(20.8%) 있었는데, 이번 조사에 많이 포함되지 못한 민간 개인 및 가정 보육시설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들을 고려하면 평균임금은 이번 조사결과보다 더 열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대부분의 보육교사들이 초과근무를 하고 있음에도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법적으로 지급받게 되어 있는 초과근무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 장시간 노동 : 법정 노동시간은 하루 8시간이지만 그렇게 일하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했고, 평균 9시간 30분 정도 일하고 있었습니다. 노동시간 또한 이번 조사에 많이 포함되지 못한 민간 개인 및 가정 보육시설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들을 고려하면 조사결과보다 더 길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어린이집은 학부모들의 출근시간보다 빨리 열고, 퇴근시간보다 늦게 닫는 특성 때문에 보육교사들이 번갈아가면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장시간 노동은 보육교사들이 자기계발이나 취미생활을 즐기기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기혼자들에게는 자신의 아이를 돌보는 데 어려움을 겪게 만들어 출산 후 일을 그만두게 만드는 하나의 원인이 됩니다.

○ 휴식시간 부족 : 근무 중 쉴 수 있는 시간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나마 있는 경우도 아이들 낮잠 시간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이때도 보육일지, 연락장과 같은 서류 작성 등의 업무로 제대로 쉬기가 어려웠습니다. 아이들 돌보기라는 강도 높은 노동을 근무시간 내내 제대로 된 휴식시간 없이 지속하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 휴일 및 휴가 : 상당수의 보육교사들이 번갈아가면서 토요일도 근무하였으며, 어린이집 특별행사 등으로 근무일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휴가는 대부분 자신이 필요한 때 사용하지 못하고 대신 아이들 여름이나 겨울 방학기간을 이용해 한정된 기간에만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은 시설 사정에 따라 사용에 제약이 있거나 사용을 하면 눈치를 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로 인하여 임신을 하면 어린이집을 그만둬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 업무량 : 담당하는 아동수가 많은 경우 업무가 힘들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고, 특히 혼자서 반을 담당하는 경우 여러 가지 어려움을 호소하였습니다. 영유아보육법에서는 아래와 같이 아동 연령에 따라 보육교사 1인이 맡을 수 있는 최대 아동 숫자를 정해놓았습니다. 현재 이 교사 대 아동비율대로 보육을 담당해도 업무량이 만만치 않은데, 일부 기관에서는 이 교사 대 아동비율마저 지키지 않아 교사 한 명이 많은 수의 아동을 돌봐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한 보육교사들은 보육업무 뿐만 아니라 상당 시간을 청소 등과 같은 잡무에도 할애하였습니다.

연령
보육교사 배치기준

만 1세 미만
영아 3명당 1명

만 1세 이상 만 2세 미만
영아 5명당 1명

만 2세 이상 만 3세 미만
영아 7명당 1명

만 3세 이상 만 4세 미만
유아 15인당 1명

만 4세 이상 미취학 유아
유아 20인당 1명

취학 아동
아동 20인당 1명

장애 아동
아동 3명당 1명

근골·성대·위장질환은 기본

○ 건강 문제 : 보육교사들이 직업적 원인으로 가장 흔하게 호소하는 증상 3가지는 근골격계질환, 성대질환, 위장질환이었습니다. 성대질환은 아이들이 떠드는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말을 해야 하는 근무 조건으로 탓에 발생하였습니다. 위장질환은 아이들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급하게 밥을 먹어야 하고 퇴근 시간이 늦어지면서 저녁식사가 불규칙해지면서 악화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 밖에 글루건에 의한 화상이나 청소, 빨래 등으로 인한 습진 등 피부질환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일부에서는 업무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 스트레스 : PWI-SF로 측정한 보육교사의 스트레스 수준은 건강군은 한 명도 없이 잠재적 스트레스군 33.7%, 고위험군 66.3%로 높은 스트레스 수준을 나타냈습니다. 스트레스 요인으로는 직무불안정과 관계갈등이 주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높은 직무불안정은 출산, 육아, 질병 등으로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으며, 직업 전망도 밝지 않게 보는 경우가 많은 것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높은 관계갈등은 원장이나 동료교사, 학부모 등과 부딪히면서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관리자인 원장과의 갈등이 심각한 경우 스트레스 수준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 근골격계 질환 : 많은 수의 보육교사들이 업무연관성이 의심되는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부위별로는 어깨와 허리 통증을 겪는 경우가 가장 많았습니다. 근골격계 질환 유발 요인들로는 교사가 아닌 아이들 신체구조에 맞추어져 설계된 보육시설의 업무환경, 교구 운반?청소?빨래 등과 같은 육체적 잡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교육을 진행하면서 취하게 되는 부적절한 자세, 영아들의 경우 지속적으로 안거나 업어주어야 하는 업무 내용 등을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보육교사들의 건강문제에서 공통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가 상당수의 보육교사들이 장시간 근무 및 근무 중 자리를 비우기 어려운 이유로 병원 치료를 받기가 힘들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하여 아파도 제때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증상이 심각한 경우에는 치료를 위해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특히 한 반을 혼자서 담당한 경우에는 잠시 아이들을 대신 돌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병원 치료 시간을 내기가 더욱 어려운 것으로 보입니다.

보육교사들의 건강권을 얘기하는 자리. 2008년 6월 28일 노동건강연대의 ‘보육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사업 일환으로 진행된 교육이었다. ⓒ 노동건강연대

보육시스템 질적 성장, 노동조건 개선 전제해야

아이를 키워보신 분들은 아이를 바르고 안전하게 키우는 것의 어려움을 알고 계실 겁니다. 특히 부모가 육체적?정신적으로 힘이 들 때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기가 쉽지 않음을 느껴보신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보육교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보육교사가 힘들고 지친 상태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돌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보육교사들의 노동현실은 열악했습니다.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 과중한 업무량, 낮은 사회적 대우, 높은 스트레스, 갖가지 업무관련성 질환 등에 시달리면서도 아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힘든 현실을 견뎌내고 있었습니다.

한국사회는 이미 저출산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저출산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가 제시되는데, 그 중 중요하게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제대로 된 보육시스템 구축입니다. 보육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지금까지 산발적으로 제시된 대안들은 주로 보육시스템의 소비자인 학부모와 아이들 중심의 논의였습니다. 하지만 공급자의 주요축인 보육교사들의 노동조건에 대한 개선 없이는 보육시스템의 질적 성장을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앞으로 한국 보육시스템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라도 보육교사들의 노동현실을 고려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건강한 보육교사의 보살핌 아래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