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건강협, 어린이날 ‘무지개축제’ 한바탕
[한겨레 2006-05-05 19:36]
[한겨레] “교육·의료 혜택 받았으면…”
5일 한강시민공원 난지지구 잔디마당.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어린이날 노래가 우렁차게 울려 퍼지고 파랑, 빨강, 노랑 풍선이 구름 낀 하늘로 올라간다. 검정·살구색 얼굴을 가진 아이들이 ‘까르르르’ 웃으며 뭐가 그렇게 좋은지 갖가지 놀이에 흠뻑 빠져 있다. 한국이주노동자건강협회는 이날 어린이날을 맞아 한국, 몽골, 방글라데시, 타이, 스리랑카, 베트남 등 13개국 어린이 300여명을 초청해 ‘제4회 이주노동자 자녀와 함께하는 무지개축제’를 열었다.
피부색, 국적, 언어, 문화는 다르지만 놀이를 하며 즐거워하는 환한 표정만큼은 다르지 않았다. 축제에서 만난 몽골 ‘꼬마숙녀’ 자야(16)의 해맑게 웃는 모습 어디에서도 슬픔을 찾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자야는 많이 아프다고 했다. 중이염을 오래 방치해 수술을 하지 않으면 청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한다. 비싼 수술비와 치료비는 불법체류를 하고 있는 자야의 엄마, 아빠를 병원 문 앞에서만 서성이게 할 뿐이다. 그래도 자야는 “참을 만하다”며 생긋 웃는다. 경기도 부천에서 온, 페루가 고향인 멜리사(14)와 필리핀 출신 안시아(14)는 ‘이주노동자’의 집에서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됐다. 멜리사와 안시아는 한국 가수 김종국과 비를 가장 좋아한다며 서로 더 낫다고 토닥거렸다. 영락없는 10대 한국 소녀들이다. “어렵게 학교에 들어갔는데, 많이 힘들어요. 선생님 말이 너무 빠르거든요. 국어, 사회, 수학, 과학 등 이해를 못하니까 공부를 잘 못해요.” 3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는 멜리사는 말이 필요 없는 체육을 그래서 제일 좋아한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안시아는 태어난 나라가 달라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은 한국 친구들과 별반 다를 게 없으면서도 멜리사를 유난히 따른다. “한국 친구들은 저를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으로 보거든요.” 안시아의 상처를 멜리사도 이해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김미선 이주노동자건강협회 사무처장은 “이주노동자의 자녀들은 편견과 차별, 불법체류의 불안감, 교육·의료혜택 박탈 등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며 “불법 여부를 떠나 아이들에게만큼은 우선적으로 건강보험 혜택을 확대하고 학교장 재량으로 맡겨져 있는 외국인 자녀 입학을 의무화하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불법체류자의 굴레가 씌워진 자야, 멜리사, 안시아도 이날 행사에서는 누구에게나 편견 없이 공평한 5월의 푸른 햇살 아래 마냥 행복해 보였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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