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반쪽 주의보’]예보발령 10여시간전부터 유해물질 급증

[동아일보 2006-05-08 03:55]

[동아일보]
인하대 황사연구팀 황희진(黃熙眞·27) 연구원은 2002년에 병원을 자주 찾았다. 그해 3월 20∼22일 황사를 연구하기 위해 하루 3, 4시간씩 바깥에서 지내다 호흡기 질환과 결막염으로 한 달 정도 고생했다.

황 연구원은 “당시에는 황사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정보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 분진 마스크 등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황사가 순수한 흙 성분만 갖고 있다면 당시 병원을 찾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황사의 유해성을 설명했다. 인하대 연구팀의 중간보고서는 중국에서 발원한 황사의 성분이 한국으로 건너오면서 어떻게 바뀌는지를 상세하게 보여 준다.

▽황사가 ‘화학반응’을 일으킨다=연구팀은 1999년 황사의 모양과 크기, 성분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단일입자 분석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뒤 황사 연구에 적용했다.

특수 제작된 기계를 사용해 2, 3시간 간격으로 황사 시료를 포집하고 성분을 분석했는데 발원지인 중국에서의 성분과 한국 하늘을 덮친 황사 성분이 너무 달라 깜짝 놀랐다.

최악으로 기록된 ‘4·8 황사’의 경우 미국해양대기국(NOAA)이 제공한 인공위성 자료에 따르면 황사는 중국 고비사막에서 생긴 뒤 베이징(北京)과 다롄(大連)을 거쳐 한국에 도착했다. 이들 도시는 인구 증가와 공업화로 대기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 배출이 심각한 지역.

연구팀은 황사의 주성분 중 하나인 탄산칼슘(CaCO3)이 질소산화물이나 황산화물과 결합한 뒤 3, 4시간 동안 서해(西海)를 지날 때 화학반응을 일으켜 질산칼슘[Ca(NO3)2]이나 황산칼슘(CaSO4)으로 변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 질산칼슘과 황산칼슘은 인체에 매우 해롭다는 사실만 알려져 있을 뿐 얼마나 어떻게 나쁜지는 아직 규명도 되지 않은 물질이다.

▽황사 초기 위험, 예상보다 심각=연구팀은 황사가 한창 퍼져 있을 때보다 초기 시점에 미세먼지 입자가 더 많고 유해물질을 많이 포함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4·8황사’ 때는 주의보 발령 10여 시간 전부터 유해물질이 급증했다.

2004년 발생한 황사의 경우 초기인 3월 10일 오후 1시경 강원 춘천시에서 포집한 미세먼지에는 질산칼슘과 황산칼슘 같은 산화물이 52.2%를 차지했다. 그러나 황사가 절정이었던 이날 오후 11시부터는 산화물이 줄어들고 성분의 54.7%가 인체에 해롭지 않은 토양입자로 변해 있었다.

미세먼지 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든 3월 11일 오후 5시에는 토양입자가 80%를 넘고 산화물이 거의 사라졌다.

황사연구팀은 지난달 7∼9일 발생한 황사 현상을 같은 방법으로 분석해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정부 대책은 ‘거북이걸음’=환경부는 2002년 3월 21일 초대형 황사로 휴교령이 내려지고 병원을 찾는 환자가 급증하자 서울대 인하대 등에 연구를 의뢰했다.

황사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최초의 연구 용역이었지만 그 이후 후속 연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2002년 연구에 참가한 인하대 임종한(林鐘翰·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중국에서 배출하는 대기오염 물질이 해마다 증가하지만 정부 차원의 연구는 일회성이란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환경부 대기정책과 정진수 사무관은 “올해 예산집행 계획을 세워 황사의 발원지와 이동 경로, 국내 피해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황사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한중일 3개국이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공동 연구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용원(鄭鏞元) 인하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현재 한중 황사협력 수준은 황사의 이동과 관련 정보의 공유 단계에 머물고 있다”며 “황사의 성분과 인체 및 생태계에 대한 영향까지 공동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단일입자 분석 방식:

황사의 단일입자(무게 2∼3μg)를 주사전자현미경(시료 표면의 입체 구조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현미경)으로 관찰한 뒤 X선 분광법을 이용해 화학성분을 분석하는 방법. 황사 개개 입자가 1300∼2000km를 날아오면서 대기 중의 물질과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 비교할 수 있어 황사가 인체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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